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명절 추석을 보내고 다시 교단 총회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예장 합동과 고신, 침례교와 기장 등 각 교단들은 세습에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납세에는 여전한 반대 입장이었다. 특히 합동의 경우 그동안 깊어진 교단 갈등과 내홍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총대들의 강경한 의지로 뜨거운 4박 5일을 보냈다. 책임자 문책까지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총대들은 “더 이상의 혼란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며 총대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살아있음을 경고했다. 침례교의 여성안수 통과 소식도 전해진 가운데 추석 후 열린 교단 총회 결의들을 이슈별로 묶어 보았다.
고신도 “아직 세습 문제 없는데 법부터 만드는 것 시기상조”
반성하고 고치려는 마음 있다면 이단도 용서 ‘신중론’ 부각
# 합동도 세습 반대에 힘실어
이번 교단 총회에서 ‘세습금지’ 관련 논의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 안건이 헌의된 대부분의 교단들이 적극적으로 세습 반대 입장을 정리한 반면 개혁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진 고신과 합신에서는 오히려 세습금지법을 부결시키는 결론을 내렸다.
결정이 엇갈린 이유는 세습의 심각성 인지 여부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장 통합이나 감리교, 합동 등 대형교회가 많은 교단에서는 이미 세습으로 인한 부작용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고신이나 합신 등 세습에 대한 논란이 전혀 없었던 교단에서는 굳이 법까지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예장 합동은 총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7일 ‘세습 불가’를 결정했다. 헌법 개정안을 다룬 것이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며, 추후 법안 마련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장 총회도 지난달 26일 교회세습 방지조항을 신설했다. 군산노회가 헌의한 이 안건은 교단 헌법 중 정치 제4장 목사청빙 조항에 ‘부모가 담임목사•장로로 있는 교회에 그 자녀(배우자)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예장 고신은 합신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일부 총대들은 세습관련 결의에 사회적 시선이 쏠려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고신도 결의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목회 세습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교회가 극히 일부이며, 전체 교회의 문제로 매도되는 것은 안 된다는 반대의견이 맞섰다. 고신은 결국 세습금지 관련 내용을 신학교수들에게 맡겨 연구토록 한 뒤 내년에 다시 다루기로 했다.
# 목회자 납세 ‘정교분리’ 위배
종교인 납세에 대해 이번 개신교단 총회에서는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장 통합만 사회적 형평에 따라 수용할 시기가 됐다는 보고를 받아들였을 뿐 합동과 고신, 합신, 대신 등 대부분의 교단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고신 총대들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예전처럼 목회자들의 사례금에 대해 비과세 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합동 세금납부연구위도 “정부는 지난 8월 종교인 과세를 확정 발표하고, ‘기타소득’으로 목회자들에게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우리 교단은 정부의 종교인 과세 시행 결정에 따른 배경 및 진행 상황, 행정 절차 등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타 교단과의 연합 등으로 교단의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목회자 세금납부 대책연구는 계속 지속되어야 한다”며 “오는 2015년까지 연구위원회가 존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해서 일단 종교인도 과세 대상에 넣겠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납세가 현실화되자 교계의 반대는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로부터 시작된 ‘정교분리’ 위배 논리와 ‘근로냐 사례냐’ 명확한 과세 기준도 없이 세수가 부족하니 일단 걷어 들이고 보겠다는 정부의 강경방침에 대한 반작용도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형교단 뿐 아니라 종교인 납세와 관련해서는 군소교단에서도 반대 기조가 통일되면서 2015년부터 세금을 걷는 것은 힘들지 않겠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 “이단, 반성한다면 기회주자”
이단관련 논의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단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1년간 노력해온 인터콥 최바울 선교사는 예장 합신총회에서 ‘교류금지’ 결정을 받았다. 예장 통합도 인터콥에 대해 예의 주시와 참여 자제를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가계 저주론을 주장했던 이윤호 목사는 총회 전 참회문을 발표하면서 화해에 나섰고, 통합과 합신으로부터 이단 해제 결의를 얻어냈다.
한기총 행정보류를 결정하며 선긋기에 나선 합동은 한기총 관계자 가운데 다락방에 대해 옹호 입장을 밝힌 인사들에 대해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강한 대응에 나섰다.
예장 고신은 세대주의적 종말론을 주장한 이광복 목사에 대해 일단 소명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고신 신학위는 “이광복 목사의 종말론에 대한 불건전한 세대주의적 해석과 사도신경에 대한 기본적인 주장을 교정하고 철회하지 않는 한, 그를 초청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이 목사로부터 ”고치겠다“는 서신을 받은 후 당사자를 만나보고 이단성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신중한 입장을 정리했다.
고신은 또 예장 전도총회(일명 다락방)에 대한 이단 규정과 참여 금지 결의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인터콥선교회(대표:최바울)에 대한 참여 금지와 예의 주시 결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 그 밖의 주요 이슈들
침례교가 전격적으로 여성목사 안수를 통과시키면서 여성 인권 관련 헌의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회 개회 후 재석인원 2/3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는 침례교에서 이번 여성안수 통과는 다소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전체 총대가 1천 500여 명이 넘는 가운데 불과 200여 명이 참여해 의결한 안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절차 상 하자가 없어 침례교에서는 사실상 여성안수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침례교는 ‘여성목사도 허용한다’는 기조 아래 규약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백석은 여성장로 안수를 헌의했지만 부결됐고, 기장은 교단 내 기관 근무자 여성 30% 할당제는 권고만 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장 교단 안에 있는 17개 상임위원회에 여성 1명씩을 두자는 안건은 통과됐다.
찬송가 관련 안건을 다룬 예장 합동과 통합은 새로운 찬송가를 한국 교회가 또 발행하고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합동은 현재 주무관청으로부터 법인 취소를 받은 재단법인 찬송가공회의 완전한 허가 취소를 위해 계속 전력하겠다는데 뜻을 모은 한편, 통합은 찬송가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논의를 위해 통합이 교단들을 설득해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결의를 내려 두 교단 간 팽팽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납세의 의무가 억울하면 국적포기하고 떠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