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인간과 세계의 벽을 허무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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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인간과 세계의 벽을 허무는 작업”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8.04.2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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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인문학산책, 김훈 작가 ‘나의 삶과 글쓰기’ 강연
▲ 제48회 백석 인문학산책에서 김훈 작가가 강연하고 있다.

백석예술대학교(총장:윤미란) 평생교육원(원장:이종섭) 주최로 제48회 백석 인문학산책이 개최됐다. 강사로는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으로 유명한 김훈 작가가 나서 ‘나의 삶과 글쓰기’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훈 작가는 “인간과 흐르는 시간이 만나면 여태 없었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 우리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면서 “그런 놀라움을 만들어내는 인간에 대해서, 나의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서두를 뗐다.

김 작가는 “나는 면허도 없고 컴퓨터도 다룰줄 모른다. 내 삶은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종이로 채워져 있다”면서 “어깨에서부터 손끝까지 몸이 밀고나가는 리듬이 없다면 글을 쓸 수 없다. 내가 쓴 모든 문장은 내 팔의 근육에 각인돼 있다”고 자신의 글쓰기를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아날로그적인 삶에 대해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간다면 머릿속에는 출발지와 목적지, 두 개의 점밖에 남지 않는다. 가는 여정과 과정은 생략된다. 리모콘 버튼으로 TV를 움직이는 것과 흡사하다”면서 “우리 삶의 놀라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가 알을 품고 부화할 때까지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71세를 맞은 김 작가는 여태껏 살아 온 인생을 조용히 회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망한 나라를 다시 세웠던 1948년 태어났다. 내가 중학생 때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80달러였지만 지금은 3만 달러가 넘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해 온 삶의 풍경이 내 기억 속에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면서 “젊을 때의 나는 대단한 미래를 꿈꾸지 않았다. 당장 다음 끼니를 때우는 것이 나와 우리 세대의 꿈이었다. 하지만 지금 밥을 먹는 나라를 만드느라 수많은 모순과 뒤틀림이 생겼다”며 “우리는 이 끔찍한 모순을 물려주고 갈 수밖에 없다. 우리 세대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 떠나야 한다. 이 속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하고 미래를 건설할 것인가는 젊은이들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지금은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는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시대다. 지금 인간은 대장장이가 피부를 부딪쳐 철을 다듬고 도공이 그릇을 빚듯 자신 주변의 일을 끌어안고 뒹굴 수 없다”며 “내 글쓰기의 목표는 인간과 세계를 가로막는 장벽들을 어떻게 제거하고 인간과 세계를 직접 맞닥뜨리게 할 것인가에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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