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보수 논쟁에 갇히면 하나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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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보수 논쟁에 갇히면 하나님은 없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9.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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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박사-이재철 목사, '정치' 주제로 대담

“진보다 보수다 해서 피투성이가 돼서 싸우는 그 판에 들어가서는 하나님의 것을 하나님에게 돌려드릴 수 없다. 내 눈 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것만 보게 된다.”

지난 2일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열린 2010 양화진 목요강좌에서 이재철 목사(백주년기념교회 담임)와 함께 대담자로 나선 이어령 박사(이화여대 석좌교수, 양화진문화원 명예원장)는 한국 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치 문제와 관련해 크리스천들은 보혁 논쟁을 넘어서야 한다며 이같이 조언했다.

▲ 양화진문화원 '지성과 영성의 만남' 다섯번째 시간 '정치'를 주제로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양화진문화원
이어령 “신의 이름으로 정치하면 제일 무서워”

이어령 박사는 “인간이 선악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선악과를 따먹는 것”이라며 “선악과를 따먹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자기만 너는 선이고 나는 악이다, 옳다고 한다. 오직 하나님만이 선악을 판단할 줄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선악과를 따먹고 자기가 심판을 하고, 선악을 이야기한다. 역사를 읽어보면 다 정의의 이름으로 싸웠고, 선의 이름으로 상대를 악이라고 했다”며 “선악과를 따먹기 이전의 아담, 예수님처럼 희생하고 사랑하는 아담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정치는 태풍과 같은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갈 것처럼 크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 뿐”이라면서도, “독일의 압제가 심할 때, 일단 미친놈이 모는 차를 멈추게 해야 한다는 논리로 히틀러와 같이 사람을 계속해서 죽이는 비상한 긴급한 상황이라면 (크리스천들도)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세처럼 기독교의 이름으로 정치를 하기 시작하면 신의 이름으로 정치를 하니까 제일 무서운 것이 된다”며 “선악과 이후 원죄를 짊어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진보와 보수) 논쟁을 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하나님 나라는 양쪽에서 비난받아”

크리스천들의 정치 논의와 관련해 이재철 목사는 “우리가 구현해야할 성경의 핵심적인 가치가 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레위기 25장에 나오는 희년 정신을 소개하며 “개인의 능력이나 외적 요인 때문에 빚을 지고 땅을 팔수도 있다. 하지만 희년이 되면 50년 마다 원상으로 회복했던 것처럼, 백성들이 균등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산주의는 인간의 근면성과 성실성을 말살시키는 실패한 제도다. 자본주의는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뿐 하나님 나라를 구현할 수 없다”며 “내가 더 열심히 일해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채워주는 하나님 나라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는 진보와 보수 논의를 거부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와 보수의 입장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기회주의적이며, 무조건 중도라고 외치는 것도 기회주의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이재철 목사는 “나는 예수를 믿기 때문에 보수도 진보도 아니라고 하는 것은 내게는 지킬 것도 버릴 것도 없다는 것”이라며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내 것을 버리는 진보적인 행동도 필요하고, 버리기 위해 지켜야할 가치를 지키는 행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은 예루살렘 지도자들이 보기에 급진 반동으로 보였고, 정치적 독립을 요구하는 유태인들에게는 독립에 무관심한 보수주의자로 투영됐을 것”이라며 “하나님의 나라를 지키려는 예수님의 보수성이 급진성으로 나타났다.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지키는 보수와 진보는 세상이 말하는 보수와 진보와 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목사는 “세상의 진보라는 덫과 보수라는 덫에 갇히면 하나님 나라는 진보와 보수로부터 양쪽에서 비난 받을 수 있다”며 “때로는 보수, 진보로 보이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령 박사는 “생명을 빼면 진보고 보수고 아무것도 없다”며 “예수님은 생명 그 자체다. 생명은 하늘에서 받은 것이다. 예수님은 가장 보수, 가장 진보주의다. 그러나 기회주의자가 아닌 생명주의자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령 박사는 “고속도로를 박정희 대통령이 만들 때 차 가진 사람이 다 부자인데, 누구 좋으라고 만드느냐며 (내가) 혹독하게 때렸다”며 “그때 산업도로 안 만들었으면 지금 우리 뭘 먹고 사느냐. 이런 교회 어떻게 생기느냐”고 말했다.

이어 “내가 쓴 것을 지금 보면 무시무시하다. 박대통령 독재자라고 하는데, 내가 쓴 글을 보고 안 잡아간 걸 보면 독재자가 아니”라며 “그를 독재자로 몰아세우는 세력의 반은 거짓말이다. 나는 지금 참회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반대하고, 그때 뭔가 하려고 하면 사사건건 걸고 넘어졌는데 내가 잘못한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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