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 교회협 빼고 가자” 통합 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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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총회 교회협 빼고 가자” 통합 또 주장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08.3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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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 사무총장 “회원 교단 규모 작고 열악해” ... 통합 주도론 ‘솔솔’

늦어도 12월까지는 세계교회협의회 WCC 제10차 총회 한국 준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최근 한 회원 교단이 교회협을 빼고 가자는 발언을 또다시 언급함으로써 에큐메니칼 진영에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발언의 주인공은 예장 통합 조성기 사무총장으로 지난 25일 ‘한국교회 8.15 대성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복음주의권의 참여를 위해서는 교회협이 WCC 총회를 주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본지가 통합의 ‘WCC 총회 교회협 배제론’(기독교연합신문 1056호)을 단독 보도한 이후 기사 내용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던 조성기 사무총장이 공식 석상에서 교회협 배제론보다 한층 강도가 높은 ‘통합 주도의 WCC 총회’를 다시 언급한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WCC는 회원교단 중심이다. NCC는 권한이 없다”며 “한 줌 밖에 안 되는 NCC가 어떻게 WCC 총회를 준비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장과 성공회 등 다른 회원 교단의 경우 교단 규모도 작고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어 주도할 형편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감리교도 간신히 정상화는 이뤄냈지만 아직 법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 앞으로 어떻게 갈 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WCC 총회를 주도할 교단은 통합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한 줌 밖에 안 되는 교회협” 비하발언

통합이 교회협 배제론을 주장하는 주요한 이유는 복음주의권 포용 때문이다. 이왕 한국에서 개최한다면 WCC 회원 교단과 교회협 회원 교단이라는 한계를 넘어 복음주의권까지 한국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복음주의권 참여에 대한 의견은 통합, 감리교, 기장, 성공회 등 WCC 회원 4개 교단과 교회협에서 이미 합의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은 교회협을 빼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복음주의권에서 교회협을 싫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교회협이 빠지면 참여하겠다는 보수교단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WCC도 한국의 보수와 진보, 오순절 교회 등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교회협이 전면에 나서면 협력할 수 없다는 이들이 우리 교단 내에서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이 주도한다면 복음주의권의 대대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통합의 WCC 총회 주도론은 그동안 사무총장 개인의 생각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이와 비슷한 발언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통합측 내부 주류를 형성하는 상당수의 구상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지난 7월22일 예장 통합 95회 총회 부총회장 후보 소견발표회에 참여한 이성희 목사는 “타 교단 지도자로부터 ‘WCC 부산총회 준비를 NCC에 절대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다. 보수 교단들은 NCC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NCC는 WCC의 하위기관도 아니다. 앞으로 우리 교단이 NCC와 WCC를 차별화해서 부산총회를 주도해 나간다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성기 사무총장과 같은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 통합 "교회협만 빠지면 보수교단 다 온다" 주장

그렇다면 과연 통합이 주도할 경우 보수권 복음주의 교단의 참여가 가능할까?

최근 통합과 교단 교류를 진행하며 친분을 쌓은 예장 백석의 생각을 물었다. 백석 총회 이경욱 사무총장은 “우리 교단은 절대적으로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에 합류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2013년 열리는 부산 총회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교회협이 빠지고 통합이 주도한다고 해서 우리 교단의 입장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WCC 신학의 문제일 뿐 교단 간 관계를 위해 그저 중립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송윤기 총무도 “교단 입장이 정리된 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WCC 총회 개최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협 때문에 망설이는 것은 아니며 교회협 때문에 동참할 수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30일 WCC 신학에 대해 토론회를 연 예장 합신 역시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합신 역시 WCC의 신학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주장이 대다수였다.

강력히 반대하는 예장 합동과 고신, 고려를 제외하고 통합과 친분이 깊은 주요 교단에서 “교회협 때문에 WCC 총회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지난 24일 모인 예장 합동 WCC 대책위원회에서는 통합 때문에 WCC 총회를 반대한다는 여론이 감지됐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대책위원장 서기행 목사는 WCC 반대 문제를 “통합과의 샅바 싸움”으로 표현했다. 국내 장자교단의 두 축을 형성하는 통합과 합동이 WCC 총회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다.

합동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반대 결의문에도 WCC의 신학적인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은 있지만 교회협에 대한 논평은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통합이 주장하는 ‘교회협 배제론’은 직접 교단 이름을 듣기 전에는 그 근거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 WCC 총회 50억 든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연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한 기자들의 반박에 조성기 사무총장은 “다른 회원 교단이나 교회협이 주도권을 계속 주장한다면 통합이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그렇게 될 경우 50억원의 재정을 무슨 수로 감당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현재 한국 교회가 부담해야할 WCC 총회 재정은 ‘0원’이다. WCC는 단 한번도 주최국에 ‘돈’을 요구한 바 없다. 짐바브웨와 브라질에서 열린 총회에서도 WCC가 직접 재원을 마련했고, 어려운대로 회원 교회들이 십시일반으로 총회를 치러왔다.

단, 한국 총회의 경우 예외적으로 비싼 총회 장소를 섭외하고 주변 숙박 환경이 고가인 점을 감안해 한국 교회가 제3세계 교회를 위해 어느 정도 지원과 헌신을 각오하고 있다고 에큐메니칼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와 부산시의 지원으로 별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돈 때문에 통합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만일 조성기 사무총장의 이같은 주장이 통합 교단 전체의 생각이라면 WCC 한국총회 준비는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 유치를 신청한 WCC 회원 교단들은 모두 함께 하는 총회 준비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WCC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교회협 역시 한 걸음 뒤에서 총회를 맞이할 생각은 전무하다.
한국 교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에큐메니칼 진영의 균열이 알려질 경우, 총회장소가 바뀌는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또 한국 교회가 재정을 미끼로 WCC 총회를 좌우하려고 한다면 세계 교회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조성기 사무총장의 에큐메니칼 비하발언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교회협에 대해 “한 줌밖에 안 되는" 조직이라고 표현한 것은 회원 교단 책임자로서는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한 줌’ 발언은 에큐메니칼을 폄하할 때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알려져 있다.

한국 총회 준비 현황을 보기 위해 WCC 올라프 트베이트 총무가 방한하기로 한 시점은 오는 10월. 만일 에큐메니칼 진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국 총회는 어려울 수 있다. WCC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재정이나 규모가 아니라 크고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는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 정신’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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