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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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는 일
  • 장경희 웰다잉 강사, 애도상담전문가(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06.14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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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⑬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은 잘 살기 위한 것이다. 언제가 찾아올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살아갈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죽음의 본질,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함으로써 삶의 경주를 끝까지 하게 하는 자살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웰다잉, 웰에이징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필자는 많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그 중에 가끔 자살고위험군인 교육생을 발견할 때가 있다. 몇 해 전 웰다잉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83세 남자 어르신은 아내와 사별 후 혼자 살면서 자살 시도를 하려고 준비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8명 이내의 소그룹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죽음 관련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 분이 자살에 대해서 자꾸 물으신다. 

“선생님.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살하면 안 되나요?”
그래서 자살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필자는 바로 물었다. 
“자살하고 싶은 적 있으신가요?”
그러자 “아내 죽고 나서 혼자 살면 뭐하나 싶은 생각만 들고…. 아들 둘 있어도 찾아오지도 않아서 몇 번이나 자살을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고 대답했다.
교육이 끝난 후 그분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필자는 바로 직접 물었다.
“혹시 자살 도구 갖고 계신 거 있으신가요?”
그분은 자살 도구를 진작부터 준비해서 갖고 계심을 털어놓으셨다.

그래서 자살하면 왜 안 되는지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자살하면 다 끝인가? 혼자 살기 외롭고 힘들다고 죽으면 끝인가? 문제가 해결되는가? 아니다. 자살하면 끝이 아님을, 본인에게도 더 큰 고통을 불러오며 남겨질 자녀들이나 사회에도 고통을 안겨줄 수 있음을 알려드렸다. 

이야기 끝에 그분은 자살 도구를 없애기로 스스로 결정하셨다. 약속대로 그날 당장 없애고 사진을 찍어서 그 결과 확인을 위해 나에게 보내 오셨다. 그 후 시간을 내어 그분 집을 방문하여 정말 다 없앴는지 확인을 했고 다시 한번 지지해주었다. 

그분에게 많은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한 사람이면 되었던 것. 사실, 그분은 나에게 “자살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 말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람은 벼랑 끝에 있을 때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으면 살 수 있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관심을 가지는 한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벼랑 끝에 있는 사람에게 지푸라기가 되어줄 수 있다. 예수님은 천하보다 한 생명이 귀하다고 말씀하셨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천하를 살리는 일이다. 누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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