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골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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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골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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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3.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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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목사<초동교회>


신문마다 열흘이 넘게 제 일면 기사로 등장하는 것이 국무총리의 “3.1절 골프” 사건이다. 언론과 정치권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바람 나게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 중이다.

국무총리의 총리직 사퇴로 마무리 될 것 같은 골프 파동은, 처음에는 3.1절에 지하철과 철도 파업으로 국민들이 말로 다 할 수 없는 불편을 겪게 되었는데 국무총리가 한가하게 골프를 칠 수 있느냐는 주장과, 무엇이 문제 되느냐, 국무총리도 개인적인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정도였다.

그런데 두 주장이 부싯돌이 되어 불꽃을 일으켰다. 막상 문제된 골프채를 잡고 끌어당기니, 함께 끌려 나오는 것들이 가관(?)이다. 내기 골프, 황제 골프를 치면서 공직자 윤리에 관한 공무원 행동강령을 어겼다는 것에서부터,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부정적 흔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마치 보자기 속에 과자 부스러기가 있었는데, 한두 마리의 개미가 들락날락해서 대수롭지 않은 마음으로 보자기를 펼쳐 보았다가 개미떼가 새까맣게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놀라는 느낌이다.

왜 사람들은 골프를 즐길까? 아마도 골프공이 홀에 들어가며 내는 “딸깍” 소리에, 그리고 골프채에 맞아 “따악!” 경쾌한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골프공에게서 삶의 현장에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며 자유로워지려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3.1절 골프에 끌려나온 것들은 거짓말, 속임, 불의, 부정, 비리 등 우리 사회의 추잡하고도 어두운 것들이다.

I. M. F.의 파도가 온 나라를 강타했을 때 프로 골퍼 박세리가 LPGA에서 우승한 일이 절망감과 좌절 속에 있던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이후, 골프는 국민들에게 성큼 다가왔고, 곳곳에 골프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후와 지형에는 골프가 적절한 운동이 아니라고 한다. 평지가 적은 우리나라는 18홀의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산림을 파괴하게 된다.

또한 골프장의 잔디를 유지보존하기 위하여 엄청난 양의 제초제를 사용하고,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들어 식수원을 오염시킨다.

뿐만 아니라 물에 녹아든 화학물질을 분해하여 식수로 사용하기 위한 정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환원되어 서민들의 가난한 지갑을 더욱 얇게 한다. 골프장이 홍수를 일으키는 한 요인이 됨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는 골프가 대중의 스포츠라고 할 수 없다. 유명 골프장 회원권이 수억 원이나 한다니, 서민들에게 골프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런데 이 골프가 이 나라를 흔들어대니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3.1절 골프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우리는 분노를 느끼면서 나라의 미래에 대하여 절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거 군사독제 시대였다면,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골프로 직위 사퇴를 말할 수 있었을까? 감추려는 것을 햇빛 아래 드러낼 수 있었을까?

우리는 3.1절 골프 사건을 통해 하늘 아래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백성이다. 세상의 기준이 적용되는 공직자들의 일도 감출 것 없이 모두 드러나는 때에 우리가 행한 부끄러운 잘못들이 하나님 앞에 감추어질 수 없음을 다시금 고백한다.

속속 드러나는 더럽고 추한 이야기 속에서 오히려 이 시대의 ‘희망의 씨앗’을 찾아본다. 그리고 오늘을 정직과 진실로 살아가며 신뢰의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리스도인들이 ‘희망의 씨앗’이 되어 정직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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