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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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방을 향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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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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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과 하나님의 마음 (1)
▲ 안용준 목사
성경은 열방(the nations)을 언약자손보다도 항상 먼저 언급하고 있다. 즉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민족들을 하나님을 아는 백성들 앞에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시기심 가득한 분노의 주인공인 가인의 후손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대를 이어 보여주고 있는 노아까지의 계보에 앞서고 있다.

또한 야벳과 함의 후손들 이후에 셈의 후손들과 이어 아브라함의 계보가 뒤를 잇고 있지 않는가. 여기서 우리는 모든 인류에 대한 생명을 선사하시려는 하나님의 보편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창세기 10장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복과 사랑이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된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이 세상’이다(요 3:16). 하나님을 사랑한 화가 박수근은 이웃과 민족을 사랑했다. 그가 애착을 가지고 그렸던 그림들은 자신의 삶의 무대였던 빈민촌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빈민들의 삶을 담은 작품들은 그의 실천적인 삶의 철학과 예술세계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말씀을 늘 생각하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휩쓸고 지나간 고난의 길에서 인내력을 배웠다.
 
박수근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참다운 인간으로 살고자 했다. 어머니는 일을 하러 나가셨는지 동생을 엎고 있는「아기 업은 소녀」(1954)에서 당시의 어려운 생활상이 아련하게 다가온다. 물끄러미 아래를 응시하는 소녀의 시선은 우리의 망가진 눈을 긍휼의 아름다움으로 회복시키려 한다. 생명과 아름다움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진리를 깨우쳐주기에 충분할 정도다. 그는 고난을 겪을 사람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박국 3장 2절에는 “진노 중에라도 긍휼을 잊지 마옵소서”라는 말씀이 나온다. 하박국이 하나님께 대한 찬양과 신뢰로 기도하는 제의시(祭儀時, liturgical psalm)이다. 당시 박수근이 겪었던 고난의 세상은 한국전쟁이라는 엄청난 사건의 결과였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진노하심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련만 여전히 자비로운 회복의 방법으로 일하고 계심은 우리에게 남겨주신 긍휼의 미학이라고 할만하다.

다가올 재난을 알고 있음에도 하나님 안에 자리한 하박국에게 기쁨과 평화가 있었듯이, 박수근에게도 하나님의 긍휼의 성품으로 가까이 다가서려는 신실함이 베여있었다. 하박국이 노래한 긍휼의 마음은 오로지 하나님의 성품과 신실하심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제 황폐한 상황이 그의 믿음을 방해하지 못하듯이, 박수근에게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기초한 긍휼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온유하고 따듯하다. 하나님과 솔직하게 대면하고자 했던 그의 마음이 작품 안에 긍휼의 미학으로 그윽하게 표출되는 것이다. 
 
키에르케고어(Søren Kierkegaard, 1813-55)에 의하면, 하나님께서 중간 언어(the middle term)로 계실 때만 우리는 이웃을 진정으로 발견할 수 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우리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의 원천이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없이는 이웃도 없다는 말이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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