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신학, 신학이론과 함께 ‘현장성’ 잃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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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신학, 신학이론과 함께 ‘현장성’ 잃지 않아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2.0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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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실천신학의 방향성을 모색하다

▲ 한국실천신학회가 지난 1일 '실천신학의 학문적 위치와 미래'를 주제로 제47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일 동안 진행된 학술대회에서 실천신학자들은 한국 교회 안에서의 실천신학의 역할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실천신학 각 분야들의 고유한 특성 살리는 ‘귀납적 연구’ 필요
교회 정체성과 전문성 중심으로 목회현장에서 ‘책임’ 수행해야

예배, 설교, 전도, 상담, 교회행정, 교회성장 등 목회현장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는 주로 실천신학에서 다루는 영역에 속한다. 반면, 실천신학은 현장 중심의 영역을 다룬다는 이유로 성경신학이나 조직신학 등과 같이 이론적인 신학 연구가 미흡하다는 지적과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더군다나 실천신학 영역으로 분류됐던 분야들도 예배학, 설교학, 전도학, 목회상담학, 교회행정학 등으로 보다 세분화되고, 각각의 신학적 이론체계를 구성하는 등 포괄적 차원의 ‘실천신학’ 위치를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천신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한국실천신학회가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부평 카리스호텔에서 ‘제47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현대 실천신학의 학문적 위치를 진단하는 한편, 실천신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함께 논의했다.

이날 예장통합 측 신학대학을 중심으로 실천신학의 역사적 변천과 미래적 과제를 제시한 김세광 교수(서울장신대)는 실천신학은 신학적 정체성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실천신학자들은 소위 이론신학자들보다는 신학의 통전적 학문성과 교회성, 즉 전문적으로 분화된 학문 대신에 교회성을 유지하며 학문적으로 통합된 신학에 대한 논의들에 대해 적극적”이라며 “신학성과 실천성을 균형 있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천신학의 각 분야들이 세분화되면서 ‘이론이 있는 학문’임을 논증하듯 각 분야가 철학적 신학의 실천학문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천신학이 ‘이론 없는 실천’만을 다룬다는 오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의 이론적 체계를 세우는데 집중하는 등 학문적 연구에 함몰되다보니 실천신학의 최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신학의 현장성’을 잃어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만일 실천신학 안의 세부 전공들 간 긴밀한 대화, 나아가 성서, 조직, 역사신학과의 토의 없이 자기 영역 안의 전공 간 토론만 계속된다면 실천신학은 교회성과 현장성을 상실한 신학적 게토가 될 위험도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실천신학이 갖고 있는 최대 장점인 ‘현장성’과 ‘교회성’을 살리려면 실천신학을 다루는 교회 현장, 교단 입장, 신학교육 현장의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재동 교수(나사렛대)는 “실천신학이 하나의 통합적인 영역을 넘어 포괄적이고 체계적 범주로 이해하고, 신학 자체의 근본적 패러다임으로 보려는 연역적 경향에서 벗어나 실천신학의 각 분야의 고유한 특성에 근거한 귀납적 접근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즉,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실천신학의 개별 분야들이 각 분야의 구체적 실천성과 거기에 내포된 신학적 의미와 원리를 충분히 참여적으로 이해하는 가운데 통합적 실천신학과 신학 일반의 이해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예배학과 설교학의 실례를 들었다. 예배학과 설교학은 특유의 매개성과 통합성에 의해 다른 영역의 실천신학 및 신학 분야들과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따라 통합적 실천신학의 비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고유한 상징적 실천성에 의해 다른 실천신학 및 신학 일반의 해석학적 원천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교회와 세상 사이의 매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실천신학의 궁극적 목적은 신학 일반의 목적과 다를 수 없다”며 “신학은 뭐라고 정의하든 성육하신 말씀(그리스도)을 통해 성령님으로 자신을 나타내시는 하나님을 향해 있다는 방향성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실천신학이 지닌 한계성을 진단하고,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디아코니아(봉사), 교회성장학, 목회상담학, 예배학 등의 분야에서 실천신학으로서의 위상을 세울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김옥순 교수(한일장신대)는 “하나님의 자녀들과 교회들에게 맡기신 사랑의 실천행동인 ‘디아코니아’는 총체적인 신학에 속하며, 교회와 신앙인의 실천을 다루는 면에서 실천신학의 한 부분에 속하지만 그동안 한국의 신학교에서는 디아코니아 학문의 인식 부재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디아코니아(기독교사회봉사)의 목적은 복음에 기초하는 고유한 복지활동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사역에 있다”며 “디아코니아 고유성과 전문성의 과제를 해결해 주며,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디아코니아신학이 신학교 안에서 실천신학 영역에 하루 속히 제자리를 가져야만 한다”고 피력했다.

‘교회성장학의 학문적 특성과 실천신학의 방향’에 대해 발표한 최동규 교수(서울신대)는 “교회성장학은 실천신학에 좋은 방법론적 통찰을 제공해주지만 교회성장의 실천에서 방법론을 신학적 관점보다 중시하는 태도는 종종 이기적이고 비선교적인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왜곡된 현상을 낳았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현대 사회과학의 학문적 방법론을 활용하는 문제는 단지 교회성장학만 직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목회상담학에서의 심리학 활용, 전도학이나 설교학에서의 수사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들을 활용할 때도 사회과학 방법론의 활용 수준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 사회과학의 방법론 활용의 핵심은 해당 문제를 어떻게 신학적 관점으로 정리하느냐에 있다”며 “교회성장학이 사회과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장점에 비해 신학적 토대가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만큼 신학적 토대를 두텁게 마련하는 일에 힘을 더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순환 교수(서울신대)는 “실천신학이 취해야 할 중요한 태도는 사변과 논란에만 치우쳐 교계 혹은 목회현장 안에서 정작 신학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천신학적 지평 확대를 위한 예배학적 모색’에 대해 발표한 김 교수는 전통과 현대, 예배와 삶, 다양한 신학적 입장 간의 만남 등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신학의 열린 태도, 곧 ‘통섭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배는 단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만 아니라 더 나아가 공동체 혹은 사회와의 관계의 심도에 의해 그 의미가 강화될 수 있다”며 “삶의 현장과는 분리된 채 예배 의식 자체에 비중을 과도하게 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실천신학은 이론신학의 전제를 중시하고 그와 유관성을 긴밀히 유지해야 하지만 목회현장의 독특한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독자적이고 고유한 신학적 판단의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며 “실천신학의 학문적 위상 제고와 정립 시도가 향후 실천신학 제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활발히 일어나 이론신학과의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신학 전반의 궁극적 지평 확대의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천신학회는 학술대회를 마치고 ‘제18회 정기총회’를 통해 나형석 박사(협성대)를 신임회장으로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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