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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6.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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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해마다 6월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 남한 사회마저 동서로 나뉘어 사상적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된 아픔이 현존하고 있는 나라, 또한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는 정치인들로 국민들의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슬픈 현실들 때문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주일 새벽에 시작된 민족상잔(民族相殘)의 비극은 한국군 사망자와 부상자 60만 명, 북한군 사망자와 부상자 및 실종자가 80만 명, 남한 민간인 100만 여 명, 북한 민간인 150만 명에 달하는,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의 1/5이 피해를 입는 어마어마한 참극을 낳았습니다.

이를 개인별로 보면 한 가족에 1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고아와 장애인, 미망인 등 가족을 잃은 이산가족이 1천만 명이 생겨나게 되었고 지금도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수많은 이산가족들의 눈물이 이 땅을 적시고 있습니다.

서울과 평양의 거리는 약 250km 정도이며 자동차로 100km 속도로 간다면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거리를 64년이 지나도록 장벽에 가로막혀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1961년 8월 31일, 독일 베를린에도 장벽이 세워졌습니다. 43km의 철조망으로 시작했던 장벽은 점점 더 커져 150km에 이르렀고 28년간 독일을 동서로 나뉘게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막힌 담을 허무시는 분이시며 성령은 하나 되게 하는 영이십니다. 반면 사탄은 관계를 어그러지게 하고 단절시킵니다. 그리고 작게 시작한 관계의 단절은 점점 그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어 그 간극을 더 벌어지게만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 장벽이 미움과 갈등으로 세워져 시간이 갈수록 107km나 늘어나 무려 28년 동안 한 민족을 갈라놓아 버린 것입니다.

독일교회는 이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사탄의 역사와 인간의 탐욕과 죄악으로 세워 올린 저 장벽이 무너지기를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 1982년 동독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며 매주 월요일마다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모임은 매우 작은 모임이었습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통일을 위해 촛불을 켜고 기도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여 하나 둘 모여들던 사람들이 후에는 약 250여 명의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기도회가 되었고, 급기야는 1989년 9월 11일 월요일 저녁 기도모임에서 교회당 안으로 미처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까지 무려 2만 5천여 명이 모여 동독교회와 서독교회의 하나 됨, 성령 안에서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너무도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당시 동독 경찰과 군인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이들을 막아섰습니다. 상부에서는 발포명령까지 떨어졌습니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성령께서 놀라운 역사를 하셨습니다. 발포하고 진압해야 할 동독 경찰과 군인들이 오히려 교회의 편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통일을 위해 침묵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기도모임과 침묵행진을 시작한지 약 두 달 뒤인 1989년 11월 9일, 성령의 역사 가운데 마침내 독일 분단의 상징이었던 브란덴부르크 장벽이 무너져버렸습니다. 물론 세상의 역사가들은 다양한 이론을 펴면서 독일 통일의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영적인 시각으로 볼 때 이는 분명히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이며, 성령의 역사라 말할 수 있습니다.

남북통일에는 사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계산이 맞물려 있습니다. 주변국과 세계 여러 열강들의 패권과 이권, 그리고 남북한 정치 권력자들의 입장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갈라지고 나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죄악과 사탄의 역사이며, 하나 되게 하고 화해케 하는 영은 성령이시라는 것입니다.

지난 65년 동안 우리나라가 분단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채로 있다는 것은 한국 교회 안에도 어쩌면 그 장벽이 있다는 뜻일 지도 모릅니다. 기독교인들과 교회의 지도자들 안에도 아직 하나님 앞에 회개치 못하고 성령의 역사가 아닌 사탄의 장난에 굴복했던 불의한 모습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성령 앞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먼저 조국교회가 회복되고 하나가 되는 역사가 일어날 때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이 파급되고, 나아가 분단의 장벽이 무너져 서로 얼싸안고 하나 되는 기쁨의 감격을 누리는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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