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자들, 설교준베 쫓긴다
상태바
한국교회 목회자들, 설교준베 쫓긴다
  • 송영락
  • 승인 2007.05.25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성 있는 설교준비 가능한 풍토쇄신 절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설교준비에 쫓기고 있지만 교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통 목회자들은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 주일예배, 주일오후예배, 심방설교 등 일주일 최소한 10회 이상 설교를 해야만 한다. 그만큼 깊이 있는 설교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반증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목회자들은 다른 목회자의 설교집이나 유명한 목회자들의 설교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목사도 기독교인터넷 방송 C3TV가 지난 17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설교세미나에서 “일주일 동안 기도하고 성경을 보며 설교를 준비하지만 설교시간에 시종일관 무표정 무감각한 눈빛으로 저를 응시하는 교인,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성경만을 뚫어라 쳐다보는 교인들은 제 마음에 커다란 돌덩어리이다”며 “설교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은 조용하면서 설득력 있는 이동원목사, 빠른 말로 정신없이 쏟아내는 전병욱목사, 쉬운 언어로 편안한 분우기를 연출하고 있는 김삼환목사의 억양과 제스처를 따라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 광역시의 한 목사는 설교로 교인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가 인기의 비결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은 일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J와 K 등 두 명의 목사의 설교 유형과 방법, 동작, 억양 등을 철저하게 연구 분석해서 소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때는 많은 목사들이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를 거의 그대로 본뜨다시피 설교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경상도 사람이 아닌데도 경상도 사투리로 설교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목회자의 설교 베끼기가 기독교계에서 크게 이슈화된 적이 별로 없다. 설교 도용 역시 공공연한 관행으로 용납되어 왔기 때문이다. 착한 교인들에게는 설교가 은혜로우면 그만이지 설교가 다른 목회자의 설교를 도용하였는지의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A 목사는 S 교회 P 목사의 주일 설교를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그대로 자신의 교회에서 선포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설교 원문을 그대로 자기 교회 강단에서 선포하고 싶지만 위험부담 때문에 이런 용기(?)를 내지 못한다.

 

대부분 목회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소위 짜깁기이다. 목회자가 본문을 선택한 다음 인터넷이나 설교집에서 관련된 설교 원문을 몇 편 선택하여 좋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편집 내지 짜깁기하여 자신의 설교인 것처럼 증거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가장 설교를 잘한 다는 이동원목사는 설교에 목숨을 걸고 있다. 월요일 본문을 정한 후 수십 번 본문을 읽는다. 화요일은 영어성경, 히브리어성경, 헬라어성경, 개혁성경 등등 다양한 성경을 읽어 본문을 어떻게 했는지 확인한다. 수요일에는 주석을 비롯한 참고도서를 통해 본문을 좀 더 깊게 이해한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기도와 함께 대지를 잡아간다. 토요일은 서론을 정하고 기도에 매달린다.

 

이렇게 완성된 설교를 값없이 베끼는 행위는 ‘도둑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고 없이 소득을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법과 윤리는 개인의 창의적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을 침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성경연구와 기도, 그리고 회중의 삶의 현장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몸부림을 통해 얻어진 독창적인 설교는 하나의 지적재산권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일반 학문의 경우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논문 표절의 기준에 대해 상당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학문의 경우 표절의 핵심은 다른 저서나 논문의 구절을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의 주장처럼 버젓이 사용하는 경우이다. 논문은 새로운 이론이나 학설 혹은 입장을 논증적으로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이는 표절에 해당된다.

 

하지만 목사의 설교 도용에 대해서는 어떠한 기준도 아예 마련되어 있지 않다. 목회자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이런 관행이 한국교회 목회자의 영적귄위를 실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설교는 하나님의 부름받은 말씀의 종을 통하여 오늘의 회중들에게 바르게 선포되고 정확하게 해석되고 효율적으로 적용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예배 가운데서 선포되어진 이 말씀을 통하여 성도들은 하나님과 늘 새로운 만남을 가져와야 하며 믿음 속에서 하나님의 자녀되는 확신과 구원의 은총을 계속 받아야 한다.

 

김덕수교수(백석대)는 “누가 일류 설교자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하나님은 등수를 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등수를 매길 뿐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설교의 순간이 생애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피를 쏟는 심정으로 복음을 전한다면 그가 일류라는 것이다. 돈도 못 벌고 유명하지도 않지만 설교 통해 돈 많고 유명한 사람들의 삶이 바뀐다면 바로 일류 설교자라는 것이다. 목사는 말씀을 연구하고, 거기서 현재 공동체에 계시되는 하나님의 뜻을 찾아내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명과 책임을 갖는다. 설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씀에 비추어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게 하고, 죄와 오류와 무력함을 보게 하고, 죄인을 사랑하고 구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깨닫게 하고, 그래서 자유와 생명을 얻게 하고, 참된 자녀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북돋아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것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바로 그 목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