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제’ 도입한 총신…여학생 입지 더 좁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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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제’ 도입한 총신…여학생 입지 더 좁아지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4.26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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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양성' 집중하면서 “여학생은 전도사에 만족해야”?

총신대학교가 최근 학부와 신대원 과정을 통합한 7년제 커리큘럼을 도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학내 구성원들은 대부분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7년제 도입으로 인해 총신 내 여학생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총신대는 지난 3월 30일 신학부 4년 과정과 신학대학원 3년 과정을 통합한 ‘7년제 커리큘럼’을 내년(2017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7년제’는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4학년으로 진학하는 시점부터 적용된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은 학부 과정에서 인문‧언어학 분야를 대폭 강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신학과 1~3학년까지는 철학 역사 문학 등 인문학과 영어 히브리어 헬라어 등 어학 과정을 집중적으로 배우되, 희망하는 학생은 독일어와 라틴어도 공부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신대원 1학년 과정은 학부 4학년부터 배우게 되는데, 총신 신학부생이 신대원에 진학할 경우, 신대원 2학년때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모두 마칠 수 있게 된다. 신대원 3학년부터는 1년간 신학석사(Th.M) 과정을 집중해서 배우게 되고, 논문을 제출한다면 신학석사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

현재 학부 3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7년제 커리큘럼의 도입 소식이 전해진 뒤 캠퍼스는 축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학부와 신대원 과정의 ‘중복 교육’ 문제가 이미 30년 전부터 제기돼온 만큼, 7년제 도입으로 인해 학업의 질이 향상되고, 시간낭비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다는 것.

총신대 김영우 총장 역시 “선택과 집중의 시대에 7년제 커리큘럼 시행으로 통시적인 안목을 갖고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신학교에서 실시하는 경건훈련이 더해지면 이전보다 더 실력 있는 인재를 배출해 교단 발전과 교회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7년제 커리큘럼 도입은 신학부와 신대원을 통해 전문적인 목회자 양성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결정은 여전히 전체 학생의 10%를 차지하는 학부 및 신대원 여학생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신학부 여학생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이들이 목사 안수를 위해 여성안수가 허용된 타 교단 신대원으로 진학하거나, 학자의 길을 선택해 총신 신대원에서 나름의 길을 개척해 왔다. 그런데 7년제 커리큘럼이 도입되면 타교단으로의 이동이나, 신학자가 되기 위한 신대원 진학이 사실상 어려워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여성목사 안수가 금지된 교단 정서로 인해 총신 내 여학생들은 ‘비주류’로서 남성 목회자들을 보조하는 역할로 한정되어 왔다. 일부 여학생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지난 2014년 총신신학원 운영이사회가 목회학석사과정과 총회신학원의 입학을 차단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운영이사회는 “목사안수도 받지 못하는 여성 합격자 때문에 남성 목회자 후보생들이 탈락한다”며 여성의 신학 교육 자체를 원천 봉쇄하려 했지만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와 신학과 학생회가 반대시위와 기자회견을 열며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결정을 철회 한 바 있다.

총신대 신학부의 일부 교수들은 “신학과가 목회를 해야지 그냥 신학 공부만 할거면 다른 학교로 가라, 여학우들은 굳이 목회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른 신대원 가지 말고 전도사로 만족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 송년회에서 “이 교단(예장 합동)에도 여성들에게 안수가 이뤄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던 한 여성 교수가 올해 ‘강의 폐지’ 통보를 받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총신대의 ‘반 여성정서’가 극에 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여성안수에 대한 언급조차 금기시 되어 있는 교단의 상황에서도 신학교에는 여전히 많은 여학생들이 소속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학교의 목적을 ‘목사 안수’로 한정짓는 것은 여학생들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신대원 여동문회 등에서는 여전히 여성목사 안수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며 “내부 당사자인 여학생들이 의지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이번 ‘7년제 커리’도입이 오히려 여성목사 안수에 대해 다시금 쟁점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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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사 2016-05-01 10:13:26
그렇다면, 유아유치부, 유년부 초등부, 중등부, 중고등부에서 설교하는 여자전도사님들은 뭔가요? 교육부서 예배는 하나님 말씀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무조건 어른들을 중심으로 드려지는 예배만이 예배라는 말인가 보군요? 참 재미있네요. 남자들만 목사가 된다는 말은, 남자들만 목회할 수 있다는 말이지 않나요? 그런데 왜 교회에서는 여자 전도사님을 채용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