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획: 교회에 관한 33가지 유쾌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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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획: 교회에 관한 33가지 유쾌한 상상
  • 윤영호
  • 승인 2005.06.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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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관한 33가지 유쾌한 상상"  

교회가 사람들이 만든 제도와 생각의 틀에 얽매여있다면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복음의 역동성은 자유가 본질이기 때문이다. 본사 출판국이 최근 펴낸 ‘교회에 관한 33가지 유쾌한 상상’은 그 이름답게 복음의 역동성을 살린 교회에 대해 매우 자유롭게 상상하고 있다. 시, 수필 소설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는 필진의 교회에 대한 생각들을 알아보자. 




 

글쓴이 : 유창주



<아름다운재단>에서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문화사업국장을 지내다가 <아름다운재단> 설립준비 기획국장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되어, 아름다움과 나눔에 코 끼고 주눅 든 채 지금까지 왔다. 청년 시절에는 노동과 문화운동을 비롯해서 잡지사 기자, 미술평론, 영화미술 기획 등 여러 밥벌이를 전전했다. 독일 카셀대학에서 주최한 국제미술심포지움에 미술평론이 당선된 것을 계기로 독일에 체류하기도 했다. 공저로 『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가 있다.





(1) 나눔 : 자판기와 백일조, 그리고 지구 구호  


이 세상에 빈부의 차이가 없어져서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본다. 지금까지 발표된 각종 사회이론들이 실천되기만 했다면, 이 세상에는 가난해서 불행한 사람이 없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나도 많다.


얼마 전 신문에는 한 절도범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그 절도범은 대학원까지 마쳤지만 취직이 되질 않았다. 그는 병든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지도 못하고, 갓난아기에게 우유도 먹이지 못했다. 그가 훔친 것은 분유 한 통이었다. 기사는 그 사내의 깊은 속내와 정황을 말해 주진 않았지만 그 사건 자체만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저몄다.


우리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이처럼 고통 받고 사는 이웃들의 슬픈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이런 이야기들은 언론에만 잠시 등장했다가 잊혀지는 사건, 소식이 아니라 우리의 혹은 우리 이웃의 현실이다.



변화의 시작, 상상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다보면 돈벼락이라도 야무지게 맞고 싶어진다. 돈벼락만 맞는다면 불우한 이웃들에게 마음껏 나눠 줄 수 있을 텐데……. 사실 이런 상상은 현실을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달나라 여행이라는 공상이 상상이 되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았는가.


영국에 있는 <사회변화창안연구소>는 전세계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한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도심지에 왜 과일나무를 심지 않는지 궁금하다. 과일 나무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 종자는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에서 구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일반 기업에서 파는 묘목을 사는 데 드는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단 심고 나서 키우기만 하면 나무는 여러 해 동안 많은 식량을 생산해낼 것이다. 나는 여기 워싱턴 D.C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면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를 할 용의가 있다.”



이 작은 생각 하나가 호주에서 실현되었다. 호주 퀸즐랜드에 있는 1에이커의 땅(약 1,224평)이 ‘먹어도 되는’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퍼머컬처’(permaculture; 영구적인permanent에 재배culture 또는 농업agriculture을 붙인 합성어.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일종의 생명운동이며, 자연과 공생하는 무공해 농법과 자급자족적인 공동체로서의 삶이 강조된다) 원칙으로 설계된 이 공원에서는 누구나 과일과 허브, 꽃, 채소 등을 따갈 수 있다.

재배와 관리는 지역주민과 학생들의 봉사활동으로 이뤄진다.

이런 일이 서울 한복판에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나눔자판기로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운재단>에 근무하는 한 간사는 가끔씩 자신이 상상한 것을 이야기한다. 그럼 나는 그런 상상이 실현 가능한 것이냐고 핀잔을 준다. 하지만 상상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즐거워진다.


“커피자판기처럼 나눔자판기를 만들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손쉽게 기부할 수 있게 거리 곳곳에 나눔자판기를 설치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시민들이 일년 365일 내내 자판기에서 자기 입맛대로 밀크커피, 프림커피, 블랙커피를 뽑아 마시듯, 소외받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쉽게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판기에 돈을 넣고 자기가 후원하고 싶은 단체를 누르면 그 돈은 후원 단체로 자동 입금이 되는 거예요. 각 단체는 여러 은행에 구좌를 개설해서 기부자가 평소에 거래하는 은행을 이용하게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돈을 넣은 사람을 위해서 음료 대신에 그 곳에서 보내는 감사의 글과 기부영수증이 발급되는 거죠. 감사의 쪽지를 예쁜 유리병에 담아서 함께 받을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지금은 그저 상상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퀸즐랜드에 사과 공원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기부는 추운 겨울, ‘기부 시즌’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년 내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아무 때나 기부할 수 있는 나눔자판기 하나쯤 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백일조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밤에 옥상에 올라가 동네를 내려다보면 빨간 십자가 불빛을 많이 볼 수 있다. 낮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우리 동네 너머 옆 동네에도 많은 십자가가 보인다.

당장 내 눈에만도 이렇게 많은 교회가 보이는데 전국에는 얼마나 많은 교회가 있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이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자연스럽게 교회의 십일조가 생각난다. 수입의 십일조를 하나님께 바치는 것처럼 수입의 백일조를 사회에 환원하게 하면 어떨까? 십일조 헌금봉투가 따로 있듯이 백일조 헌금봉투를 따로 만들어서 백일조로 들어온 헌금은 무조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액수는 헌금을 낸 사람의 한 달 수입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눔에 참여하느냐다. 백일조가 현실화되기만 한다면 가난한 자를 돕는 운동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어 기부문화가 정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교회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대형 교회들이 앞장서서 나눔을 실천한다면 변화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독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불교, 천주교 등 종교계가 앞장서서 나눔에 참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병든 지구 구호 활동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구호활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지구 구호’ 활동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이 속속 예고되고 있다. 학계에 의하면 멀지 않은 날에 지구의 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징후들은 이미 시작되었다. 예측할 수도 없는 큰 재앙이 우리 앞에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걱정만 한다.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지구의 상처는 아주 훗날에나 터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지엽적인 기금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환경기금을 만들고, 아주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대대적인 환경운동이 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서 나눔의 가치를 얘기할 수 있겠는가?

나눔과 구제는 돈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회와 환경 문제에 눈을 뜨고,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



나는 상상한다, 고로 행복하다. 톱니바퀴 같은 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사람에게는 상상의 시간을 갖기도 힘들다. 녹초가 되어 지친 꿈을 꿀 뿐이다. 상상하는 사람은 어쩌면 선택받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꿈을 꾸고 싶다. 우리들의 꿈으로 인해 현실이 지금보다 더 따뜻해진다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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