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불감시대(不感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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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시대(不感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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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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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요즘 정치권에서는 ‘봉투’가 화두이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과거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사무실에서 접수했다가 돌려줬다고 양심고백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 봉투를 돌린 사람은 그 외에도 쇼핑백에 다수의 돈 봉투를 가지고 있었다고까지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여론은 그 당대표 선거가 언제였느냐를 캐묻기 시작했고, 그래서 당선된 그가 누구인가를 밝히기 시작했다. 결과는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로 밝혀졌다.

그러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국회의장인 그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구체적 사안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국회의장 사퇴와 정계은퇴에 대한 요구로 보인다.

물론 정치권에서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가 도는 것은 아마 ‘관행’이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조직이고 힘이라고 생각했던 시절 선거를 치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돈을 모아 뿌리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돈 봉투를 돌리며 유세도 떨어보고, 그 돈 봉투를 받아서 기분 좋아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면서 세상에서 돈 쓰는 선거의 관행이 없어지고 있다. 선거철 돈을 받거나 식사접대를 받으면 그에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한다고 하고, 실제적으로 적발해 그런 처벌이 이루어지니 선거철 나오는 그 흔한 막걸리, 고무신, 시계가 사라진 것이다.

아마 정치권은 이제 당 내에서 이루어지던 돈 봉투의 관행이 없어질 차례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폭로가 이어지고, TV 토론에 나와서 자기 당의 치부를 드러내며 치열한 반성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다시금 교계를 돌아보게 된다. 교단 총회장이 되기 위해서 얼마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들어왔다. 물론 해가 지날수록 그 액수가 같이 올라가는 것은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것이다.

작년에는 자칭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에서 이러한 돈 봉투 이야기가 나왔다. 전임 회장이 나도 돈 봉투 돌려서 회장이 되었고, 자신의 전 회장도, 그리고 자신의 후임인 현재 회장 당선자도 돈 봉투 돌려서 회장되었다고 ‘양심고백’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잇달아서 그 봉투를 돌렸다는 사람, 그 봉투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양심고백을 했다.

물론 진정성에 의심이 있었지만 그렇게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서 밝혔으니 파장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양심고백을 한 전임회장, 양심고백의 대상이 된 회장 당선자, 그리고 돈을 돌리고 받았다는 사람, 그 아무도 책임을 느끼고 공직에서 사퇴를 하거나 공적인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전임회장과 회장 당선자는 오랜 싸움 끝에 서로 화해하고 잘 지내기로 했단다. 그래서 한기총은 정상을 찾았다고 하고, 이제 임기를 마치고 후임회장 선출을 위해 정기총회를 준비 중에 있다.

우리의 상식에서 가장 거짓말이 심하고, 부패가 심한 곳은 정치권이었다. 그래서 정치를 조롱하는 많은 조크들이 유행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정치는 당연히 그러한 곳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들의 무슨 일에도 또 그런가보다 하고는 넘어가고는 말았다.

그런데 정치권이 변하고 있다. ‘관행’이 정죄되고, 처벌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모든 전권을 주고 당의 미래를 맡겨 놓고 있다. 그런데 그 비상대책위원회에는 기존 한나라당 인물들이 아니라 당 외의 사람들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다.

즉 자신들이 철저히 변하기 위해서 모든 기득권과 관습을 포기한 것이다. 정말 ‘환골탈태’라는 말이 맞을 정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곳에 있고,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공감대가 그곳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상대책위원회도 만들고, 현 국회의장에게 당에서 사퇴하고 정계은퇴하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가 이것을 못 따라간다면 말이 되겠는가. 도덕이 불감(不感)되어 사회에서도 안 하는 돈 봉투 선거를 일삼고, 범죄자들끼리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들은 관여하지 말라고 하고, 이들을 또 제재하고자 하는 공기관조차 없으니 도대체 한국 교회의 도덕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올 한 해 교회에서는 또 크고 작은 선거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선거들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드러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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