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NGO 북한주민 접촉신청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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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대북NGO 북한주민 접촉신청 막아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05.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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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제 ‘유명무실’, 기독교계 다수 참여 ‘북민협’ 반발…지난 10일 단체 신고접수

장기간 남북한 관계악화가 지속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가운데, 사실상 정부 기관마저 민간단체 활동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대북NGO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시스템에 북한주민 민간접촉 신고를 할 경우 신고 신청을 내려달라고까지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지난 1995년 북한에서 대규모 물난리가 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 본격화된 지 20년만에 민간단체 대북지원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북 인도적 지원만큼은 한목소리로 참여해온 기독교계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현실이 조성되고 있다.

기독교계 단체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회장:이제훈)는 통일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에 반발해 55개 회원단체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 남북교류협력시스템에 북한주민 접촉신고를 하도록 독려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상황이 점차 악화되자 북민협은 지난달 운영위원회를 열고 5월 10일까지 소속단체 전체가 통일부에 접촉신고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얼마나 많은 단체가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좀처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북NGO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통일부가 신고요청 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법에 명시돼 있는 ‘신고제’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남북교류협력법 제9조에서는 북한 주민을 만나거나 통신 접촉을 할 경우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통일부장관은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북민협 곽영주 운영위원장은 “유엔이 대북제재를 할 때에도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고 통일부가 원론적으로 말하지만 사실상 인도적 지원 자체를 막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문제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 통일부가 검토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여온 만큼 당분간 변화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한 당국의 요지부동의 대치국면을 이어갈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통일을 위해 민간단체들이 노력해온 성과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북NGO들은 한때 밀가루, 의약품 등 긴급구호물자를 주로 보냈지만, 교류협력이 강화되면서 농장, 의약품 공장, 병원 등과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중장기 개발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지원에 참여한 대북NGO들은 현지 시설들이 어떤 상황인지 점검조차 못하고 있다.

민간단체 교류는 남북한 관계자들이 만나야 이뤄질 수 있다. 그 전 단계가 팩스 등 통신을 통한 사전접촉이지만 통일부가 이마저도 수리하지 않고 있어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그간의 북한의 태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주로 대북NGO들은 북한 민화협, 조그련 등 종교단체, 무역기업 등과 연락을 주고받고 협력방안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남측 단체에 답신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고, 합의된 사항마저 별다른 설명 없이 합의를 깨뜨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남북한 민간교류 협력 주체 모두 정치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신뢰를 잃는 상황이 더 많아지면 결국 교류협력 주체들만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북한젖염소보내기운동 이관우 목사는 “남북한 강대강 대치국면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남북한 교류협력이 활발할 당시에는 사전접촉 유예기간을 1년까지 두고 실제 만남이 성사되면 사후보고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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