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일상의 생활신앙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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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일상의 생활신앙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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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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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웅 목사 / 동면교회

여름 수련회를 농활(농촌 봉사 활동)로 오는 교회들이 늘어나고 있다. 2박3일간의 프로그램도 아주 단순화시켰기에 집중 할 수 있어 좋다. 땀 흘림보다 더 좋은 일정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과 쉼의 순리에 따라 자연의 일부를 경험해 보는 것이다.

벌써 12년째 우리 교회로 농활을 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본다. 수원의 모 교회이다. 매년 중, 고, 청년들이 30여 명씩 봉사활동을 한다. 도착하자마자 뭐 할 것인지를 다 알기에 가족과 같기도 하고, 친구들도 고향에 온 느낌이라며 서슴없이 일 한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자연이 주는 치유의 능력이라고나 할까?

둘째 날, 오전 7시부터 친구들이 찰옥수수 따낸 옥수수 대를 낫으로 베어내 앞, 옆, 뒷집의 우사에 소 먹이용으로 가져다주는 일이다. 세 명은 낫으로 옥수수 대를 베어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옥수수 베어 낸 것을 줄지어서 어깨에 짊어지고 나르는 것이다.

두 시간 정도 일하고 나서 아침을 마당 식탁에 둘러앉아 노래 부르고 기도한 후 이야기 나누며 성찬의 식사를 한다. 그야말로 거룩한 밥상이다. 누구하나 밥을 남기지 않는다. 방금 전에 얼마나 애써야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는지를 몸으로 직접 알았기 때문이다. 밥과 모든 반찬 그리고 물까지도 맛있다. 꿀맛이다. 도시에서는 먹지도 않았던 것들이 여기서는 그냥 맛있다. 자연 있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잠시 쉰 뒤에 다시 일하기가 쉽지 않지만 친구들은 다시 놀면서 쉬면서 놀이삼아 일한다. 바라보고 있는 저로써는 그저 흐뭇해 입가의 웃음만 띄운다. 억지로 시키지도 하지도 않는다. 이 친구들은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한다.

친구들이 그렇게 일할 때 미처 따지 못했던 옥수수를 따 와서 양은솥에 한 아름 찰옥수수를 넣고 장작불 지펴서 삶아 놓는다. 점심 전에 아이들이 와서 뜨끈뜨끈한 찰옥수수를 손에 쥐고 먹는 모습 또한 진풍경이다. 서로 마주보고 웃으며 ‘야! 이거, 정말 맛있다’하며 서너 개를 뚝딱해치운다.

수요 저녁 예배를 친구들과 교우 어르신들과 함께 한다. 여름에는 늘 그러하듯 야외 마당에서 저녁 기도회를 한다. 탁자를 정리하고 촛대에 촛불 서 너 개 켜놓고 가만히 앉아서 마음을 모은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떼제 공동체의 찬미를 부른다. 큰 소리보다 작고 연약한 소리의 힘이 얼마나 더 힘 있고 아름다운 지를 경험한 찬미시간이다. 성서를 두 번 반복해 읽고 말씀 나눈 뒤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것이 침묵기도이다.

모두 침묵으로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마음을 모으는 것이다. 어떤 원함과 바램이 아닌 그분의 이름을 부름으로 그분만이 우리의 존재 근원이 되게 하시는 것이다. 10분 정도 했는데 의외로 친구들이 잘 따라 주었다.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그렇게 기도 한 후 주님의 기도로 기도회를 마쳤다.

각각 친구들 한사람 한 사람 소개를 하고 저희 교우 어르신들도 각각 자신들의 소개를 나누었다. 어르신들은 언제나 그러하듯 아이들에게 덕담을 들려주었다. 농촌을 잊지 말라고, 혹은 자연을 가까이 하라고, 어느 분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라면서 별들의 신비를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렇게 어르신들과의 마당에서 지낸 짧은 시간은 지나가지만, 아이들과 교우들에게는 천년과 같은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것이다.
짧다면 짧은 2박 3일간의 만남, 그러나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점점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몸은 힘겨웠을지라도 생각과 정신은 맑아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농촌과 자연이 주는 믿지 못할 신비로움이기에 더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더 개발되기보다는 보존되기에 맘을 모아 본다.

헤어지는 날 역시 옥수수 한 솥 삶아 봉지 봉지에 담아 땀 흘리고 수고한 정성의 대가로 선물한다. 더불어또 하나의 선물을 준다. 봉사활동 10시간 증명서를 면사무소의 면장님으로부터 확인증을 받아 각각에게 나눠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놀라워하는 친구들에게 그저 고맙기만 하다. 가장 큰 선물은 역시 거친 세상을 향하는 친구들에게 진정한 배려, 사랑, 나눔이 아닐까 싶다. 금번 휴가와 수련회가 어느 교회이든 가정이든 이렇게 맘 모아 본다. 시골로, 숲으로, 자연에로, 하나님에게로….

박순웅 목사 / 동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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