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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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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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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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안산영광교회)

“나무들이 다 부러졌네!” 산꼭대기에 있는 나무 전체가 마치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오랫동안 산을 오르내렸지만 나무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부러진 모습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산꼭대기에 있는 대부분의 나무가 마치 갈대를 손으로 꺾어 놓은 것처럼 부러졌고, 덩치가 큰 나무도 뿌리째 뽑혀 나갔다.  정말 무섭고 끔직한 강풍이었다. 얼마나 강한 바람이었기에 이 엄청난 아름드리나무들이 뿌리째 뽑히고 부러졌을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어린 나무들은 대부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크고 강한 나무들은 대부분 다 부러지거나 뽑혀나갔는데 어린 나무들은 별 피해 없이 안전하게 보존되었으니 말이다. 초토화된 산꼭대기의 희한한 모습은 아직도 필자의 뇌리 가운데 남아 있다.

산 위에 있는 크고 강한 나무나 어린 나무 모두 동시에 강풍을 만났는데 어째서 큰 나무는 대부분 부러지거나 뽑혀 나가고 어린 나무들은 생존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강풍이 어린 나무라고 그냥 봐주고 넘어 갔을까? 아니면 크고 강한 나무는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해 초토화시키고 넘어 갔을까?

나무들이 부러지고 뽑혀나가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고개를 숙여주어야 한다’는 이치를 말이다. 고개를 뻣뻣하게 쳐들고 잘난 채 하고 있으면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혀나간다.

그러나 약간만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숙여주면 강한 바람도 어찌할 수 없이 스쳐지나가는 자연의 이치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자연도 겸손하고 허리를 숙일 줄 알아야 자기의 생명을 부지하고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성경은 우리에게 삶의 원리를 교훈하고 계신다.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고 말이다. 하나님의 능력의 손을 인정하고 그 분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야 말로 생명을 부지하고 생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아름다운 마음, 자신을 낮추는 것만큼 하나님께서 그를 높여 주시는 삶의 이치를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 역시 섬김을 받으려함이 아니요 도리어 섬기기 위해서 세상에 오셨다. 그 분은 온전한 삶을 드려 세상을 섬겼던 분이다. 하나님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추어 종의 모습을 가졌고, 그 분은 창조주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오셔서 많은 사람들을 섬겨주셨다. 성경의 가르침과 친히 본을 보이신 예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분의 제자가 되기를 기대하는 하나님의 사람들, 즉 교회 공동체가 따라야 할 모범이기도 하다.

교회 공동체는 이제 감히 오를 수 없는 높은 자리매김을 했다. 주님은 낮은 자리에서 겸손으로 세상의 친구가 되어 주셨지만 오늘의 교회는 어느 순간엔가 누가 높여 주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 있다. 교회 공동체인 교회를 섬긴다는 핑계로 계급적 직분이 생겨났고, 그 계급적 신분을 이용해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는 교회 지도자들이 생겨났다.

즉, 신분적 상승을 위한 직분자와 그것을 이용하려는 교회 지도자들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져 오늘의 교회 공동체를 부패하게 만들었다. 특권층을 위한 교회, 전통과 관습과 습관에 젖어 있는 교회, 세상과 관계없는 자신들만의 교회,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인정해 주는 교회, 세상으로부터 희망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세상을 절망하게 만드는 교회가 어쩌면 오늘날의 우리 교회의 모습은 아닐까?

자연의 이치도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숙이는 나무만이 비바람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면 오늘의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예수의 모습을 따라 오직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숙이는 겸손과 섬김만이 21C 지역사회의 희망이 되는 교회를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

성경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교만하면 패망하고 누구든지 겸손하면 하나님께서 높이시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크고 강한 나무였지만 결국 부러지고 뿌리째 뽑혀 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비록 어린 나무지만 머리를 숙일 줄 알고 허리를 숙일 줄 알아 생존할 수 있었다면 결국 겸손은 우리를 생존케 하는 하나님의 방법인 것이다.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자.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서 세상을 향하여 겸손하고 또 겸손하자. 지역 공동체 안에서 낮아지고 또 낮아지자. 하나님께서 그와 그의 교회를 더 높여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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