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누리는 것이 진정한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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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아닌 공동체가 누리는 것이 진정한 복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7.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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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이 강조하는 소유와 축복의 의미

▲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무소유 VS 긍정의 힘’이란 주제로 제2차 신학캠프를 개최했다. 두레교회 오세택 목사가 기조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교회 헌금행위, 세속적인 복의 개념과 지나치게 밀착
성경적 ‘긍정의 힘’은 십자가의 ‘자기 부정’에서 출발

최근 ‘무소유’라는 책이 또다시 사회 전반에 걸쳐 관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계에서도 조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란 책이 많이 읽혀지고 있다. 하지만 종교를 떠나 두 책 모두 소유(돈)와 축복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지난 3일 ‘무소유 VS 긍정의 힘’이란 주제로 제2차 신학캠프를 개최하고 성경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소유와 축복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찾는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한국 교회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성경적 물질관을 제시했다.

▲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
‘헌금, 축복의 통로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는 고린도후서 8~9장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드리는 헌금의 참된 의미는 무엇이며, 성경이 말하는 복과 헌금과의 관계에 대해 조명했다.

먼저 조 교수는 “한국 교회의 헌금 행위는 현세 구복(求福)적인 한국의 토속 종교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성경이 말하는 복의 개념이 물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교회 헌금 행위는 토속 종교와 세속적인 복의 개념과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즉, 헌금의 의도나 목적이 성경적이지 않고, 거의 대부분 토속 종교의 세속적 개념의 복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목적 헌금은 성경에서 가르치는 헌금과는 차이가 많으며, 복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헌금을 드리는 경우 무속 신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교회 헌금이 늘고, 개인의 수입이 오르고, 사업이 잘된다고 해서 반드시 하나님의 복을 받았다고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질과 관련해 복을 저울질 한다”며 “기복 사상의 영향 아래 바알을 섬기며 잘못된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의 모습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바울은 예루살렘 교회의 가난한 성도들을 돕기 위한 모금과 관련해 헌금을 ‘은혜’, ‘섬기는 일’, ‘참여함’으로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바울이 말한 ‘은혜’는 하나님의 은혜를 본받아 행하는 인간의 은혜로운 행위를 의미한다(고후 8:1). ‘섬기는 일’은 가난한 예루살렘 성도들을 돕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여함’은 사람들과의 친교만이 아니라 교제를 가능하게 하고 원활하게 하는 구체적인 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고린도후서 8장과 9장에 나타난 각 교회의 모범적인 모금 활동을 설명하며 바울의 구제금 모금 운동은 디아코니아 운동이며, 은혜의 나눔 행위였다. 또한 지역을 초월해 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었다고 강조하며 성경이 가르치는 복의 의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교수는 “물질이 많아진 것이 반드시 하나님이 주신 복의 결과나 경건의 삶의 보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광야 생활에서 배불리 먹고 욕심껏 받았지만 결국 하나님의 진노를 받았다”며 “기도 응답이 항상 복은 아니다. 하나님의 복은 그리스도의 몸을 위한 것으로 공동체의 복으로 전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어떤 특정한 지체, 곧 개개인의 성도를 위한 복이라고 할지라도 그 개인이 소속된 공동체가 함께 누리는 것이어야 진정한 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개인의 복지와 안녕만을 위한 극히 제한적인 복의 간구나 추구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한국 교회의 실정에서 어떻게 헌금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교회의 형편에 따라 다룰 수 있지만 기본적인 사상과 개념은 다를 수 없다”며 “신앙 행위의 고백적 성격을 지닌 헌금은 바울이 강조한 것 같이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은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 권연경 교수(안양대)
‘바울이 들려주는 십자가의 긍정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한 권연경 교수(안양대)는 “긍정적 태도에 힘이 있다는 생각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신념의 효력을 재확인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것은 무엇을 긍정하고 무엇에 마음을 모을 것인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자신의 삶이 잘못된 가치를 긍정하고, 거기로부터 힘을 이끌어낸다면 그것은 생명을 향한 능력이 아닌 죽음을 향한 파괴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권 교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요약될 수 있는 바울의 복음, 즉 자기 부정에서 출발하는 십자가 복음을 중심으로 잘못된 가치를 형성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긍정의 힘’에 대한 올바른 성경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바울의 삶은 비천한 행보였다. 그저 무의미한 궁상에 불과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바울이 추구한 생명의 흔적들은 무익하기 짝이 없는 인간적 가치에 대한 집착을 버린 삶이었다”며 “십자가에 대한 바울의 긍정은 십자가를 통해 매개되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긍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돈이나 학벌, 영향력이나 사회적 배경과 같은 세상에서는 소중하게 생각되는 온갖 가치들에 대한 바울의 무관심은 십자가의 생명력을 드러냈다고 강조한 권 교수는 “바울의 삶은 얼핏 극단적인 부정의 삶인 것 같지만 실상 하늘의 생명에 대한 주저 없는 긍정의 결과로 나타난 삶의 자태였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바울의 삶은 무작정 삶을 부정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결코 염세주의자도, 금욕주의자도 아닌 삶을 긍정하는 사람이었다”며 “궁극적 삶을 긍정하기 위한 잠정적 부정, 혹은 참된 삶을 긍정하기 위한 거짓된 삶의 부정을 추구했던 바울의 삶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지나치게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긍정적 가치에 함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제2차 신학 캠프’에는 김근주 교수(웨신대), 전성민 교수(웨신대), 배덕만 교수(복음신대), 김동춘 교수(국제신대) 등도 발제자로 나서 △느헤미야의 개혁 △구약성경이 말하는 소유권과 사용권 △돈과 교회의 역사 △‘긍정의 힘’에 대한 신학적 비판 등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오세택 목사(두레교회)가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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