허점을 악용하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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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을 악용하지 않는 사회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2.08.3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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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담임

열차를 타고 지방에 가고 있었던 어느 날, 내 앞에서 승무원과 승객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잘 보니까 부정승차한 것이 걸린 것이었다. 승무원은 벌금을 물리겠다고 한다. 그런데 부정 승차한 사람이 오히려 승무원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저런 일이 있나’ 싶어서, 문득 찾아보았다. 열차에 부정 승차하는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일까?

한국철도에 따르면, 부정 승차하다가 적발된 사람이 올해 상반기에만 9만여명이다. 하루 평균 500여명인 셈이다. 이것만 해도 엄청난 숫자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검표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부정 승차가 매년 증가한다는 것, 그리고 걸리더라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부정 승차를 시도한다.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나 청소년 표를 사서 승차하는 것이다. 검표를 하더라도 승무원이 보지 못하고 지나가길 바라는 것이다. 또 예매 시스템의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다. 열차가 출발한 후 10분까지는 예매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검표가 끝나면 바로 취소해버리는 것이다. 놀랍게도 실제 현장에서 단속되는 사례들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정 승차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통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개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부정 탑승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탑승 이후에 검표를 하기 때문에, 검표만 잘 피하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개찰구를 만들면, 큰 허점을 해결하면 부정승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든 허점을 찾아서 부정승차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편하게 가기 위해 허점을 찾는 세력과 공정을 이유로 허점을 막으려는 세력! 사실 이런 문제가 열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 안에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먹고 살기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그런 허점을 악용하여 부와 권력을 얻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박탈감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성숙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허점을 악용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개표구를 만드는데 돈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부정 승차를 시도하는 생각을 안 하는 사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법의 허점을 찾는데 애쓰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다.

누가 먼저 시작해야 할까? 당연히 교회이다. 사람들은 몰라도, 공의의 하나님을 생각한다면, 허점이 보일 때 악용이 아니라 오히려 허점을 고칠 수 있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물론 교회마다, 수많은 교단마다, 허점을 이용하려고 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그런 과거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회개하고 뼈를 깎는 결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조직 뿐이겠는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적용할 때, 자신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려는 본능을 넘어 소위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야’ 성숙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 안에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정과 정의’는 정책이나 구호로 이룰 수 없다. 개표구가 없어도, 간혹 허점이 있어도, 성숙하게 왕래할 수 있는 성숙한 믿음, 성숙한 의식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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