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한번으로 인생의 당락 좌우 … 벼랑 끝에 내몰린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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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한번으로 인생의 당락 좌우 … 벼랑 끝에 내몰린 청소년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3.11.19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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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 ‘자살’
청소년 자살 충동 이유 … ‘성적, 진학’ 39.2%

“한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수능이 끝나고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 인생이 끝난 것 같다고 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온 것 같데요. 저희 반 분위기는 그랬어요. 수능 후에 한 동안 교실에서 웃는 친구들을 찾아보기도 힘들었으니까요”

수능을 치룬 고3 학생들의 반 분위기는 침울했다. 지난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다음날 경기지역 내 한 학교의 고3 수험생 교실에는 한 동안 적막이 흘렀다고 했다. 사상 첫 수준별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수능의 가채점 결과에 학생들의 희비가 교차했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됐다며 죽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긴 인생에 수능은 하나의 관문일 뿐이다’라는 친구들의 위로도 좀처럼 위로가 되지 않았다. 수능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을 향해 수년간 달려온 이들에게 수능의 실패가 무겁게 이들의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는 인생의 무게보다 성적의 무게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과 입시로 인한 큰 스트레스는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으며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 청소년 자살, 10년간 57.2% 증가

매년 수능 시즌이 되면 수험생들의 잇따른 자살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올해 2014 수능을 앞두고 재수 중이던 한 여학생이 아파트에 투신해 숨졌다. 수능 이후에는 수능가채점 결과를 비관한 한 여학생이 숨진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3년 통계청에 따르면 10~19세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지난 2001년 3.19명에서 2011년 5.58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10년간 청소년의 자살자 수는 57.2%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최근 5년간 청소년들의 우울증 치료도 57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자살 충동 이유로 ‘성적, 진학’이 39.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가정불화’가 16.9%, ‘경제적 어려움’이 16.7%, ‘외로움, 고독’이 12.5%, ‘친구 따돌림’이 7.1%로 그 뒤를 이었다.

청소년기는 어느 때보다 또래집단과의 친밀한 유대감이 중요하며 학업능력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확립해가는 시기다. 특히 학업성적의 저하 및 왕따 등으로 또래관계의 문제를 경험할 경우 무기력감과 함께 우울증을 심화시킬 수 있다.

국내 청소년의 자살률 증가 속도는 성인보다 빠르고 청소년들의 우울증 문제도 심각해 ‘위기의 덫’에 놓인 대한민국의 청소년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지역사회 주민 전체가 ‘생명 지킴이’ 돼야

전문가들은 성인 자살에 비해 청소년 자살은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정신적으로 온전히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수능을 비롯한 입시 스트레스,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

그로인해 청소년 자살은 개인의 문제행동일 뿐 아니라 국가정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 발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수능 직후 각종 일탈의 유혹에 시달리기 쉬운 청소년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7일 한국생명의전화 주최로 열린 '2013년 지역사회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예방 실천방안' 워크숍에서 오승근 교수(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학과)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지역주민 전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오 교수는 “가정에서 부모, 학교의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양성과정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가정과 학교를 둘러싼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생명지킴이로서 자살위험신호를 확인하고, 위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지역에서 자살위험이 높은 곳에서 근무하는 지역 주민들이나 종업원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 할 것”을 제안하면서 “지역사회 주민 전체가 생명지킴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자살 문제는 더 이상 청소년들의 내적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차원의 자살예방교육 및 생명존중프로그램 등을 통한 적극적인 대처가 청소년들을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 청소년 자살, ‘가정의 접근’이 중요해

청소년 문제 예방에 가정이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한국청소년바로세우기운동협회(대표회장 최낙중 목사) 주최로 지난 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생명존중포럼에서는 청소년문제에 대한 기본 해법이 가정의 화목에 있다는 것이 강조됐다.

‘청소년 지킴이’로 유명한 강지원 변호사는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가정과 사회가 연대해 지역공동체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문상담교사의 학교별 배치 및 학생을 보호할 법적 제도 개선을 통한 사회 안전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석 교수(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청소년 문제에 대한 기본 해법이 가정의 화목”이라며 “남편과 아내, 부모가 되기에 앞서 충분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수학여행을 가족캠프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경기 대명고등학교 상담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혜선 교사(33)는 “청소년들의 개인적인 우울의 문제나 대체적으로는 가정해체의 문제가 크다”며 “가정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혼자’라는 공허감으로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한 “입시를 앞둔 청소년들은 그로인한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현실과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과의 괴리가 심하므로 좌절감을 느끼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증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쟁 위주의 입시풍토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의 다양한 강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부모의 자세를 청소년 자살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 청소년지도상담사는 “대학 입시만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학생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부보다 말씀과 기도를 우선시 여기는 부모의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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