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단체 사회적 공헌에 상응하는 자발적 투명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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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단체 사회적 공헌에 상응하는 자발적 투명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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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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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우 교수 (고려대 경영학)

종교인 납세자 문제는 지난한 해 교계를 달군 뜨거운 감자였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가 교인 과세 추진 계획을 유보함에 따라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경실련은 최근 이와 관련 ‘종교인 및 종교법인 과세의 쟁점과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관련 쟁점 사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사람의 주장을 정리해 실었다. <편집자 주>

종교인 소득을 과세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반복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에서만 문제 되고 있는 종교인 소득 과세문제는 논란 그 자체가 문제라 할 수 있다.

근래에 와서 종교인 과세문제가 되살아난 것은 작년 3월 박재완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의 케이블 방송 출연이 계기가 됐다. 방송 도중 앵커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질문에 박 장관은 국민개세주의를 언급하면서 ‘종교인 납세의무는 당연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이 한마디에 2012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한다는 보도가 등장했고 정치권과 당국이 바빠졌다.

종교인 과세 논란에 있어 일부 종교인은 종교 활동이 근로가 아닌 봉사이기 때문에 사례금 또는 목회비 명목으로 수령하는 금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종교인 합의사항이 아니다. 천주교에서는 1994년부터 성직자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해 납부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교회도 자진해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고용주가 원천징수해 납부하는 세금이다. 그러나 조직화된 대형 종교단체 이외에는 재정에 대한 회계기록도 분명하지 않고 사업자등록번호도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며 고용주가 누군지도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교인 과세 논란이 제기되자 일부 종교인이 자신이 부담할 정당한 세금을 문의하기 위해 세무서를 방문하는 사례도 발생해 세무공무원을 오히려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종교단체가 체계를 갖춰 사업자등록번호를 부여받고 회계시스템도 제대로 운영해야 종교인 소득에 대한 근로소득 원천징수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종교인 세금문제는 종교단체의 회계 투명성과 직결된다. 종교단체에 대한 재정보고 의무가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인 세금문제는 탁상공론으로 끌려 다닐 공산이 크다.

종교인 과세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세수증가 효과는 별로 없을 가능성도 높다. 중앙조직이 운영되는 천주교와 일부 대형 종교단체는 이미 근로소득세 납세의무를 이행하고 있고 정상적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은 주로 미자립 종교단체이기 때문이다. 이들 종교인에 대한 소득세 과세가 이루어지면 공적보험 정상화에는 기여하겠지만 면세점 미만의 종교인이 많고 오히려 근로장려금 수혜대상만 늘어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종교인 과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종교단체 기부금의 투명한 관리 및 수익사업에 대한 과세 정상화가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금은 적법 영수증을 발급한 부분과 영수증이 발급되지 않는 익명 기부금으로 구성되는데 이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이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것도 종교단체 성격상 쉽지 않다. 종교단체 중에서 일부라도 우리 사회에서 회계 투명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내부통제 및 외부감사 도입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현실에 맞는 회계보고 수준을 검토하고 세제실과 함께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투명성이 담보되기 전에는 작년 말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내용과 같이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금의 공제한도를 10%로 낮추는 조치를 궁여지책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종교단체 수익사업에 대한 납세의무를 정상화하고 고유목적사업과 수익사업 구분경리도 비영리법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종교단체가 헌신적으로 사회봉사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구성원들의 헌신적 희생이 일부 불투명한 재산관리로 인한 불미스러운 다툼으로 가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투명한 종교단체 관리를 위한 종교법인 법률의 제정도 검토돼야 한다. 세금혜택이 부여된 기부금 사용에 대해서는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수준의 투명성이 유지되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미자립 종교단체에 대한 회계시스템 운영을 돕기 위해 상급단체 또는 회계 시스템을 완비한 대형 종교단체에 위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종교단체가 사회적 공헌에 상응하는 투명성을 자발적으로 확립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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