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聽者)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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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聽者)의 자존심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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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속담에 “맞은 아픔은 언젠가는 없어지지만 모욕당한 말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존심에 상처받는 것을 싫어 할 뿐 아니라 그와 유사한 분위기에 처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태가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청자의 자존심을 잘 살려주면서 진행되는 스피치는 그것이 둘이 하는 대화 든 대중을 상대로 하는 설교나 연설이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목표인 라포 형성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면 어떤 형태의 스피치가 생산적인 스피치일까? 듣는 이의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것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전쟁터의 병사는 그것 때문에 목숨까지도 버리며 회사의 사원은 영업실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스피치도 예외는 아니다.

청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마음을 열기 위한 방법으로 첫째, 듣는 이에 대한 칭찬이 있어야 한다. 청자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은 화자와 청자 사이에 우호적 연대의식을 가지게 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다. 마음속에는 칭찬거리를 생각하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날씨 등의 일반적인 주제보다는 청자에 관련되는 구체적인 내용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의도적인 연습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둘째, 듣는 이에 대한‘눈 높이 청자분석’이 필수적이다. 상대방의 위상에 맞는 어휘와 표현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 위해 칭찬의 말을 했다 하더라고 그 어휘와 표현 방법에 오류가 있다면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 될 것이다. “말은 그대의 입안에 들어 있는 동안은 그대의 노예이지만 일단 밖으로 나가면 그대의 주인이 된다”는 유대인의 격언이 있다.

어느 학교의 남자 선생님이 동료 여자 선생님을 만나서 대접받은 커피가 고마워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여선생 님은 상대방 남선생 님이 별생각 없이 한 ‘고마워요’ 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는 것이다. 차라리 ‘고맙습니다’라는 표현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고마워요’라는 말의 어감은 아랫사람이 호의를 베풀었을 때 치하하는 말이기에 상대방이 자기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해 몹시 분개하고 있었다. 그날의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불쾌한 감정 때문에 당분간 두 사람 사이의 교제가 단절되고 있었다. 입에서 나간 신중하지 못한 말의 노예가 된 그 남자 선생님은 한동안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셋째, ‘70% 스피치’를 권하고 싶다. TOEFL과 TOEIC시험이 있다. 두 시험은 용도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의 난이도도 다르지만 그 문제에 대한 설명에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 설명 단계가 10단계라면 TOEFL은 아래단계에서 3-4단계는 설명을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TOEIC의 경우는 10 단계 중에서 상위 3-4단계의 설명은 필요가 없다. 만약 두 과목 수강생에 대한 이러한 배려가 없다면 그 수업이나 설명은 공감대를 이를 수 없는 무의미한 것으로 끝날 것이다.

스피치에서도 이와 같이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 있고 생략을 해서 더 큰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 있다. ‘70% 스피치’가 바로 그것이다. 청자에 따라서는 준비한 원고의 100%을 전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만 특별히 상사와 부하나 부모와 자녀와 같이 수직적 관계에서 진행되는 경우에는 마지막 30% 부문은 청자가 스스로 깨달아 결정하도록 하는 ‘70% 화법’을 권하고 싶다.

일방적인 100% 스피치는 때에 따라서는 듣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권위적인 말투로 전해져 청자로 하여금 자존심이 상하는 불쾌감을 가지게 하기 쉽다. 더군다나 상대방이 예상도 못했던 내용으로 100%에 20%을 더 추가한다면 화자는 그 20%의 노예가 되어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듣는 이에게 모욕감으로 전해진 말은 가슴에 오랫동안 응어리로 남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에도 여유가 있어야 멋이 있듯이 때로는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스피치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박찬석교수(천안외대 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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