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 뛰어넘어 ‘인도적’ 대북지원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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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 뛰어넘어 ‘인도적’ 대북지원 펼쳐야”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5.11.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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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교회 연합기관 대표들이 말하는 ‘평화통일’의 방법과 과제는?

한복협 발표회,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한교연-한기총-교회협 대표들, 평화통일 위한 한국교회 역할 모색

한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8.25 합의’ 체결 뒤 최근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서 새로운 전환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수장들은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과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한국복음주의협의회(대표회장:김명혁 목사)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남북의 화해와 평화와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주제로 지난 13일 종교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이념을 뛰어 넘어 순수한 인도적 대북지원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적 지원으로 민간교류 활성화돼야”
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는 독일 통일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한국교회도 북한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나눔으로 통일의 문을 열 것을 조언했다.

양 목사는 “독일이 평화적인 통일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동·서독의 교회가 보여준 모습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며, “서독의 각 교회는 동독의 각 교회와 자매결연을 했고, 화해와 협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도움이 필요한 형제는 철저히 도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냉전으로 동독과 서독 체제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이질화 됐지만, 교회만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교감하면서 통일을 준비했다”며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이념적 관점을 넘어 복음 안에서 넓은 포용력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또 양 목사는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은 치열한 영적전쟁이 될 것이기에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한 세부적인 목회 전략을 설명했다.

먼저 양 목사는 “탈북자들을 통일 역군으로 도와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에는 약 2만 8천명의 탈북자들을 포용할 때 2,400만 북한주민들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탈북자들 한 사람씩과 결연을 맺고, 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통일과 북한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갑자기 다가올지도 모를 통일시대에 이들은 이미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선배로서 통일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큰 자원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양 목사는 “종교기관을 통한 인도적 대북지원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덜 받기에 기독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씨앗이 될 것”이라며 ‘기독교 NGO’를 통해 남북교류 활성화를 이룰 것을 제안했다. 현재 북한을 지원하는 NGO의 70%를 이미 교회가 감당하고 있다. 기독교 NGO의 순수한 인도적 대북지원 활동이 북한사회에 기독교에 대한 호의적인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의 ‘기도’를 당부하고 “독일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것은 기도였다. 남북통일도 하나님이 휴전선을 무너뜨려 주셔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통일 준비를 위해 해야 할 것 중에 중요한 것이 기도하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력한 통일 ‘기도운동’ 일으켜야”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 한기총 이영훈 대표회장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기독교적 입장에서 남북통일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라는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다”며 ‘복음적인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기도운동을 요청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이 제시한 화해는 수직적 차원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화해요, 수평적으로는 인간과 인간의 화해를 이루는 총체적이고 전인적인 화해였다”며, “한국교회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뿐 아니라 분리된 민족의 화해를 위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통일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역사와 주권으로만 가능하다”고 설명한 그는 “한국교회는 강력한 기도운동을 통해 ‘복음’으로 이뤄질 평화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교회가 민간 교류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며 정기적인 연합 예배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남한 교회 안에서도 통일을 위한 기도의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예로 “지난 8월 9일 서울광장에서 한국교회가 진보, 보수의 구분 없이 함께 모인 ‘한국교회 평화통일 기도회’는 이런 기도운동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또한 인도주의적 차원에 사회복지 선교를 실행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해소시키고 민족이라는 공동체 인식을 심어나가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인도주의적 지원과 사랑으로 전인적 구원의 복음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전체 교회가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적립하는 ‘기독교통일기금’ 마련이 제안됐다.

이 목사는 “대한민국의 광복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처럼 통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통일 후 북한에 교회를 재건하는 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가지고 재정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5만5천개 교회가 교회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모아 ‘기독교통일기금’을 만든다면 갑작스럽게 이뤄질 통일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셉이 7년 풍년 동안, 7년의 흉년을 위해 준비했던 것처럼 한국교회는 통일 시대 선교를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민족 이질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통일 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통합을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의 준비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념적 배타성 넘어 ‘사랑’으로 포용해야”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

 

▲ 교회협 김영주 총무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진정한 평화통일은 과정으로서 통일을 이해하고, 이념적 배타성을 넘어 ‘사랑’으로 포용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교회가 원수까지도 포용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할 때 6·25전쟁의 경험으로 한국사회에 깔린 ‘체험적 반공주의’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

김 총무는 “무조건 통일이 되면 잘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라며, “통일 문제는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남북이 무너져서 물리적 국토적 통일을 통해 하나의 정부, 하나의 국가, 정치체제가 세워진다고 해서 통일이겠는가.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3여년에 걸친 한국전쟁은 남북 모두에게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남북의 관계는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며 눈앞에서 부모와 형제가 죽임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이들의 분노가 얽혀 있는 것으로 단순한 사회적 갈등을 넘어선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당시 남한 사람들에게 반공은 생존이자, 곧 자기의 존재를 세우는 것으로 이를 체험적 반공주의라고 설명할 수 있다”며, “남한에는 이러한 전쟁의 경험으로 인해 승자 독식주의, 연고주의, 흑백논리 등이 동지적 연대를 결속시키는 끈이 되는 독특한 양상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자문한 김 총무는 한국교회가 이념적 논리를 벗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사회와 다를 바 없는 높은 이념적 배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사랑은 사랑할만 하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깔린 체험적 반공주의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을 실천할 때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말 사랑할 수 없는 존재를 사랑하겠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실천 공동체가 되겠다고 결단할 때 남북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다. 과정으로서 통일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북교회 간 긴밀한 협력과 교회 내 평화 교육을 강조했다. 김 총무는 “남쪽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각만을 모아서는 온전한 통일을 준비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통일의 문제만큼은 남북교회가 함께 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평화교육이 한국교회 교육의 주제가 되길 바란다”며, “반공교육을 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때 한국교회의 미래가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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