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김 일병,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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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김 일병,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내다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1.05.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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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자 사모 암 투병 수기, “다른 암 환자들에게 용기와 소망 주고 싶어”

“충성! 내 이름은 김 일병!”

나이 50세, ‘유방암 3기’라는 첫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으니 머리카락이 다 빠져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되었다. 목사 남편은 아내에게 ‘김 일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김 일병’은 현재 전북 익산에 위치한 여산중앙교회에서 시무하는 이경원 목사의 아내, 김인자 사모다.

“어? 이상한데? 조직검사를 받아봐야겠어요.” 방사선과 원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호한 표정을 지었고 이해가 안 가는 듯 초음파 사진만 쳐다봤다. 김사모는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딸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고 한다. 교인들은 울고불고 어쩔 줄 몰라 했다.

큰 병에 걸렸다는데 김 사모는 오히려 감사했다. 그들을 보며 하나님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그래. 받아들여야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펼쳐질 역사를 향해 돌진해 보자. 아자!’


# 김 일병, 훈련소 입영하다
암 투병을 하면서 대게 병원 입원실이 꽉 차 자리를 못 잡거나, 담당 주치의가 수술일정이 빡빡해 한두 달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 사모는 딸이 인터넷을 수소문해 3일 후 진료일정이 비어 있는 안세현 교수(아산병원)를 찾아냈다. 여전도회에서는 밤마다 특별기도회를 작정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수술이 잘되기를 바라며 김 사모를 위해 기도했다. 주일학교에서는 어린아이들의 기도, 밤엔 집사님들의 기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사랑과 기도의 힘이었을까.

수술 후 중간검사에서 백혈구 4400, 혈소판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다 정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모두가 놀라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보니 교인들은 유방암에 민들레가 좋다고 터 있는 곳마다 여기저기 민들레를 심어 뒀다. 입원중일 때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깜짝쇼를 하더니 퇴원을 하니 축하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김 사모는 “아직은 넘어야 할 고비들이 많지만, 가족과 성도들이 있기에, 너무 큰 사랑은 받고 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다시 태어난 듯한 새로운 마음과 하나님을 향한 변치 않는 사랑을 굳게 다짐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아직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허셉틴 치료(암세포만 공격한다는 주사)가 수십 차례나 남았는데 낙심, 절망과 두려움이 김 사모에게 스멀스멀 기어들었다. 김 사모는 자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김 사모가 다니던 내과 원장은 봉투와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모님 완쾌하시고 건강 주심을 믿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주실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심을 믿는다는 표현에 감동 받았다는 김 사모. 여러 가지 모습으로 구석구석 세밀한 그물막으로 보호해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그는 너무 감사했다.


# 까까머리 되다
수술로 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김 사모는 긴 시간과 싸움을 해야 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된 것. 그녀는 서울 아산병원으로 올라와 미용실에 혼자 가서 삭발을 했다. 까까머리에 예쁜 분홍색 모자를 썼다. 미용실에서 나온 김 사모를 보고 마중 나온 그의 오빠는 기어이 눈물을 보였단다. 올케는 “머리 깎으니까 더 예쁘다”고 위로하며 억지 칭찬을 했다.

항암 치료 1차. 10분 만에 7대 분량의 큰 주사가 들어갔다. 주사가 다 들어가니 코에서 시큼한 냄새와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현실로 다가와 몸소 체험해 보니 숨이 막히는 듯했다. 또 밤새도록 울렁거려 토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잘 참아낼 수 있었다.

서울까지 오가는 거리가 멀어 힘들었던 김 사모는 다행히 지방에서 항암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맺게 된 ‘예수병원’과의 인연.

김 사모의 병기는 수술 후 항암 치료 8번, 방사선 치료 30번, 허셉틴 치료 18번으로 허셉틴 주사는 1대에 300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치료제다. 허셉틴 주사는 한 번 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예수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기도 전날에 허셉틴 주사가 입고됐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예수병원의 방침인 목회자 특별할인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김 사모는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각본’이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으로 하여금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길 기도했다.


# 암과의 사투, 십자군 승리
본격적인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다. 33번 맞기로 한 방사선 주사는 28번으로 끝이 났다. 5번을 덜 맞게 되어 좋았는데 후유증으로 임파선이 부어 고생했다. 김 사모는 조용히 찬송을 부르며 마음을 위로했다. 그리고 ‘허셉틴’이라는 항암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총 18회, 값은 무려 5,400만 원. 다행히 다음 해에 주사 값이 많이 내렸고 예수병원 방침으로 20% 할인을 받았다.

김 사모에겐 끔찍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몸이 30초 만에 땀으로 범벅이 되어 하루에 1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자고 처음 사나흘 동안은 눕지도 못하고 거의 의자에 앉아서 숨을 헐떡이며 지냈다. 주사약이 들어가는 2시간 동안에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그리고 방사선 후유증으로 폐렴이 왔다. 매일 계속되는 기침, 열, 항생제 과다 복용으로 위장이 탈 나고 얼굴과 팔이 부어올랐다.

겨우내 항암 치료에 쏟아 부었던 6개월, 8차. 마지막 종지부를 찍었다. 8차 항암 치료를 무사히 끝내자 김 사모의 딸이 선물로 노트를 주고 갔다. 그동안 김 사모에게 일기편지를 써 온 것. 얼마나 속을 태웠는지 딸은 위출혈까지 생겼다고 한다. 김 사모는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딸 덕분이라며 목 놓아 흐느끼며 울었다고 한다.

김 사모는 “성도들의 극진한 섬김, 가족들의 사랑으로 암이 완치됐다”고 고백했다. 암과의 사투 속에서도 오히려 하나님께 감사했다. 생사의 기로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아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치유해주심을 믿었다. 그야말로 암세포와 싸우는 믿음의 십자군이었다.

한편, 김 사모는 자신에게 치유의 손길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아직도 암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다른 암 환자들에게 용기와 소망을 주기 위해 암 투병 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하나님과 김일병(도서출판 UCN)’은 2006년 9월 암을 처음 발견한 날부터 눈물겨운 투병기, 연속극 같았던 하나님의 놀라운 치유의 역사가 담겨 있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병’이라고 불리는 암, 그 험난한 암 투병 중에도 씩씩하게 믿음으로 이겨낸 김 사모의 용기를 담은 책, 그래서 눈가가 더 촉촉해지는 책이다. 또 김 사모를 위해 눈물의 기도와 사랑으로 섬기는 여산중앙교회 성도들의 가슴 찡한 이야기를 실었다.

김 사모는 “이 책을 접하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며, 특히 암 환자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용기가 되어 투병생활을 잘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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