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마라를 정화시킨 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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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마라를 정화시킨 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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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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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목사 (의왕중앙교회)

성경 출애굽기 15장에 우물 마라(MARA)에 대한 기록이 있다. 마라는 이집트의 홍해바다를 건너 수르광야 길을 사흘 걸었을 때 만났으나 쓴물이라 마실 수 없었던 우물이름이다.

애굽에서 오랜 세월 종살이 하던 이스라엘의 자손들이 하나님의 사람 지도자 모세의 인도를 받아 애굽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홍해바다(Red Sea)를 가르시므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다를 육지같이 건넜고, 뒤쫓는 애굽의 군병들이 홍해바다에 수장되는 것을 보고, 해방과 신세계에 대한 부푼 꿈과 기대를 가지고, 수르광야 길로 들어섰다.

광야 길을 사흘 동안 걸어도 마실 물을 찾지 못하므로, 홍해바다가 갈라 바다를 육지처럼 건너고, 애굽의 군병들을 홍해바다에 수장시키는 환희와 쾌거의 감격은 사라지고, 죽음의 공포가 온 이스라엘을 엄습했다.

광야에서 사흘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 고통이 어떠하였을 것인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 때, 다행스럽게도 우물 하나를 발견한다. 사막 가운데서 발견한 우물 하나로 삶의 대한 의욕이 되살아났을 것이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그 우물은 쓴물, 마실 수 없는 마라의 물이었다.

감격이 순간 분노로 바뀌고, 백성들은 지도자 모세를 원망한다. 그래서 그 우물이름을 마라라고 했는데 ‘마라’란 쓴, 괴로운, 모진 고통이라는 뜻을 가진 히브리어다.

광야길 사흘 만에 발견한 우물의 물이 사람이 마실 수 없는 쓴물임을 알게 되었을 때, 백성들의 실망과 절망감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불과 며칠 전, 홍해바다를 육지처럼 건넜던, 그리고 자신들을 되잡아 가려고 뒤쫓아온 애굽 군병들이 수장 될 때 가졌던, 하나님과 모세에 대한 경외와 감격은 사라지고, 원망과 분노가 군중을 휩쓸었다.

이 상황 속에서 모세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막의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을 우러러 기도드리는 일 뿐이었다.

모세의 간절한 기도에 하나님의 응답은 마라우물 가에 자라고 있었을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한 그루의 나무였다. 모세가 그 나무를 우물에 던지니 마실 수 없도록 쓴 물이 순식간에 정화(靜化)되어 마실 수 있는 식수로 바뀌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목격한 광야의 목마른 백성들의 감격과 감사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 감격은 생명에 관한 감격이고, 살았다는 안도였을 것이다.

너무도 잘 아는 성경 속, 출애굽 노정(路程) 중의 한 사건을 이 작은 지면에서 장황하리만큼 소상하게 기술했다. 이 사건에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시는 큰 교훈이 있고,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손에 쓰임 받으면 비록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한 그루의 나무일지라도 장정만 60만이라고 밝히고, 전체는 200만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는 광야백성 이스라엘을 살릴 수 있었다는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도 마라우물가의 그 나무처럼 무명의 평범한 한사람이라도 하나님이 사용하시면 이 시대와 우리 교회를 살려내어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지금 한국 교회는 세속의 각계각층에 부패와 불신의 오염도보다 심각하다. 성직자가 성직자다움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다. 교회가 교회다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세상이 교회와 성직자의 보편적 기준을 가지고 교회를 향하여 교회가 교회다워지기를 충고하고, 총체적 부패를 추스르라고 당부하며 진단해 주고 있다. 오늘의 교회와 교회지도자와 사회의 시대정황이 마실 수 없는 마라우물의 모습과 같다고 비유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이 시대에 복음으로 몸부림치는 진실하고 신실하며, 거룩을 사모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우물 마라 주변의 무명의 한 그루 나무처럼, 하나님이 이 시대, 우리 교회를 정화하고, 말씀의 터 위에 예수님이 설계하신 교회를 회복하시는데 도구로 쓰임 받게 되기를 사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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