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한 사람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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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한 사람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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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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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 안산 영광교회

“누군가 한 사람 만이라도 외쳤더라면….”

햇볕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광화문 광장에 천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천막 앞에는 노란종이로 접은 작은 배들이 놓여 있고, 그 주위에는 같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었다. 그 천막 안에는 몇 명의 중년들이 덥수룩한 수염이 자란 그대로 단식을 하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현장이었다.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단식하고 있는 이들의 건강이 염려가 되고 잠시나마 그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아내와 함께 광화문을 찾았다. 수학여행이라는 즐거움을 채 누리지도 못하고 바다 속에 죽어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하물며 부모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들의 손을 잡고 잠시 머뭇거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시 그냥 손만 잡고 시간이 흘렀다. 단지 그에게 건넨 말이 “많이 힘들지?”라는 말밖에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단식을 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멈추고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고, 그 때만큼 무기력한 나를 본적이 없었다.

지나간 뒤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 누군가가 “배가 침몰한다. 즉시 탈출하라”는 이 한 마디만 했어도 그토록 많은 사람이 바다 속에 수장되지는 않았을 텐데 하며 말이다. 그렇게 많은 선원들은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탈출했는데, 이 궁금함을 무려 100일이 지나도록 내 자신에게 되 물어보지만 결국 답이 없다. 만일 자신들만 구조되기 위해서였더라면 구조되고 나서라도 탈출하라고 외쳐야 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 모든 국민들이 계속해서 묻고 있는 질문은 ‘왜 자신들만 구조되고 다른 사람은 죽도록 버려두었단 말인가?’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배가 침몰하고 있으니 즉시 탈출하라고 말하지 못한 선원들을 비난하고 욕할 이유도 찾지 못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말 ‘사람의 탈을 썼다면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버려두고 자신들만 건짐 받았을까’라는 물음에 아무도 그들을 동정하고 싶지가 않다. 단지 ‘배가 침몰하고 있으니 즉시 탈출하라’는 그 한마다기 없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침몰은 마치 하나님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세상의 침몰, 즉 세상의 종말과도 같다. 주님은 세상에 오셔서 자기의 생명을 다하여 세상의 침몰에 대하여 외치셨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이왔느니라” 라고 말이다.

세상은 더 발전하고 더 경제적인 부를 누리고 있지만, 주님의 심판의 날은 점점 세월호처럼 이 땅에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 주님처럼 “세상은 침몰하고 있으니 어서 속히 죄악으로부터 탈출하라”고 외쳐야 한다. 주님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치셨다면, 침몰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면서 어서 속히 탈출하라고 누군가 생명을 바쳐 외쳐야 할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탈출하라고 말하지 않은 선원들을 비난하듯이 세상이 침몰해 가는데도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 한국 교회는 똑같은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선원들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을 버린 것처럼 어쩌면 교회가 자신의 보신을 위하여, 자신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세상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버리고 있지는 않는가?

주님은 자신의 생명을 바쳐 세상을 섬기셨다. 제2의 세월호처럼 세상이 침몰해가고 있다면 교회는 이제라도 침몰해 가는 세상을 향해 탈출하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말로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희생을 치른다 할지라도, 모든 기득권을 잃어버린다 할지라도 이제라도 분연히 일어나 외쳐야 한다.

아직 세상은 침몰하지 않았다.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이제라도 교회가 예수를 따라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놓고 외치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과 재산권을 내려놓고 세상을 섬겨 그들로 하여금 교회를 보고 세상의 죄악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하자. 언제까지 세월호 선원들처럼 우리만 탈출하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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