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고 진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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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고 진실하자
  • 승인 2001.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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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진실은 모든 분야의 바탕이 되는 소중한 것이다. 학문도 사업도 대인관계도, 그리고 목회도 겸손과 진실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최근 통일과 북한선교 분야는 격동과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두어 주간은 길수 군 가족 문제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탈북자 문제가 다시 한 번 부각되어 있고 얼마 전에는 중국 연변지역에서 북한 공안원들의 탈북자 색출 작업, 특히 예배 중인 교회에 공안원들이 들이닥쳐 탈북자들을 끌어가고 교인들을 구타했다는 소식, 지하교회 소식 등이 매스컴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교계의 통일과 북한선교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은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기총은 ‘북한교회 재건 3대 원칙’을 발표하면서 북한선교 단일창구를 주장하고 나서고, 교회협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 대표들과 제5차 글리온회의를 내년초 금강산에서 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8일, WCC에서 교회협 대표들을 만난 조그련 대표들은 22일 북경에서 한기총 대표들을 만나 한기총과의 만남을 계속하고 싶다고 밝힌 뒤 연맹청사 건축후원과 식량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 교파에서는 내실성 있게 진행되어오고 있는 통일과 북한선교 활동이 이 교파가 소속되어 있는 연합기관의 노선과 일치하지 않으니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해서 내막을 아는 사람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고 있다. 통일과 북한선교 분야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이 아니라 춘추난국(春秋亂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 일찍 손을 댔다고 해서 이 난국을 정리할 묘법이 없겠느냐고 이번 호의 시론 집필을 필자에게 의뢰한 것 같다.

묘법은 없다. 비방도 없다. 즉효약 또한 없다. 겸손과 진실의 대원칙 밑에서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중국선교를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중국선교에 대해 얼마나 성숙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 잴 수 있는 정확한 잣대가 하나 있다. 중국교회의 흥왕이 성령의 역사임을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중국선교에 대해 성숙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북한선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북한교회에 대해서 우리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북한선교에 대해 성숙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 우리는 북한의 최근 반세기 신앙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북한의 지하교회에 관련된 소식들 가운데 일부는 ‘정보화 되어 가고 있는 첩보’의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대부분은 첩보다. ‘첩보’라는 한자말〔諜報〕 그대로 나뭇잎처럼 떠돌아다니는 소식들이다.

북한 관변 교회의 제한성을 우리는 인정해야 해야 한다. 이것은 그들을 무시하거나 경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 관변 교회를 무시하고 경멸하고 매도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 아니지만 제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성실함이 아니다.

결혼 주례를 설 때마다 “결혼을 일치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결혼은 일치가 아닙니다. 20여 년간 다른 배경 속에서 성장한 두 사람이 짧은 교제와 이 예식을 통해 일치를 이룬다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결혼은 일치를 향해 이인삼각(二人三脚)의 형태로 출발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더 이해하고 더 양보하고 더 인내하고 더 예의를 갖추고 더 사랑해야 합니다”는 말을 하는데 탈북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심하게 다른 체제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받아들여 함께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이고, 이 이인삼각 경기에서 두 사람을 붙들어 매는 끈들 가운데 신앙의 끈이 가장 튼튼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폭포를 잘 그리는 화가가 있는데 이 화가는 폭포부터 그리는 것이 아니라 폭포 주변의 나무와 돌들부터 그려나간다. 그렇게 하다보면 웅장한 폭포가 그 사이에 태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겸손과 진실의 붓으로 이 분야의 그림을 그려나가자.

전에는 하나님이 “너는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물으셨겠지만 이제는 “너는 통일과 북한 선교의 일을 얼마나 겸손하게, 얼마나 진실하게 했느냐?” 물으실 것이다. 이 질문 앞에서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쩔쩔매는 한국 교회가 되지는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유관지목사(목양교회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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