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외면한 ‘양공주’ 하나님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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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외면한 ‘양공주’ 하나님 품에 안았다
  • 김옥선
  • 승인 2006.03.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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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여성과 동고동락 20년 의정부 ‘두레방’
▲ 두레방은 2001년부터 보건소 건물을 다여해 상담업무를 중심으로 기지촌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설립된 두레방이 오는 17일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1986년 기지촌내 여성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3년짜리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두레방은 여전히 어두운 현실로 인해 20년을 지켜온 것이다. 하지만 20년이라는 세월동안 두레방이라는 작은 공동체는 매매춘 여성들의 큰 힘이 되어 왔다.

두레방은 한국기독교장로회여신도회 전국연합회가 기지촌 여성을 위한 특수선교센터로 설립한 ‘여성들을 위한 사랑방’이다.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신매매 및 성매매 근절을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새로운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두레방은 미군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여성들을 위해 영어와 한국어 교실을 시작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당시는 불평등조약으로 피해를 당해도 이들의 억울함을 들어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회에서도 ‘양공주’라는 명칭으로 격리되어 철저히 외면당하던 때였다.

따라서 두레방은 기지촌 내 여성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제공해주면서 삶을 지키는 보호자의 역할을 감당하게 된 것이다. 특히 쉼터를 제공해 주고 의료, 생계 문제 상담과 법률처리, 미군과의 결혼 후 이민문제까지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공예, 미술, 컴퓨터 등도 교육하고 있다.

20년이라는 세월은 기지촌에도 새바람이 불게 끔 했다. 설립 초에는 기지촌내 한국 여성의 비율의 100%에 가까웠던 반면, 현재는 15%정도로 그 수치가 낮아졌다. 또한 한미간 LPP협정에 따른 기지 이전으로 인한 주한미군의 감축, 미군자체 내의 성매매에 대한 시각의 변동 등으로 기지촌은 많이 축소되었다.

그리고 필리핀 등을 중심으로 한 외국여성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때문에 두레방은 이주여성들을 위한 상담센터로서 역할이 증대되었다. 하루에도 5~10건의 체류, 임금체불, 비자, 의료문제를 갖고 두레방을 찾는 여성들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두레방은 그동안 ‘기지촌 문제의 공론화’ 작업을 통해 많은 평화운동가를 배출시켰으며, 혼혈인에 대한 체계적 조사, 성매매 문제 해결위한 연계활동, 국제연대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두레방 김동심 상담실장은 “사회가 악하면 가족에게도 오염되기 마련이다. 내 가정만 지킨다고해서 사회에서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소외된 계층에게 투자해야함을 주장했다. 또한 절대적 빈곤에 고통받고 있는 기지촌 여성들에게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될 때 보다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레방은 그동안 기지촌 성매매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내의 성매매 문제와 여성들의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는 운동을 통해 ‘2004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기지촌 어린이 돕기 노래공연, 마을문고 개설, 대학생기지촌활동 등을 실시해 사회의 인식개선과 기지촌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문화의 장을 마련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두레방은 그동안의 성과를 함께 축하하고 향후 20년의 방향을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모색하는 시간으로 20주년 기념행사를 계획중이다.

이브행사로 16일에는 홈커밍데이를 준비해 기지촌내 마을 주민들과 여성들, 어린이들, 전 두레방 활동가들을 초청해 음악공연, 공동체 놀이, 기념품 나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며, 17일에는 20주년 감사예배를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에서 드린다. 특히 두레방 창립을 위해 헌신했던 문동환 목사를 초청해 두레방이 걸어왔던 길을 재조명하고 축하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두레방은 이번 2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전문가와 함께 기지촌여성운동의 평가의 시간을 갖고 논문집을 출판할 예정이다. 즉 지식사회와 연계를 통해 지식인들의 참여를 높이고 본격적인 사회와 관계를 맺고자 한다.

유영님 두레방 원장은 “20년 동안 하나님의 선하신 도움으로 인해 지금까지 지속될 수 있었다”고 밝히고 “두레방의 지원으로 기지촌내 여성들의 삶의 전환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유 원장은 20주년 행사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인 인프라가 갖춰져서 기지촌 여성들이 갖고 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직도 국내 기지촌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극소수이며, 그중에서도 두레방만이 변화하는 현장사역에 발맞춰 지속적이고 현실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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