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퀴어축제 개최…지나친 노출·스킨십 등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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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퀴어축제 개최…지나친 노출·스킨십 등 여전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6.13 02: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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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추산 1만 1000명 참가…큰 마찰 없이 끝나
▲ 서울시청에서 명동을 돌아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퍼레이드 행렬로 서울 시내 교통이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논란의 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지난 11일 ‘퀴어 아이 엠(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을 주제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서울 광장과 대한문 앞은 오전 일찍부터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대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소 같으면 한산했을 주말 오전이지만 역을 나서기 전부터 대형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북소리와 호루라기 소리가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엄청난 인파로 인해 통행이 어려웠던 것도 한몫했지만 12시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불쾌지수를 ‘극대화’ 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

▲ 올해 퀴어문화축제에도 과도한 노출이 빈축을 샀다.

인파를 뚫고 겨우 퀴어문화축제 현장에 들어섰지만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들은 불편한 심기를 가중시켰다. 척 봐도 앳돼 보이는 참가자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란제리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사람, 지나친 스킨십을 나누는 커플,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술과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음란만화들이 참으로 위태로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혐오를 멈추세요’, ‘사랑이 이긴다’ 등의 문구가 무색했다.

특히 올해는 '신이 성소수자를 사랑으로 지으셨습니다', '네 이웃 퀴어를 사랑하라' 등 기독교와 관련된 문구들이 유독 많이 눈에 띄었다. 이를 통해 동성애자 혹은 동성애 옹호론자들 사이에서 기독교와 관련된 이슈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감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수도 게이였다' 등 도를 넘는 문구도 등장해 일부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퀴어신학'과의 관련성 진단 및 경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 올해 퀴어문화축제에는 유독 기독교와 관련된 문구가 많이 눈에 띄었다.

행사 개막에 앞서 성소수자 기독인 합창단 ‘아멘더레인보우’가 합창을 선보였다. 이들은 찬송가 ‘날 사랑하심’과 자작곡 ‘사랑이 이기네’ 등을 부른 뒤 무대를 내려왔다.

이어 퀴어문화축제 강명진 조직위원장이 개막을 선언했다. 강 위원장은 “올해도 소란스럽지만 즐거운 우리들의 명절 퀴어퍼레이드가 찾아왔다”며 “주변에 시끄러운 혐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지만 위축되거나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즐기자”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 14개 나라 대사관이 참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장을 찾은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는 무대에 올라 “이 자리에 초대받아 영광”이라며 “당신이 누구든 여기가 어디든 만나서 반갑다. 즐거운 시간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와 함께 무대에 오른 프랑스 핀란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의 대사 혹은 부대사들은 “오늘 인권을 대변할 수 있어서 대단히 기쁘다”며 “초대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행사에는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와 무지개예수 등 진보 성향 개신교단체들도 참여했다. 특히 ‘성소수자 혐오와 배제 확산을 우려하는 감리교 목회자 및 평신도 모임’은 이날 기독교인을 위한 성찬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견고한 혐오와 배제의 벽을 넘어 저 적들과도 더불어 평화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무려 1만 1000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찾은 가운데,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퀴어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명동을 지나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행렬을 위해 주변 도로가 폐쇄됐다. 주변 교통이 한시간 가량 큰 정체를 빚었다. 행렬 가운데에서는 총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깡총깡총'의 깃발도 찾을 수 있었다.

7대의 선두 차량에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음악에 맞춰 선정적인 춤을 선보였다. 뒤따르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행렬을 구경하는 인파 속에서도 청소년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행렬을 지켜보던 서울시민 최명희 씨(52, 여)는 “저 사람들이 다 동성애자냐”며 “그렇다면 정말 충격이다. 애들도 있는데 저런 모습을 보여선 안될 것 같다”고 감상을 전했다.

▲ 퍼레이드 행렬 가운데서 총신대학교 성소수자 인권모임 깡총깡총의 깃발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또 다른 시민 김성순 씨(50, 여)는 “거북스럽지는 않다. 다들 생긴대로 사는 것 아니냐”며 “서울에서 열리는 단일행사로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서 퍼레이드를 하는 것은 근래들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해, 점차 변화되고 있는 시민들의 반응도 느낄 수 있었다.

국내 한 보수교단 신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최 모 씨는 “동성애가 죄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혐오 일변도로 나서는 것에 반감을 느껴 참석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승패는 어느 쪽이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려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도 부스를 열고 참가한 성공회 길찾는교회의 자캐오 신부는 “기독교는 기본적으로 축복하고 은총을 이야기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교회 안에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참석하게 됐다”며 “한국교회가 미래를 생각한다면, 공론장에서의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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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19: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