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교회, 1930년대 독일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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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교회, 1930년대 독일에 답이 있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7.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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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속 교회 다룬 ‘권력과 신앙’ 추태화 교수 인터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1930년대 독일 나치 시대의 행동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납득하기 힘든 것은 독일 교회가 히틀러 정권의 유태인 학살에 동조하고 지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그것도 부패한 교황청에 반발해 개신교의 깃발을 처음 내걸었던 독일 개혁교회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뭔가 쉽게 설명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최근 출간된 추태화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의 저서 ‘권력과 신앙 - 히틀러 정권과 기독교’(씨코북스 펴냄)는 이 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이다.

▲ 추태화 교수는 독일에서 13년 동안 유학하며 나치 시대 교회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이번에 '권력과 신앙'을 출간했다.
추 교수는 독일 뮌헨대학에서 기독교문학과 철학, 사회학을 공부하고 아우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일문예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특히 뮌헨에 있으면서 ‘현대역사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역사와 문화 분야에 대해 연구했다. 이 책은 13년간 유학을 하면서 틈틈이 모은 자료를 집대성 한 것이다. 

그는 독일의 나치시대(1933~1945)는 그 당시 뿐 나이라 오늘날까지 수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시대이며, 여러 가지 역설적 진실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독일은 기독교적으로 종교개혁의 나라, 인문학적으로 계몽주의, 고전주의, 낭만주의로 이어지는 근대 교양의 나라로 인류사에 그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고상한 문화 안에 반인류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전통의 종교인 기독교를 철저하게 유린하게 되었는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추 교수는 “권력과 신앙의 잘못된 만남 때문”이라며 “그 당시 히틀러와 독일 개신교 총회장 뮐러 목사는 정치와 종교의 최고점에서 각자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악수를 했다”고 꼬집었다. 결국 만나서는 안 되는 권력과 신앙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결탁했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히틀러는 교회를 공산주의로부터 보호해준다는 명목으로 기독교의 지지를 받아내고, 기독교는 히틀러 나치정권을 인정해주었던 것”이라며 “나치라는 괴물은 세계를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으로 몰아넣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 독일 나치정권 하에서 개신교회는 권력과 손잡은 이후 교회 건물은 보존했지만 신앙은 변질됐다.
그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많은 사료들을 수집하고 재구성했다. 특히 인문학자의 해석에 기대지 않고 생생한 자료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당시 교회의 결정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

책은 첫째 나치는 기독교를 정치에 어떻게 이용했는가, 둘째 교회는 나치의 사이비 기독교 정책을 어떻게 오해했는가, 셋째 민족 신앙의 토착화는 기독교를 어떻게 왜곡했는가, 넷째 독일적 사상을 가진 독일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탄압했는가, 다섯째 독일 기독교인들이 어떤 이유로 또 다른 독일 기독교인들을 탄압했는가, 여섯째 기독교는 정치를 이용해 어떻게 국가교회가 되려고 했는가, 일곱째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교회와 신앙을 지켜냈는가, 여덟째 교회의 정치 세력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등을 차례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최근 사회적으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한국 교회를 보며 과거 나치의 그림자를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추 교수는 “우리도 일제시대에 당장 교회의 안위를 핑계로 신사참배를 했다. 그 이후 공식적인 참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너무 정권에 밀착되어 있고 교회가 정치 세력화 되고 있다”면서 “일부 목회자들이 정치권에 추파를 던지고 거기에 가담하면서 복음적이지 못한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예배의 강단에서 정치적 호소를 하는 것은 나치와 악수한 독일 교회와 같다”며 “독일 교회의 사례를 통해 지금 우리가 반성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신앙적 양심과 저항이 결국 교회 전통과 복음의 핵심을 지켜냈다”며 “정권에 타협하지 않고 고난 받았던 신학자들, 감옥에서 순교했던 개신교 지도자들을 되살려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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