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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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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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1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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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목사 (은혜비사랑볕교회)

날씨가 좀 풀리면서 이사철이 돌아왔다. 돌아보니 나도 꽤 이사를 다녔다. 그런데 이사를 할 때마다 아내와 신경전을 벌리는 대목이 있다. 바로 책 때문이다. 목회자들은 책이 많다. 그런데 이사할 때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것이 책이다. 완전 포장이사를 할 재력이 없는 이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손수 책을 다 싸야 한다. 끈으로 싸는 것이 피곤하고 아프다. 옮기느라 힘들다. 또 부피도 많아서 이사비용 단가를 올린다.

책 좀 정리하라는 아내의 잔소리가 안나올 리가 없다. 사실 버릴 책들도 많다. 대학 다닐 때에 산 책들도 거기 있었으니까. 그러나 막상 책을 버리려고 보면 이렇게 책이 말한다. “난 너의 추억이야. 너 언젠가 다시 날 찾게 될걸?” 그래서 일일이 책들을 싸고 나르고 하는 고난을 자초하면서도 악착같이 책들을 버리지 않았다. 몇 번 겪은 후에 아내의 잔소리도 사그라졌다.

그런데 뉴질랜드로 이민목회를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뉴질랜드로 갈 때만 해도, 아니나 다를까. 나의 책들을 한 놈도 고아로 만들지 않았다. 그 먼데까지 다 싸가지고 갔다. 그때만 해도 세상물정 몰랐으니까. 그런데 이민목회가 녹록치 않았다. 게다가 개척교회였다. 한 3년 이민목회를 하면서 한국에서 30년 목회한 것처럼 진이 빠졌다.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너무 힘드니까, 웬만한 책들은 다 버리게 되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책들을 미련없이 책장에서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던 기억이 난다. 버려지는 책들의 비명에도 난 끄떡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힘드니까 버리게 되는구나. 미련도, 애착도, 집착도 다 사라지는구나. 고난의 의미가 바로 여기 있다. 엊그제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이현세라는 만화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술을 건배만 하고 마시지 않는 장면을 봤다. 그는 한때 엄청난 주당으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런데 술 한잔 당길 것 같은 그 좋은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도 그는 건배만 했지 입안에 털어 넣지 않았다. 술을 끊은 것이다. 왜? 지난 해 암에 걸렸기 때문이란다.

사람이 언제 몸에 해로운 담배를 끊고 술을 멀리하는가. 병에 걸리면 끊는다. “당신 이제 계속 담배 피면 죽습니다.” 이런 고난이 오면 끊는다. 그러다 좀 괜찮아지면 다시 피고 마신다. 한번 더 혼나게 된다. 비로소 술 담배에 대한 욕망을 버린다. 그런 분들을 많이 봐왔다.

신앙생활이란 뭘까? 평생 버리는 훈련이다. 죄의 씨앗처럼 타고난 모든 욕심, 미련, 집착을 버린다. 때로는 자존심도 버린다.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명예욕도 버린다. 영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 버리는데 도통한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버릴 때에 오히려 힘이 생긴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학교에서 발야구를 하다가 창피했던 기억이 있다. 내 딴에는 온힘을 다해, 저 앞에 주자들을 다 불러 모을 홈런을 하나 때릴 욕심으로, 굴러오는 공을 힘껏 찼다. 그런데 볼은 어이없게도 빗맞고 힘없이 아웃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너무 힘을 준 탓이다. 골프나, 야구, 축구, 권투 등등 모든 운동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힘을 빼라. 욕심을 버려라. 그때 오히려 힘이 생긴다.

왜 성경에서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고 하면서 고난을 통해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다”(시119:71)고 했는지 이해가 간다. 사람이란 고난을 통해서만이 버려야할 것을 버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이다. 고난주간이 앞에 있다. 예수님께서도 하늘의 보좌를 버리셨다. 세상의 왕이 되라는 유혹도 버리셨다. 그러자 하늘과 땅, 온 우주의 왕이 되셨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난을 겪은 후에야 뒤늦게 버리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고난이 오기 전에 이미 버려야할 것들을 버린 사람이다. 사순절에 생각해본다. 난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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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3-19 13:18:39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따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2:16~17).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버리고 뱀의 말을 따르게 될 때 죽음이 왔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것이 무엇인가 하나는 바로 아담이 먹고 죽은 선악 과실(선악과)이며, 또 하나는 먹으면 영생하는 나무(생명나무) 과실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구해야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