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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살 대학생 박연지 씨. 박 씨는 지난겨울부터 집 근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다가오는 여름 인도네시아 단기선교여행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학업에 알바에, 교회 봉사까지, 최근에는 선교지에서 선보일 태권도 시범 연습까지 시작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쁘다.
그녀는 또래 친구들이 같은 돈과 노력으로 해외여행을 갈 때 자신의 돈과 시간을 선교에 쓸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내년에는 취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름 단기선교는 가지 못할 것 같다. 대학부에서 떠나는 단기선교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 같은 청년들뿐 아니라 청소년과 장년, 심지어 유초등부에 이르기까지 여름 해외단기선교는 한국교회의 빠질 수 없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매년 여름, 공항을 가득 매우는 인파 가운데 절반은 단기 선교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열정’은 교회 안팎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교회의 ‘단기선교 열정’이 정작 현장에서 효과적인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지난 2011년부터 해마다 단기선교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온 미션파트너스(구 선교한국 파트너스, 대표:한철호 선교사) 산하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는 지난 2월 21일부터 25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시아 단기선교 포럼’을 개최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서울시 관악구 미션파트너스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럼의 결과를 한국교회에 발표했다.
“단기선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사용 될 것”
이날 모인 선교 동원가와 현장 선교사, 지역교회 목회자들은 단기선교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소중한 선교방식임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고 발언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윤호 목사(선한목자교회 선교담당)는 지금껏 21세기단기선교위원회가 걸어온 길을 소개하는 한편, 지난 2월 열린 포럼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선교분야는 단연 단기선교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정작 단기선교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았다”며 “21세기단기선교위원회는 애초에 단기선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서 출발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시대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시는 선교의 도구가 단기선교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이어 “보다 나은 단기 선교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월 포럼을 개최했다”며 “지금 이 순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많은 교회와 단체에서 단기선교의 형태로 선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2011년 발표된 통계자료에 따르면 매년 한국교회에서 단기선교방식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10만명이나 된다”면서 “이번 포럼에서는 이같은 단기선교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로서 2016년 한국교회에 걸맞는 창의적인 선교 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소개했다.
“현장 중심, 수혜자 중심 놓치지 말아야”
미션파트너스 대표 한철호 선교사는 “이번 포럼의 결과를 핵심적으로 표현하자면 단기 선교가 현장 중심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기선교의 기획과 사역내용의 결정은 파송교회와 현장선교사가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기선교를 진행함에 있어서 현장 선교사와 현지교회의 역할이 동등하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팀을 인솔하는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리더들은 특히 선교지 현장에 대한 이해와 존중하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선교사는 또 단기선교의 목적을 구분해 이에 맞는 맞춤형 단기선교가 실행되어야 할 것을 제시했다. 단기선교는 선교지의 필요성을 채우는 사역이 될 수도 있고, 교회의 필요를 채우는 사역이 될 수도 있지만 현지인들에 대한 배려가 사라질 때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따라 한 선교사는 선교지에 맞는 단기선교 매뉴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번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단기선교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많이 있지만 단기팀을 파송하는 한국교회나 현장의 선교사가 그 중요성을 객관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소홀히 여겨왔음을 반성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앞으로 각 선교지에서 단기선교를 위한 각 국가별 단기선교 매뉴얼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효과적인 단기선교사역의 실행을 위해 허브의 역할과 자료를 관리하고 제공할 수 있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채춤 태권도 뛰어 넘어야”
현재 태국에서 사역중인 GMS의 강대흥 선교사는 ‘필드에서 바라본 단기선교’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단기선교라고 하면 여전히 ‘부채춤과 태권도’의 이미지가 크다”며 “대부분의 경우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선교의 형태는 파송교회의 필요와 선교에 대한 인식에 따라 결정된다”며 “일반적으로 선교사들은 현장의 필요성보다 파송교회의 필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선교사는 또 “현지의 시각에서 볼 때 현재 한국계 단기선교의 영향력이 투입되는 돈과 역량에 비해 턱없이 작다”며 단기선교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단기선교의 목적이 선교사의 사역을 돕는 것인지 선교지의 교회를 돕는 것인지, 참가자의 선교적 삶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선교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해까지 지역교회에서 선교 담당자로 단기선교 사역을 진행했던 차요셉 선교사 역시 “짧은 준비기간과 잘못된 선교방법이 오히려 선교지 입장에서는 상처가 되고 방해가 되기도 한다”며 “한국교회의 높은 선교 열정을 올바른 방법으로 승화시켜, 복음의 씨앗이 잘 뿌려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 선교사는 몽골 울란바트르 인근, 문 닫은 수많은 교회들의 예를 들면서 “준비가 부족하면 주로 물질을 이용한 선교가 진행된다. 한국교회가 돈을 투자해 단기선교를 통해 짧은 기간 많은 교회를 세웠지만 현재는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짧은 기간 사역을 하더라도 준비를 충분히 하고, 현장과 소통하며 물질보다 한 영혼을 살릴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 단기선교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사역보다 영혼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할 것 △우리보다 그들의 관점으로 다가갈 것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중심으로 준비할 것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지난 2월 21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의 21세기 단기선교위원과 태국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 아시아 8개 나라의 현지 선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방콕 소재 크리스챤 게스트하우스에서 진행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단기선교 국가별 매뉴얼 제작할 것 △현장에서 단기선교를 위한 국가별 코디네이터 역할을 감당할 것 △단기선교의 바람직한 사례를 모아 추가 현장 세미나에서 소개할 것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자료를 보급할 것 △단기선교 표준지침과 설명서를 다국어로 번역하여 해당 국가에 지원할 것 등을 실천과제로 결의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베트남에서 2차 모임을 개최해 현장 사례와 단기선교 매뉴얼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