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상처 받은 이들과 동행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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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상처 받은 이들과 동행할래요”
  • 현승미 기자
  • 승인 2010.04.07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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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마리 물고기 낚는 어부 ‘엄상익 변호사’

 

KBS 시사프로그램과 SBS 다큐사건파일의 진행자로 활동했던 엄상익 변호사. 우리에게 인권변호사로 잘 알려진 그는 변호사로서 법의 이면에 있는 진실들을 파헤쳐 사회에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청송 교도소 내의 의문사를 ‘신동아’에 발표해 의문사 1호의 인물을 탄생시키고 재벌회장의 살인교사를 기사와 소설을 통해 폭로하기도 했다.

변호사 ‘엄상익’. 인터넷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숱한 데이터가 쏟아진다. 그 중에 ‘대도 조세형’, ‘탈옥수 신창원’, ‘조폭 여운환’, ‘다단계의 큰 손 주수도’, ‘여대생 청부살인사건’, ‘무면허 한의사 장병두 노인’ 등이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모두 한 시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들로 모두 그가 변론을 맡았다.

모두가 살인마라고, 구제할 수 없는 인간들이라고 손가락질 할 때 엄 변호사는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때론 스스로 겉잡을 수 없는 상처와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은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 받은 달란트이기에 그들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하나님을 전해야 했고, 죄가 있는 이들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구원해야 했다.

“이 일을 하는 중에 말도 못하는 고난과 배신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옥에 있는 이에게 억울하다는 편지를 받고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몇 번씩 차편을 갈아타면서 힘들게 찾아갔으나 오히려 조롱을 당하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 가운데서 오히려 믿음의 본질을 정확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변호사. 누군가 법적 어려움을 당할 때 나서서 대신 변론을 해주는, 그래서 억울함을 풀어주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풀어주기도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엄상익 변호사가 생각하는 진짜 변호사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깜깜한 밤중에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입으로만 길을 설명해줘서는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그들과 같이 동행하면서 길을 알려주고 설명해 주는 그런 역할을 바로 변호사가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 변호사는 어려운 이들과, 법 앞에 한 없이 작아지는 억울한 이들과 함께 동행하기를 자처한다.
“갈릴리 호숫가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묵상을 하다가 베드로가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듯이 저 또한 그냥 변호사가 아니라 하나님한테 한 번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 보자고 결심했지요. 대신 이들을 일회성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항상 섬기고 봉사하고, 화장실 냄새 나는 감옥에서도 같이 동행하는 그런 어부가 되겠다고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자신의 가슴에 품고 다니는 수첩에는 빨간 물고기 그림이 군데군데 그려져 있다. 자신이 만났던, 그리고 변호를 맡았던 이들 중 진짜 도움이 필요하다 싶으면 빨간 물고기를 그려놓고 그것이 밥이든 돈이든, 법적 변호든 간에 가리지 않고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항상 기도하고 하나님께 ‘물고기’를 구하지만, 가끔은 잘못된 물고기를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기도하고, 말씀 묵상하면서 스스로를 바로 세워 나가야 합니다. 세상에 많은 목사님들이 계시지만, 제 영혼의 말씀의 성전은 성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을 손 안에 놓지 않는 그는 이미 60여 차례 성경통독을 끝마쳤지만, 외출 할 때도 제일 먼저 성경을 챙겨 나선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하고 말씀 읽고, 길거리 걸어 다닐 때는 녹음 성경을 듣는다는 그는 최근 두 권의 칼럼집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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