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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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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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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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예수로교회>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오른 선조 임금이 시장하던 차에 처음 보는 생선을 먹게 되었다.  아주 맛있게 먹은 선조가 생선의 이름을 물어보니,‘묵'이라고 했다. 맛에 비해 생선의 이름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선조는 그 자리에서 ‘묵'의 이름을 ‘은어(銀魚)'로 고치도록 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궁궐에 돌아온 선조가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청해서 먹어 보았는데 전에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실망한 선조가 이 은어를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명하여 그 생선의 이름이 ‘도로묵'이 되었다고 한다. 이 ‘도로묵'이 후대로 전해 내려오는 와중에 ‘도루묵'으로 편의상 발음하게 되었고, 그 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애쓰던 일이 헛수고로 돌아갔을 때 ‘말짱 도루묵이다'라고 관용적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요즘 보도를 접하다보면 시중에 도루묵이란 풍자어가 유행이다. 가계부채 때문에, 등록금 때문에, 부동산 때문에, 지역마다 염원사업들이 물거품이 되어, 도루묵이 됐다고들 한다.

6월은 호국의 달이다. 현충일이 있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선열을 기리고, 6·25가 있어 동족상잔의 아픔을 기억하고 되새긴다. 현충일을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날로 아는 아이들이 있고 6월은 투쟁의 달이고 사회적 모순을 일거에 뒤집는 혁명의 달로 꿈꾸는 무리들이 있다면 우리의 공교육은 도루묵이 된다. 작금 북한 당국의 행태가 예사롭지 못하다.

지난달 30일에는 갑자기 남한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일방적 성명을 발표하더니 이어 1일에는 국제간의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그간의 남북 당국 간 비밀접촉사실을 폭로하여 우리 측을 능멸 당혹케 하고 2일에는 금강산 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하여 기존 현대의 금강산 관광독점권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삼국에 개방하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기존의 대북 정책기조가 송두리째 도루묵이 되는 듯한 허탈감에 우리 모두를 황당케 한다.

이제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체제라기보다는 세습왕조의 독불장군 체제로 변모했다. 이젠 생존을 담보로 왕조를 확립하기위해 고농축 우라늄(HEU)핵폭탄을 이용한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중국이나 미국도 이런 북한의 핵개발 강행의지를 저지할 마땅한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계산된 노림수로 주도면밀하게 뭔가를 획책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련의 몽니와 공갈협박에 전전긍긍 맞대응하기보다는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예측 불가한 망동에 의연히 대처하여야할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경성하여 기도할 때이다. 연일 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촛불 집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대학생들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행태나 여론에 편승해 반정부 투쟁을 획책하는 무리들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다수가 몰리는 곳에는 쏠림과 거품이 필연적이다. 거품이 사라지면 도루묵이 된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말씀을 등지고, 기도를 생략하고, 예배를 상실하고, 십자가를 방치하면, 우리의 믿음은 언제나 도루묵이 된다. 성직이 명예가 되고, 교회의 덩치가 교권의 지렛대가 되고, 복음이 현세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로 전락해 버리면 교회의 터는 무너진다. 어느덧 교회마저 거품과 쏠림의 세속적 가치에 편승해가고 있다. 더 이상 교회가 세상의 냉소적 비판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세속적 욕구불만을 어설프게 교회 안에서 보충하고 위로하려는 변질된 복음의 앤트테인(entertain)은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십자가의 영광을 놓치면 나라도 교회도 가정도 아차하면 도루묵이 된다. 말이 많아 말씀이 갈하다. 무릎으로 복음의 피를 토하자. 십자가가 복음이다. No Cross! No C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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