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교회에서 후임을 정하는데 민주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잘 이루었다고 기사가 났다. 청빙위가 제시한 서류심사는 부모님의 신앙 배경(5%), 성장과정(10%), 목회동기(10%), 신앙 간증(10%), 성령의 열매와 은사(10%), 사모의 역할(5%), 목회철학(5%), 목회비전(10%), 목회 계획(10%), 설교에 대한 원칙과 소신(10%), 교회행정의 역할 분담(5%)에 이르기까지 기준이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다. 더군다나 목사뿐만 아니라 사모 역시 심사의 대상에 넣어서 몇 가지 항목에 대해서 점수를 더했다고 한다. 이를 통과한 10명의 후보에 대해서는 영상설교에 대한 평가를 했는데 역시 구체적인 평가항목을 정해서 공정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3명을 추려서 교회에서 직접 설교를 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는 교인들의 투표를 거쳐서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장황하게 청빙절차를 소개한 이유가 있다. 이런 절차를 볼 것 같으면 이 과정은 나름 합리적이고 공정해 보인다. 교회가 이렇게 된 데는 이유도 있었다. 청빙위원회를 통해서 한 목사가 정해졌는데 교인 투표에서 통과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의 임원들이나 교인들이 다 동의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을 보면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교회의 목사를 청빙하는데 이렇게 경연대회 하듯이 해야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뽑듯이 수 십 명, 수 백 명의 목사들에게서 지원접수를 받고, 그들 가운데 한 명으로 모아지기까지 절차에 절차를 거쳐서 담임목사를 뽑는 것이 교회에서 정당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보면 너무 완벽해서 부정이 끼어들 곳도 없고, 정실이 끼어들 곳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목사가 그렇게 점수화되고 몇 번의 설교로 성도들의 마음을 얻어서 되는 것인가하는 의구심도 함께 남는다.
요즘 규모가 좀 있는 교회들이 새로운 목사를 청빙할 때면 꽤 공정한 절차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게 된다. 전임목사가 그냥 지정하거나, 또는 당회에서 논의하여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 공고를 내고 신청서를 받아서 절차를 거친다. 그리고 대부분은 공개설교를 거치고 교인들의 투표를 거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상처 받는 이들을 보게 된다. 그것은 그 과정에 참여한 교회의 성도들이다. 우리 목사님이 큰 교회 가시려고 그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어느 날 목사님이 다른 교회에 설교하러 가신다고 우리 교회에서 설교를 못하신단다. 그런데 그 설교가 그 교회의 평가과정이라고 하니 더 놀라운 것이다. 우리 목사님이 우리 교회를 떠나려고 다른 교회에서 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걸 지켜보는 성도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좋은 목사를 담임으로 모신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몇 십 년 동안 그의 설교를 듣고, 그의 가르침과 지도를 얻어야 하는 교회로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목사가 은퇴를 하고 후임을 구하는 과정에서, 또 그 후임이 들어온 이후에 교회가 분란이 나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들이 너무나도 많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보니 한국을 대표한다는 대형교회 11개가 소개되어 있었다. 그 중 8개 교회가 개척이나 부흥을 이끌었던 목사가 은퇴하고 후임을 맞았다. 그런데 그 중 5개 교회가 전임과 후임의 갈등, 또는 후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니 후임을 잘 모신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교회의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정답은 없다. 절차, 과정, 의도가 모두 옳아도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한국교회가 역사가 짧고 변화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청빙의 절차도 정해진 것이 없고, 경험의 축적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부족하다. 원로목사를 모시는 것도 교회마다 방법이 다르고 대우도 다르다. 정말 이 한국교회를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주시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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