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법제화 숙원 마침내 현실로…“교육 선택권은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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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법제화 숙원 마침내 현실로…“교육 선택권은 보장해야”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2.01.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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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1월 13일부터 적용
법적지위 확보, 학교 명칭 사용, 취학의무 유예
“대안교육 가치 훼손 않는 법 적용 지켜보아야”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올해 1월 13일부터 시행되면서, 그동안 학교 명칭조차 사용하지 못했던 대안학교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3개월만이다. 

지난 4일에는 오랜 논의 끝에 대안교육기관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최종 확정됐다. 대안교육기관 등록기준과 등록방법, 등록절차, 등록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 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 교원 자격요건 등이 법 제정 후속조치 차원에서 결정됐다. 

이제 대안교육기관이 정식 등록을 마치면 법적 지위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희망찬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기독대안학교들의 적극적인 대비와 참여가 요청되고 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1월 13일 시행되면서, 대안학교 학생들도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기독대안학교 이야기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1월 13일 시행되면서, 대안학교 학생들도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기독대안학교 이야기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이제 ‘학교’ 명칭 쓸 수 있다
대안교육기관법은 18대 국회부터 추진됐지만 쟁점 법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로 밀리기 일쑤였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합의까지 마쳤지만 정쟁에 휘말리면서 빛도 보지 못하고 폐기되는 억울한 일도 있었다. 결국 21대 국회에서야 통과되면서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이유로 설움을 당했던 대안교육기관 학생과 학부모들도 마침내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로서 대안교육기관법 제정에 앞장섰던 박찬대 의원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좁은 길을 갔던 대안학교 관계자들의 눈물겨운 헌신과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노력 때문에 법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획일적 교육의 폐허 속에서 대안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나드림스쿨 교장이면서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승욱 목사는 “모두가 가능성이 없다고 했을 때 우리는 좌절하지 않고 국회를 방문해 사람들을 만났고,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그 때마다 있었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에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만 존재했지만 이제부터는 대안교육기관도 정식으로 교육기관으로 인정받게 됐다”고 전했다.  

12개 조항으로 구성된 대안교육법이 갖는 역할과 의미는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하다.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는 것과 함께 가장 큰 의미는 ‘학교’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초중등교육법에 기반하지 않기 때문에 비인가 대안학교들은 학교 명칭 대신 ‘아카데미’, ‘스쿨’ 등 우회적인 표현만 쓸 수 있었다. ‘학교’를 사용하기라도 한다면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기 일쑤였다. 

또 취학의무 유예가 가능해진 것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의미가 크다. 그동안 비인가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관할 지역 학교에 찾아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했다. 학생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지만,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데도 일반 학교에 가서 신고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었다. 경찰관이 입회하는 경우도 있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필요한 위축을 경험해야 한다. 법 자체로는 학력 인정이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도 아닌 아주 소박한 법안이지만, 그동안 소외를 주로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진일보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교육과정, 학교 운영위가 결정
대안교육기관법이 시행되면서 교육청이 대안학교 운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독 대안학교들 가운데 신앙교육을 방해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안교육기관법과 시행령을 볼 때는 지나친 걱정일 수 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시행령 제정을 두고 대안교육기관 대표들은 건학이념이 훼손되지 않도록 교육당국과 치열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 

구체적으로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교육과정을 결정하도록 시행령에 반영하는 데 상당한 반대와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안학교 교육과정을 교육청이 온통 맡는다면 본질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행령에서는 대안교육기관 운영 자율성을 위해 운영위원회가 중심이 되도록 되어 있다. 운영위는 학부모 부담경비, 정규학습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 교육과 수련활동, 급식사항 등을 심의할 수 있다. 학칙 제·개정, 예산안 및 결산, 교육과정 운영방법, 교육자료 선정, 수업료 등 책정 등을 대안교육기관 운영위 자체적으로 맡게 된다. 

협의 과정에서 ‘학력 인정’을 대안교육기관측에서 빼려고 한 것도 흥미롭다. 학력 인정을 받게 되면 국가 의무교육과정을 포함하면서 교과목에 대한 간섭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 차영회 목사는 “대안교육기관법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경우는 법에 대한 내용을 잘 몰라서라고 할 수 있다”며 “이번에 확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대안교육기관 운영위원회에서 교육과정 운영방법 등을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감이 간섭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려는 경우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학교 건물 기준 면적을 확보하고 각종 등록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교육감은 학생명부를 제출받아 관리하면서 학생 안전과 학습권 보장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대안교육기관 등록을 위한 운영위원회가 구성되며, 위원은 교육감과 지자체 공무원, 교육감 위촉자가 임명된다. 

교원 자격은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취득하고 해당분야 2년 이상 실무경력, 담당 교육분야 4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어야 하도록 결정됐다. 

향후 대안교육 가치 지키려 노력해야
법이 시행되었다고 끝이 아니라 이제 법과 제도가 대안교육 현장에 잘 접목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앞서 언급했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영회 목사는 “법이 시행되면서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생길 경우 대안교육이 추구하는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각 지자체에서 대안교육기관과 관련법 조례를 제정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기독대안학교 관계자들이 반드시 논의 과정에 합류해 대안교육 가치가 위협받지 않도록 적극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야기학교 장한섭 교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어떻게 현장에 법과 시행령을 제도적으로 적용할지 여부가 앞으로 중요하다”면서 “교육청이 대안학교가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가운데 기존 공교육 관점에서 법을 적용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장은 “또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에서 재정 지원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예산을 볼모로 대안학교 설립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교육당국이 현장 대안학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해외 모범사례들을 적극 연구해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대안교육기관에도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획일적인 교육이 강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의 세금이 투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밀알두레학교 조유진 학생은 “대안교육기관법이 통과됐지만 일반학교와 비교할 때 여전히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권리가 많다”면서 “대안교육을 받는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이번에 제정된 법이 우리 학생들에게 실제로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교육당국에 요청했다. 

대안교육기관법을 모법으로 관련 법 정비도 과제다. 대안교육기관에 지급한 교육비에 대해서도 다른 교육기관과 형평을 맞춰 100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소득세법과 시행령도 개정돼야 한다. 이밖에도 지방세특례제한법, 학교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 요금 감면을 위한 수도법 시행령 등도 개정해야 한다. 공교육 시설에서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대안교육기관에도 적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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