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에 하나님의 말씀과 생명이 있지요”
상태바
“흙속에 하나님의 말씀과 생명이 있지요”
  • 현승미
  • 승인 2005.05.11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흙으로 도예성화를 빚어내는 이 명 수 작가

흙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흙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국내 화가 중 처음으로 흙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가 있다. 이명수 작가가 바로 그 주인공(집사, 한밭중앙교회·담임 조성봉목사). 그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신 흙속에서 진리를 찾아내고 소망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가 흙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을 들여다 보자.

첫째, 흙으로 원하는 모양을 만든다. 둘째, 그늘에서 잘 말린다. 셋째, 800~900℃의 불에 15~25시간 정도 굽는다. 넷째, 유약을 바른다. 다섯째, 1200~1300℃의 불에 20~30시간 정도 굽는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이 도자기 만드는 방법에는 사람은 어찌할 수 없는 하나님의 창조의 섭리가 숨겨져 있다. 불의 온도, 날씨, 시간, 그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때문에 하나님과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도예성화작업은 늘 긴장과 설렘의 연속이다.


“작품을 만드는 것까지는 제가 할 수 있지만, 작품의 모양과 색은 모두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기도뿐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축구꿈나무였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갑작스레 동양화로 진로를 바꾸었다. 졸업 즈음에는 갑자기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됐지만, 그는 화가의 꿈을 쉽사리 버릴 수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무작정 경기도 이천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전통자기로 유명한 그곳에 가면 최소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이명수작가는 그곳에서 전통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교회는 계속 빠지지 않고 다녔지만 관광용품인 주병을 납품하는 등 하나님의 말씀과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은혜받기보다는 물질적인 풍요에 빠져 살았다.


“어느 날 문득 삶에서 무언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많은 돈을 손에 쥐었지만, 결코 내 돈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충남산기도원에 들어가 무작정 하나님 앞에 매달리고 간구했습니다.”


2달여의 기도생활 후 드디어 그는 하나님과 대면하게 됐다. 그 날 이후 그는 잘나가던 ‘도자기 장사꾼’의 이름표를 벗어던지고, 오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성화작업에만 매달렸다.  


“흙을 빚어 그 속에 생명의 말씀을 새기고 그림을 그려 구원의 주님을 증거하고 싶었습니다. 흙을 빚어 생기를 불어 넣으신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본받아 작은 믿음이나마 흙을 다듬어 글을 새기고 그림을 넣어 생명의 주님을 온 세상에 선포하려고 땀을 흘렸습니다.”


60cm크기의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보름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흙으로 만든 작품이기에 아무리 조심히 다뤄도 작품주변이 깨져나가기도 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의 붉은빛 치마폭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 오직 인내와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기도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맹목적인 믿음만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는 없습니다. 성경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했느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성화의 특성상 제 작품을 보러 오는 이들은 대다수가 믿는 사람들이기에 작업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요. 끝없이 기도하고, 반복해서 성경을 읽는 길만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기존의 작품에 30%정도의 새 작품을 포함해 다음전시회를 준비하지만, 그는 매번 새로운 작품을 준비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그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작업한다.


흙으로 성화를 만드는 작업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명수작가만의 특별한 은사이다. 그런 그의 작업이 더 특별한 이유는 작가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작품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양적인 예수를 표현해보기도 했습니다. 갓 쓰고 도포 쓴 예수님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의도했던 것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작품의 여백과 배경을 이용한 것입니다.”


‘예수님 얼굴’의 배경에는 옛 문풍지를 표현하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장면엔 멍석을 깔았다. 이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 넝쿨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의 뿌리와 넝쿨이다.


제주도 교도소에 초대받아 ‘무궁화 꽃’ 전시회를 개최한 적도 있다는 그는 정말이지 무궁화 전문가였다. 무궁화 꽃의 종류만 해도 80-90여종에 달하고, 7월과 10월 사이에 피는 꽃. 그것도 아침에만 피는 꽃. 그의 입에서는 무궁화예찬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3년여 ‘무궁화 사랑회’의 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워주신 나라를 섬기는 일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어야겠지요. 우리나라의 꽃인 무궁화를 귀히 여기는 일 또한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어린 시절,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을 깨달았고 청소년기에 그림을 만났으며 청년기에 도자기에 빠졌다. 그러나 그의 중심에는 항상 주님이 계셨기에 신앙 안에서 절제된 기쁨의 삶을 누릴 수 있었다. 때문에 흙을 통한 그의 도예서화 작업은 20년 동안 신앙의 여정 속에서 몸부림 쳐 온 믿음의 전도서와도 같다.


“저의 이 작품을 대하는 모든 분들이 성경의 소중함과 예수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 어두워져가는 세상에 빛으로 살기를 원하는 진실한 이웃들과 함께 흙 속에서 말씀하시고 생명으로 다가 오시는 주님과 더불어 산 소망을 나누기 원합니다.”


지난달 진흥아트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던 그는 지금 자신의 보금자리인 대전의 작업실에서 또 다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1일까지 대전에서 마련되는 성화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는 분명 지금도 하나님과 공동작업중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