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은혜 전에 먼저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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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은혜 전에 먼저 준비하라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1.12.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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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담임

얼마 전, 한 동료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온 전화라 무슨 일인가 궁금했는데, 전화를 받아서 들어보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 목사님의 교회는 자립이 되지 못한 교회였는데, 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로 사실상 교회 문이 닫히면서 교회 운영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들어오던 교인들의 헌금도 줄어들고, 코로나 사태로 모든 교회가 어려워지면서 다른 교회에서 들어오던 지원금도 줄어들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위드코로나 시대로 전환되었지만, 성도들은 여전히 교회에 나오기를 두려워하고, 줄어든 지원금은 언제 다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목사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혹시 조금이라도 선교헌금을 부탁할 수 없겠냐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이대로 있기는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데 혹시 일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 전화에서 본 것처럼, 교회를 향한 어려움의 위기가 말 그대로 눈 앞에 다가왔다. 우선 코로나 사태 2년 동안, 많은 교회가 생사의 기로에 놓였다. 대다수의 교회가 코로나로 인해 헌금이 줄었고, 출석교인의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교회가 재정적인 위험을 안고 한 달 한 달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라는 변수가 이 잠재적인 위험을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까? 지금까지 나온 한국교회 관련 지표로는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그리 많지 않다. 우선 결과로만 봤을 때 교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사회적 신뢰도가 떨어졌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적은 또 하나의 이유는 주요 교단 통계에서도 보여주듯이 목회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리해보면 성도 수는 줄어드는데, 목회자의 수는 늘고 있다. 한 교회가 꾸릴 수 있는 성도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파이의 크기는 줄어들었는데, 파이를 먹을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파이의 크기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그것은 목회자의 생계를 교단이 책임지거나, 혹은 알아서 책임지도록 자유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물론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교단 안에서 ‘이중직’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는 것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여전히 ‘엘리야의 까마귀’를 이야기하며 이러한 움직임에 제한을 걸려고 한다.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목회자 본인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제한으로 인해, 가족들, 특히 자녀들은 오히려 하나님을 원망하고 교회를 미워하며 떠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엘리야의 까마귀’만을 강조하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서 가족을 버리라는 말과 똑같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목회자의 생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한다. 더 이상 우연한 은혜를 강조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머리를 맞대서, 교단이 책임질지 아니면 알아서 자유를 줄지 결정해야 한다. 물론 어느 쪽이든 법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바울은 교단이나 교회가 책임질 수 없었기 때문에, 천막 노동자로 일했다. 그 덕분에 바울은 재정 문제에 있어서 당당할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 이미 수많은 바울이 있다. 우리가 할 것은 비난이 아니라, 어떻게든 교회를 지키려는 그들에게 감사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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