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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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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훈 목사 (안산 영광교회)

추석 명절이 다가오니 사택에 명절 인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자매가 신앙 상담을 겸해서 인사를 왔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그녀를 격려한 후에 돌아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파트 15층이라 엘리베이터를 한참 동안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그녀를 배웅했다.

문을 닫으려는 순간, 현관문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건전지가 수명이 다했나’ 하는 생각에 자세히 살펴보았다. 현관문에서 비치는 불빛은 정상이었다. 이상이 생겼을 때 울리는 비상벨도 정상이었다. 역시 건전지의 수명이 다한 것은 아니구나 하면서 이리저리 살피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건전지를 빼고 초기화 시켰다가 다시 작동시켰는데도 상황은 똑 같았다. 무려 1시간여 동안 아내와 함께 여러 가지 궁리와 방법들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조금 지치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이 방면에 잘 아는 집사님께 전화해서 부탁했다. 혹시 모르니 오는 길에 건전지를 사 가지고 오도록 부탁했다. 집사님께서 구입해 온 건전지를 넣는 순간 너무 허망했다. 현관문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일 건전지가 방전이 되었다면 현관문에서 나오는 빛이나 소리가 약해져야 정상이다. 문이 작동되지 않을 정도로 건전지가 방전이 되었다면 분명히 빛이나 소리를 통해 알 수 있어야 한다. 지난번에는 불빛도 약해졌고 경고음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한 시간 이상 아내와 더불어 씨름해 보았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처음 그대로, 충전된 건전지를 새로 넣은 모습처럼 불빛이나 소리가 전혀 차이가 없었기에 더욱 방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아내와 함께 의아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수리를 하러 온 집사님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돌아갔다. 집사님 역시도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건전지가 방전되면 반드시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 있다는데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만일 그 자매를 배웅하느라고 현관문을 닫아 버렸다면 꼼짝없이 집에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현관문을 열어놓고 배웅했기에 한 시간여 씨름은 했지만 문이 잠기는 황당한 일은 피할 수 있었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성도들이 교회에 잘 나오고, 봉사도 잘 하고, 헌금도 잘 드리고 하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모든 외형은 비록 정상이지만 그의 내면의 삶은 마치 방전되어 아무것도 작동되지 않는 성도들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교회는 가고 싶어야 한다. 그곳에 가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열매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성도들이 교회에 가고 싶어 하고 있을까? 아니면 혹시라도 하나님께 벌을 받을까봐 교회에 나가고 있지는 않을까? 교회에 가면 정말 사역이 재미있을까? 아니면 안 할 수 없으니까, 오랫동안 출석하던 교회이니까 하는 수 없이 사역하고 있지는 않을까? 사역을 통한 열매보다도 수십 년을 이렇게 해 왔으니까 어쩔 수 없어 하는 척 하고 있지는 않을까?

얼마 전, 부흥회를 인도하다가 문뜩 우리 교회 장로님이 생각났다. 다른 교회에 가서는 그 교회 장로님들의 은혜의 충전을 위해 땀 흘리고 외치면서도, 우리 교회 장로님들의 충전을 위해서는 이렇게 하지 못했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에 첫 날 집회를 마치고 장로님께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내 진심을 전했다.
외형적으로 충전된 건전지 같은 성도이지만 내면의 세계는 이미 방전되어버린 한국 교회 성도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씀과 은혜로 재충전되는 신실한 성도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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