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거래 동티모르 농민에게 ‘희망의 씨앗’ 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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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거래 동티모르 농민에게 ‘희망의 씨앗’ 돼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5.3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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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착한 경제 ‘기독교 공정무역’ <상>

▲ 한국YMCA는 100주년 기념사업회 출범식에서 10대 비전 중장기사업 중 하나로 공정무역 및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선택했다. 사진은 동티모르 현지에서 커피 가공 공정 모습.

커피 한 잔에 담긴 소외된 이웃 향한 사랑과 평등
중소형교회엔 원두수급·바리스타 문제 해결안 제시

다양한 상품을 생산, 판매하는데 공정한 가격 지불을 촉진하도록 돕는 공정무역. 기독교에 뿌리를 둔 한국YMCA와 기아대책,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등의 단체는 국내에 공정무역이 시작된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왔다. 이런 공정무역이 최근 국가 정책과 맞물리며 본격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공정무역을 진행하는 기독교단체의 현주소에 대해 진단해 볼 예정이다.

# 높아지는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
최근 공정무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2년 인천시는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공정무역 토론회 △공정무역 전시회 △공정무역 시민축제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서울시도 지난해 5월 ‘공정무역도시’ 추진을 선포한 데 이어 △공정무역위원회 출범 △공정무역 심포지엄 등을 진행해왔다. 두 도시에서 추진 중인 공정무역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있어 특히 기독교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 주목해왔다.

현재 두레생협이나 아이쿱생협, 기아대책 행복한나눔, 한국YMCA 등은 초기부터 한국 공정무역을 이끌고 있다. 취급 실태로만 본다면 두레생협의 경우 119곳에서 커피 및 올리브유를, 아이쿱 생협은 129곳에서 커피, 후추, 초콜릿 등을 공정무역 상품으로 거래하고 있고, 기아대책 행복한나눔의 경우 111곳에서 커피를 취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3일 창립 100주년기념 사업회를 출범한 한국YMCA는 중장기 사업인 10대 비전사업 중 하나로 공정무역 확산 및 사회적 기업육성을 설정해 중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YMCA는 지난 2005년부터 동남아시아 동티모르 사메 지역 로뚜뚜ㆍ카무라키 두 개 마을 500가구를 대상으로 공정무역 운동을 해오고 있다. 두 개 마을에서 생산하는 아라비카종 생두를 전량 수입, 현지 커피생산자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카페 티모르 조여호 대표는 이와 관련 “수입한 원두 30톤에 대해 선금 50%를 미리 현지 가구에 전달하기 때문에 농민들이 공정무역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두 개 마을에 △커피생산시설ㆍ보관창고 △원두 가공공장 △커피 가공장비 △운송 차량 등 생산장비 확보를 통해 달라지고 있다는 것. 제값에 거래된 커피콩으로 마을은 3개 학교를 리모델링했고 이제는 모자보건소 지원도 가능하게 됐다. 수익금이 현지 협동조합에 전달되기 때문에 공적자금으로 이어져 마을 공동체를 위해 쓰인다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공정무역은 농산물 작황 여부에 관계없이 동티모르 농촌 마을에 경제 안전망을 확보해주는 동시에 어린이나 여성에게 그 혜택이 이어지게 돕고 있다”고 전했다. 2002년 독립선포 후 인도네시아군과 민병대의 약탈 및 방화로 90%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고 전 국민의 3분의 1 이상이 사망한 동티모르의 아픈 역사의 후유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

# 교회와 공정무역의 접촉점
한국 교회와 YMCA 10대 비전사업 중 하나인 공정무역과의 접촉점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조여호 대표는 “사랑과 평등, 소외된 이웃에 대한 애정에 기초한 공정무역 자체는 YMCA가 지향하는 기독교적 정신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접점은 그동안 많은 관심을 받아온 교회 카페와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협동조합에서 찾았다. 교회 카페 운영에서 부족한 부분으로 인식된 전문성과 원두공급 등의 문제를 공정무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카페 예뜨레와 아라를 위탁운영 중인 카페 티모르는 로스팅한 원두 제공을 비롯해 바리스타 교육, 매장 운영 노하우 전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이 교회 카페를 중심으로 결성될 경우 커피원두 공급단가와 품질 부분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일반적으로 커피전문가들 사이에서 동티모르 원두의 경우 심미학적으로 커피를 머금고 넘겼을 때의 바디감이 좋은 것으로 평가돼 있다.

또한 그는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바리스타 교육에서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두 카페에 근무 중인 직원은 20여 명. 그 중 9명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속하며 2명은 지적장애우지만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교회 카페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취약계층 일자리 공급 측면에서도 교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YMCA는 공정무역 비전사업을 통해 교회 카페 관계자에게는 카페 실무과정 및 창업과정 등의 교육을 제공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은 우선적 기회를 부여해 교육비의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교회 및 인근 지역 내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뿐만 아니라 정규직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 또한, 교회 카페가 협동조합을 형성해 티모르 카페를 이용할 경우 바리스타 양성학교를 통한 전문가 양성과 적정가격의 원두를 확보해 교회 카페 정착에 도움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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