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의 상실,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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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의 상실,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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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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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과 하나님의 마음 (18)
▲ 안용준 목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현대예술을 진단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인간‘이 추구하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위해 그들의 영혼을 제물로 바쳤다는 극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여기서 새로운 아름다움이란 바로 예술가만의 관심을 의미하며, 그 관심은 탐미주의(Aesthetizismus)에 의한 흥미의주의 표현으로 치닫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주변의 사물과 인간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곧 ‘신’이 되었다가 ‘모래알’도 될 수 있는, 자신의 중심을 상실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근현대 특수한 예술현상을 거론하는 가운데 미술사연구에 혁신을 일으킨 사람이 한스 제들마이어(Hans Sedlmayr, 1896-1984)이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그는 오늘날까지도 미국과 영국에 영향력을 주고 있는 빈 학파(Wiener Schule) 출신이었다. 그는 여기서 ‘미술사’를 연구하는 방법을 습득하였다. 즉 예술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시켜 예술의 역사적 엄밀성에 감각을 키워나갔던 것이다.『중심의 상실(Verlust der Mitte)』(1948),『미술과 진실: 미술사의 이론과 방법(Kunst und Wahreit: Zur Theorie und Methode der Kunstgeschichte)』(1978) 등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특별히 그는 현대의 건축예술(Baukunst)에 관하여 기능적 구조의 편향주의를 비판한다. 전통적인 건축예술의 핵심인 회화성, 조형성, 장식성, 연극성, 알레고리적 요소들을 배제시킴으로써 스스로 미학을 포기하는 길로 걸어갔다는 말이다. 사실 20세기 초의 건축가들이 줄기차게 독창적이며 고유한 형태를 갈망하게 된 이유는 19세기 건축양식의 부재 때문이었다. 내용(이야기, 역사)이 없는 형식에 대한 맹목적 추구는 생각보다 심각한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제들마이어는 이제 수많은 예술가가 더 이상 진리에 대한 목마름 없이 자율성을 선포하는 왜곡된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진단한다. 추상적인 현대 회화의 나약함, 기초가 무시된 현대건축은 인간의 근원적 감성을 터치하고 나아가 목마른 영혼에 단비를 주기엔 부족하다. 그가 출판금지령을 받고도 쓴 논문들 일부가 수록된 『빛의 죽음(Der Tod des Lichtes)』(1964)에서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발전과정에서 더욱더 강도가 더해지고 있는 기술 지향의 정책으로는 그 특징이 소유한 긍정적 측면 못지않게 부정의 측면이 심각해지고 있다.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암흑의 세계를 넘어서 인간의 미래를 위해 희망의 미학을 열어가야 한다. 이것이 생명의 세계이다.”

요한복음 7장에는 초막절 마지막 날에 예수님이 성전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은 ‘생명의 빛’을 얻게 된다고 하셨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영생의 빛으로 사는 가장 가치 있는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육체를 따라 거듭나지 아니한 순수한 이성으로만 판단하고 활동하는 일은 오류를 만들어낼 뿐이다. 올바른 길은 성령에 의한 판단이다.

여기서 예수님을 빛으로 소개한 것은 초막절에 촛불로 예루살렘 안뜰을 비추던 풍속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예수님은 우리의 풍속과 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다. 예수님은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3:17) 진리를 통해 자유를 선물로 주시려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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