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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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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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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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11월은 한 해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달이다. 12월이 있지만 그래도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느낌은 11월이 더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때 쯤이면 사람들이 사색에 잠기고 삶을 돌아보게 된다. 삶을 계절에 비교할 때가 자주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비유될 수 있는 우리의 인생의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교해 볼 때 이 계절은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되는 때인 것 같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감정적으로 변하고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11월 독일에서는 두 가지 교회의 절기가 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교회력에 따라서 마지막 주일, 즉 대강절로 시작되는 교회력의 시작 바로 전 주일을 ‘죽은 자의 주일’(Totensonntag)로 지키고 있다. 이 날은 한 해 동안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주일로 지키게 되고, 사람들은 묘지를 찾아 산소를 정리하는 날로 삼고 있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서 독일에서는 대강절 전 두번의 주일을 국가 지정 기념일로 삼아 ‘국민추모의 날’(Volkstraertag)로 삼고 있다. 이 날은 나라를 위해서 죽은 자들과, 최근에는 나찌에 의한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날로 삼고 있다.

또 하나의 교회절기는 ‘회개와 기도의 날’ (Buss- und Bettag)이다. 죽은 자의 주일이 오기 전 수요일을 이 날로 기념하게 되는데 이 날에는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죄를 내어 놓는 날이다. 독일 통일 이후에 이 날은 국가 공휴일에서는 제외됐지만 아직도 개신교회는 이 날을 중요하게 기념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죄를 돌아보고 기도하는 날로 기념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교회에서 이러한 기념일이 11월에 모여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11월이 주고 있는 정서적 느낌이 죽음이나 회개, 그리고 사색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도 11월은 그러한 느낌을 갖기에 족하다고 본다.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해 보고, 자신을 돌아보며 먼저 간 자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자연과 생의 모습을 보는 것은 이 가을이 주는 축복이다. 봄과 여름을 거쳐, 가을의 축복을 경험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인생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다.

우리는 죽는 날이 올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며 산다.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주 먼 곳에 돌려놓은 양 하며 살고 있다. 혹시 내가 고개를 돌리기라도 하면 죽음과 마주 할까하는 두려움에 고개조차 돌려보지 못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그런다고 그 죽음이 우리에게서 멀어질까?

예수님은 우리에게 죽음이란 것이 인간의 구분임을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아니요 살아 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라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살았느니라.” 우리가 인생의 끝을 죽음이라고 정해 놓고 그 이후의 삶에 의무부호를 던지고 있지만 하나님에게는 모든 사람이 죽은 자가 아니라 산자라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선을 그어서 끝과 시작을 정하였지만 인생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께는 그것이 하나의 매듭일 뿐 삶과 죽음의 단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죽은 자의 하나님이 되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살아있는 자의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그 앞에 모든 자들은 살아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단지 의미가 있다면 우리 인생의 무대가 이 땅에서 마무리 되고 그 품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죽음의 공포에 짓눌려 살고 있다. 아마 그것은 모든 것이 끝이라는 공포와 그 이후의 생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죽어도 산 자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다. 단지 그 때에 우리가 하나님을 대면해야 한다는 점이 두려울 수 있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로 당당히 설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생이 부끄럽지 않아야 하듯 죽음도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해의 마무리에서 죽음을 경험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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