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졸업생들 갈 곳이 없다
상태바
신학교 졸업생들 갈 곳이 없다
  • 승인 2004.02.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실업문제가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이번 2월을 지나는 동안 각 신학대학원은 어김없이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대 교단인 예장 합동과 통합총회 직영 신학대학원에서 배출된 졸업자만도 2천명에 약간 못미치는 1,949명.

여기에 감리교와 기장측, 고신측, 성결교, 침례교 등 교단신학교를 비롯 연세대와 안양대, 천안대 등 종합대학교 내에서 배출하는 신학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목회자의 길을 가는 신대원 졸업자 수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하나님의 일꾼양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던 시대는 지나가고 이제는 교육받고 양성된 예비목회자 수를 걱정해야만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올 졸업한 총신대 신학대학원생 이증재전도사(졸업준비위원장)는 오늘의 현실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올 졸업한 M.Div.졸업생은 사실 전체가 전임전도사로 임용돼야 할 사람들입니다. 약 6백명이 당장 봄에 치러질 강도사고시와 이듬해 가을 목사안수를 통해 목회현장에서 부교역자로 혹은 개척자로 사역하는데 말이 쉽지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

신대원 졸업생 사이에서는 졸업자 중 60%만이 전임지를 구하고 나머지 30%는 선교사 혹은 교회개척, 10%는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말이 오가는 상황이다. 혼자 살아남아 견뎌야 할 정도로 예비목회후보생 세계는 현재 참혹한 분위기 바로 그 상태다.

총신대 황성철교수는 이같은 신학생 적체현상의 원인을 ▲신학교의 대책없는 학생 모집 ▲교단 소속 노회들의 편법적 목사안수로 요약하고 학교와 교단의 각성을 촉구해왔다. 그에 따르면, 총신신대원의 경우 교수과 학생비율이 1:107.50이어서 교수 한 명이 100명이 넘는 학생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신대의 경우는 조금 좋아서 그나마 1:58.49 비율이고 감리교 역시 1:62.83으로 집계되고 있다. 과도하게 선발된 신학생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3년이나 버티다가 보이지 않는 임지를 향해 방치된 채 한해를 또 맞고 있다.

졸업신학생 실업문제가 꼭 학교나 교단만의 책임인지는 더 깊이 생각할 문제다. 일선 목회현장에서는 정반대로 부교역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현동의 H교회, 봉천동의 S교회 등은 몇 년째 전임전도사를 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한다.

작은 교회에는 신대원생들이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을만큼 졸업생들은 교회를 고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치유하는 교회의 능력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상황에서 ‘준비되지 못한 신대원생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최근 목회현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신대원생은 제자훈련이나 소그룹훈련, 셀 경험 그리고 전도폭발훈련 같은 실제적용 가능한 훈련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올 예장개혁 서울측 개혁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황 아무개 전도사는 수도권지역에서 구하지 못한 사역예정지를 지방으로 눈을 돌려, 결국 전북 익산시에 있는 ‘규모있는 교회’에 전임사역자로 부임했다. 조건은 예상을 넘어 전셋집(방3개)보증금을 지원받았고 초봉 100만원에 도서비와 점심값, 전기세와 전화세, 도시가스비 등 유지비까지 지원받아 적어도 150만원을 웃도는 지원을 받게됐다.

황전도사는 다행히 전도폭발훈련을 다년간 받아 지금은 강사로 나설만큼 전문가로 성장했고, 앞으로는 셀 목회에 관심을 가지며 사역에 집중할 생각이다.

신학생 준비론을 강조하는 바람에 교회성장과 부흥에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 수급문제의 책임을 신학생에게 모두 떠넘기려는 생각은 부적절하다. 하나님 앞에 서원한 수다한 사람들의 진로를 교단과 신학교가 책임있는 제도정비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영호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