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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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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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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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목사<기독교한국성서하나님의교회>

“수천 그루 나무도, 울창한 숲도 한 톨 도토리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1803-1882)의 말이다. 19세기 미국의 개척시대에 자연환경의 무분별한 파괴를 경고한 말이다.

그러나 150년이 지난 지금 그의 경고는 지구의 생물학적 질서의 붕괴에 대한 경고가 되고 있다. 올해 지리산 지역의 도토리 결실 표본조사 결과 지난해에 비해 결실량이 30-40% 수준이라고 한다. 지리산의 도토리는 반달곰과 멧돼지, 다람쥐, 청설모, 원앙새, 어치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주식이다. 요즈음 들어 멧돼지나 곰이 자주 인가로 내려와 곡식밭을 파손하고 벌꿀 통을 부수는 행위도 도토리 파동과 무관치 않다. 도토리는 2년이나 3년에 한 번씩 흉년이 들어 풍년과 흉년의 격차가 크다고 한다.

그러나 근래에는 그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준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는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를 좀먹는 도토리거위벌레가 급속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도토리거위벌레는 성숙하지 못한 도토리에 알을 낳은 뒤 가지를 잘라낸다. 그러면 그 알들이 숲의 낙엽 속에서 동면하고 봄에 부활한다. 이 도토리거위벌레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그 애벌레들이 월동 시 죽지 않고 번식하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도토리 파동은 단순히 배추파동이나 금융파동과 비교할 수 없는 지구촌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다. 배추파동은 수입하거나 증산하면 해결할 수 있다. 증권파동은 금융질서를 바로 세우면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도토리 파동은 지구의 생명질서 파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더욱 난감한 것은 배추파동과 금융파동에 묻혀 도토리 파동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다. 도토리에서 지구의 생물학적 미래를 보아야 한다.

서울의 야산에는 개미가 사라지고 있다. 낙엽이 썩지 않고 쌓이고 나비도 잠자리도 벌떼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황사와 도시 매연에 오염된 산성비로 인한 미생물의 멸종 때문이다.

북극의 빙산이 붕괴되고 알프스의 만년설이 사라지면서 호수가 마르고 처처에서 일어나는 지진과 가뭄과 홍수가 모두 도토리 파동과 무관치 않다. 인간의 오만이 낳은 문명의 바벨탑 때문이다. 도토리 파동 때문에 금년겨울의 다람쥐 살림살이가 무척 고단하겠구나.

다람쥐는 늦가을 도토리와 밤을 추수할 때는 일 잘하고 똑똑한 부인을 얻어서 부지런히 굴속에 겨울 양식을 저장한다.

그리고 눈이 쌓이는 겨울철에는 똑똑한 부인을 내어 쫓고 눈먼 부인을 얻어 좋은 것은 제가 먹고 벌레 먹은 것은 눈먼 부인에게 준다고 한다. 그만큼 겨울철 나기가 힘든 때문이다.

지리산에 눈이 쌓이자 먹잇감이 없어 산 꿩의 식구들이 굶고 있다가 소식 빠른 비둘기로부터 굴속의 다람쥐 집에 도토리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꿩과 비둘기가 다람쥐 굴속을 찾아가서 양식을 구걸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철 그렇게도 교만하게 하늘을 날며 다람쥐를 멸시하던 꿩과 비둘기를 못마땅하게 여긴 다람쥐가 꿩의 뺨과 비둘기의 머리통에 한방씩 주먹뺨을 쳐서 쫓아냈다.

그래서 지금도 꿩의 뺨에는 꺼먼 줄기의 손자국이 있고 비둘기 머리통에는 퍼런 멍자국이 있다고 한다.
한국이 IT강국이니, 한류의 문화강국이니, 스포츠강국이니 하면서 뻐기다가 지구촌의 자원이 고갈되는 문명의 겨울이 올 때 다람쥐 굴을 찾아가는 꿩과 비둘기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의 도토리 파동을 하나님의 경고로 믿고 창조질서 보존과 자원자산의 확보와 종자산업의 활성화에 한발 먼저 투자해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도 문화의 잎은 무성한데 성령의 열매는 해가 갈수록 흉년이다. 배추파동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도토리 파동이다. 그러나 그 어떤 파동도 성령의 열매가 흉작인 성령파동보다 더 심각한 파동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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