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통일 일꾼’ 낳는 ‘산파’로서 탈북자 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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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통일 일꾼’ 낳는 ‘산파’로서 탈북자 품어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6.02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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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가 먼저다 ⑮탈북자와 함께하는 ‘사람의 통일’
▲ 남북하나재단과 서울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제1회 탈북청소년 예비대학' 입학식이 지난 2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 개최됐다. 예비대학에는 탈북 청소년 30명과 서울대 학생 3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4박5일간 함께 숙식하면서 '멘토와 함께하는 공부방', '재외국민, 외국인과의 비정상회담!', 탈북 대학생 선배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제공=남북하나재단

흔히 남북통일을 이야기 할 때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정치적 통일’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들의 통합인 ‘내적 통일’, ‘사람의 통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사역 전문가들은 ‘사람의 통일’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곁에 와 있는 3만명의 탈북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성공적인 재사회화, 그리고 이들에 대한 남한사회의 수용을 통한 ‘내적 통일’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훗날 이뤄질 ‘정치적 통일’이 한반도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나아가 교회는 탈북자들이 정착을 넘어 통일의 주역으로서 역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산파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의무가 있다.

기독교연합신문이 분단 70년, 광복 70년을 맞아 연속기획으로 마련하고 있는 ‘화해가 먼저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곁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자립 실태를 살펴보고, 이들이 통일 시대의 일꾼으로 성장해 가도록 한국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사람의 통일’이 더 어렵다

이미 통일을 이룬 독일이지만, 구 동독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체계로의 적응은 가장 힘든 일이었다. 이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편입된 이후,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실직의 문제와 대량실업의 문제를 직면하게 됐다. 현재까지도 동독의 경제력은 서독의 80퍼센트에도 불과하고 실업률이나 생산성 면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25년이 지났지만 독일 사람들에게 양측의 격차 해소와 ‘재사회화’ 문제는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의 슈뢰더 교수는 독일의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간 물질적 격차를 극복하는 데만도 적어도 한 세대는 걸릴 것”이라며 “경제 격차 못지않게 더 큰 것은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간 사회 통합과 격차 해소가 장차 큰 문제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순 지원 넘어 재사회화 도와야

슈뢰더 교수가 지적한 남북 간의 물질적 격차 혹은 사고방식의 차이는 현재 탈북자들의 상황만 봐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남북하나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의 고용률은 53.1%, 실업률은 6.2%로 남한 전체의 고용지표보다 낮았고, 월평균 소득은 147만 원으로 남한 전체 평균보다 76만원이 적었다.

실천신대의 정재영 교수는 “탈북민들은 대부분 수도권과 광역시 등 도심 지역에 살고 있는데, 북한 시절부터 남한에 오기까지 과정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들은 취업이 잘 되지 않고 취업이 된다 해도 단순노동이나 비정규직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경제제도로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양식과 규범, 사고방식과 역사 해석, 삶의 가치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도 매우 크다”며 “이러한 문제는 결국 ‘사회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새로운 체제와 문화 속에 편입된 이들에게는 일종의 재사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회 등 여러 민간단체들이 탈북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가재도구나 생필품, 정착 보조금이나 장학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도구적 가치에만 초점이 맞춰질 우려가 있다. 정 교수는 “이제는 정착 지원이 지향하는 근본 가치를 되짚어보고, 보다 넓은 의미의 통일지향적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탈북민의 역량 강화로, 탈북민 스스로가 단순히 수혜자라는 인식을 넘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탈북민 통일운동의 현 주소는?

그렇다면 다가올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탈북민들의 통일운동은 어디쯤 와 있을까. 2012년 창립한 북한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마요한 목사, 북기총)는 현재 남한 내에서 기독 탈북인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연합단체다. 탈북민목회자연합회와 한국탈북민교회연합회, 탈북민교역자연합회 등 탈북민 교회와 선교단체로 구성된 북한기독교총연합회에는 현재 남과북의 목사 24명을 포함한 100여명의 교역자와 25개 교회가 소속돼있다. 초대회장은 남한 출신의 임창호 목사(부산 장대현교회)가 맡았지만, 올해부터는 탈북민 출신인 마요한 서울 새희망나루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시무하고 있다.

이 단체 부회장을 맡고 있는 새터교회 강철호 목사는 ‘통일시대 일꾼’의 역할을 천명하고 있는 북기총의 지난 4년에 대해 “기초단계를 잘 밟아가고 있다. 나름대로 올바른 선교 방향을 제시하고 사명을 재확인 하는 단계”라고 자평했다. 강 목사는 “통일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이 때에 누구보다 북한선교를 준비해야 하는 게 바로 탈북자들”이라면서 “한국교회가 북한 땅에 들어가서 선교를 하겠지만 분명히 혼란을 겪을 것인데, 탈북자들이 한국교회를 통해 겪은 시행착오를 북한에 들어가서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탈북민 목회자수련회와 임원기도회, 탈북민 구출 및 보호 등의 정기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탈북 청소년과 청년들을 통일한국의 주역으로 준비시키기 위한 콘퍼런스, 기도모임, 선교학교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강 목사는 “한국교회가 탈북자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탈북자 교회들이 다 영세하다보니 재정적인 부분이 많이 미약하다”며 “탈북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는 사람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말고, 일꾼으로 거듭날 수 있는 중요한 사람들로 보고, 미약하더라도 격려하며 세워주면 더 열심히 하지 않겠냐”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북한 위해 기도했지만 막상 오니 당황”

강 목사의 이야기처럼 현재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교회 차원의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몇몇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사역이 진행되고는 있을 뿐 교단이나 연합기관 차원의 지원은 찾기 어렵다.

그나마 예장 통합총회(총회장:정역택 목사)가 일 년에 두어 차례 탈북민 신학생들을 위한 위로회를 열고 장학금을 주는 등 정기적인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민 통일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지만 다른 대형교단들과 마찬가지로 탈북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회장:오성훈 목사)의 김영식 사무총장은 “한국교회가 북한선교를 놓고 오랫동안 기도해 왔지만, 막상 눈앞에 나타난 3만명의 탈북민들에게 제대로 복음을 전하지 못한 채 당황 하고 있다”며 “기도는 했지만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탈북민 사역은 이제 15년정도 된 ‘개척단계’이고 한 단계 진일보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라며 “어떻게 하면 한국교회 목회자들과 중직자들에게 ‘북한선교와 통일선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를 보편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지원-자립 모델 찾아야

기독경영연구원의 천상만 목사는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느냐는 평화통일의 시금석”이라며 “이들을 잘품을 수 있느냐에 따라 한국사회가 북한을 품을 수 있을지, 또 한국교회가 북한주민을 선교할 수 있을지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직업을 갖고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면서 가정을 이루어 살도록 해야한다”며 “그리고 통일 후 북한으로 돌아가서도 여러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일꾼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천 목사는 한국교회의 탈북민 지원 현황과 관련해 “일부 교회에서 교통비 내지는 생활지원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5~2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지원하기도 했다”며 “돈을 목적으로 교회에 나오게 되는 등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점점 현금을 주지 않는 추세”라고 전했다.

탈북자 사역 전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전용재, 감리회)에서 탈북자 관련 사역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탈북자 지원을 활발하게 진행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정치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수혜를 입은 탈북자들에게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한국교회의 지원이 성공적인 자립 모델을 도출해 내지 못한 것은 이들이 복음보다는 살기위한 방편으로 교회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교회가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열매를 얻기 상당히 어려운 사역이 탈북자 사역이다. 교회가 복음을 전하기 앞서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부터 진단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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