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뿌린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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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뿌린대로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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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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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최근 몇 년 동안 겨울철만 되면 경남 거제지역에는 대구 잡이가 대풍이다. 2002년에 3,500마리 정도 잡히던 대구가 최근에는 8만 마리 이상 잡히고 있다.

거제에서 대구가 이렇게 많이 잡히고 있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거제시에서 대구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사업비 12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252억만 대구알의 인공수정란을 방류했다.

겨울철 대구 잡이는 거제지역 어업인들의 소득 증대는 물론 겨울관광 상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겨울이 되어 기온이 뚝 떨어지면 거제 앞바다에서 잡히는 거제 대구가 겨울철 미식가들의 입맛을 본격적으로 유혹하기 시작한다. 때를 맞추어 거제에서는 대구수산물 축제가 외포리 외포항에서 열리고 싸고 싱싱한 대구를 먹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어민들의 삶을 여유롭게 하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요즈음 경제가 너무 어렵다보니 다양한 푸어(poor)들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먹고 살기가 힘든 가난한 사람들을 통틀어 그냥 푸어라 불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을 하고 있지만 수입이 적어 빈곤한 살림을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working poor), 집을 가지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 현재 세를 들어 살고 있으나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전전하는 렌트 푸어(rent poor) 등이 나타나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최근에 경제현안으로 떠올라 주목을 받고 있는 문제가 하우스 푸어다. 얼핏 보면 하우스 푸어 문제는 그래도 집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는 점에서 다른 푸어 문제보다 덜 심각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우스 푸어 문제가 발생되니 집 주인은 전세로 사는 사람에게 전세금을 대폭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해서 감당할 수 없는 이자를 보충하려 한다. 따라서 하우스 푸어가 많아질수록 랜트 푸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우스 푸어 문제가 심화되면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이것이 장기화되면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모기지 사태가 2008년에 일어났지만 아직도 미국이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하우스 푸어 문제가 터지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 상상을 초월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 문제의 1차적인 책임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에 있으며 아울러 부동산 가격을 부추겨온 정부와 부동산 투자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이용한 하우스 푸어들에게 책임이 있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해줄 때는 담보가치를 따지기 전에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상태를 분석해서 상환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신용상태를 따지기 전에 담보여부를 필수적으로 챙긴다. 담보가 없는 사람이 은행에 들어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어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도 담보가 없으면 아예 돈을 빌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니 주택담보대출보다 편리한 대출방식이 없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위험 부담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이자 수익을 올리고 그 과실을 나누며 누렸다. 정부는 취득세와 등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와 같은 세금을 넉넉하게 거두어들이고 사용했다.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이용한 사람들은 그동안 집값 상승으로 많은 부를 누렸다. 근로소득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부를 축적하고 누리며 상류층으로 행세를 했다. 불행하게도 하우스 푸어들은 이들 중에서 막차를 탄 사람들이다.

이에 반해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다. 젊은이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전세금이 올라 허리띠를 졸라 매고 고통을 참으며 더 못한 집으로 전전하며 살았다. 이들은 집값이 내리는 것이 소원이다.

하우스 푸어에 대한 대책이 어떤 것이든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그동안 누린 자들, 금융회사, 집 소유자들, 정부가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 뿌린 대로 거두어들이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성경의 원리다. “내가 보건대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나니”(욥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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