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과 위로의 거리 “여기가 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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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과 위로의 거리 “여기가 천국입니다”
  • 김찬현
  • 승인 2005.03.30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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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청량리 거리에서 복음전하는 ‘신생교회’를 찾아서
 

 



청량리역 광장에 있는 천막교회가 부활절 예배를 드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량리 광장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생소하게 들렸다. 길가에 술취한채 누워있는 노숙자들, 큰길에서 한블럭만 들어가도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힌 사창가, 역 근처의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까지 겹쳐지면서 가끔 약속이 있어 들렀을 때의 보았던 청량리역에 대한 좋지못한 기억이 먼저 뇌리를 스쳤다.


11시에 시작하는 신생교회의 부활절 예배를 드리기 위해 30분 일찍 청량리에 도착했다. 청량리 광장은 벌써 신생교회라는 이름이 새겨져있는 천막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천막들, 다리 높이가 맞지 않아 손만 대도 삐걱삐걱 댈듯한 허름한 강대상,  피서철 해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의자들, 어딜 보아도 번듯한 교회의 모습은 없었다. 강대상 뒤에 붙어 있는 ‘열린광장 부활절 예배’라는 플랜카드가 아니면 이 천막과 의자와 마이크 시스템의 용도를 알아차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배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노숙자들은 벌써 자리를 절반도 넘게 채워놓고 있었다. 마치 신생교회의 예배가 익숙한 듯 여느 신도들처럼 그들은 예배의 시작을 기다렸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찬양소리가 청량리 광장을 메우기 시작하자 찬양소리를 듣고 예배를 참석하려고 모이는 노숙자들과 지나가다 찬양소리를 듣고 예배를 드리려고 자리에 앉는 사람들로 플라스틱 간이의자들은 금새 채워져나갔다.

신생교회는 세상의 한가운데 있는 교회다. 청량리에서 이 사역을 시작한지 6년째인 김원일 목사는 그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설교를 시작하기 전 그는 예배를 드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다같이 외침전도를 제안했다. “광장에 계신 형제자매님, 오늘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기쁜 날입니다. 예수 믿고 주님 앞으로 돌아오세요” 김 목사의 외침에 앉아있던 모두가 큰 소리로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리고 김목사의 설교가 이어졌고, 한시간이 조금 넘도록 모두들 조용하고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예배에 동참했다.

신생교회의 예배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지는 않았다. 김목사는 “청량리역 광장에서 술을 마시던 5명의 노숙자들을 모아서 드린 것이 첫 예배였다”며  청량리 역에의 첫 예배를 기억했다. 그렇게 시작한 예배가 입소문이 나게되고 5명이 모이던 예배가 10명이 모이고 10명이 40명이 됐다. 물론 주위의 시선이 고았을리 없다. 청량리 주변 상인들은 김목사가 예배를 이유로 노숙자들을 자꾸 역주변으로 모이게 한다며 반대했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도 많았다고 김목사는 말한다. “청량리 역 주변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우리를 포함해서 네 곳입니다. 하지만 예배를 드리는 곳은 신생교회 한 곳 뿐이었죠. 그래서 사람들은 예배 때문에 결국 실패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김목사는 따뜻한 한끼 식사가 아니라 예배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그래서 6년의 사역을 이어오는 동안 한번도 예배를 빠뜨리지 않았고, 이 예배가 신생교회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묵묵히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처음 김목사의 사역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김목사의 지지자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던 사람이 일주일에 두 차례 제공되는 무료급식 때 필요한 500명분의 국을 나누기도 하고, 노숙자들이 많이 모인다며 싫어하던 역무원들이 신생교회 덕분에 청량리 역이 너무 깨끗해졌다며 주변 아파트의 민원을 막아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우연히 역주변을 지나가다 거리에서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고 헌금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이제는 김목사와 신생교회의 사역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와주는 손길이 늘어난만큼 노숙자들의 변화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예배를 드리다 술취한 노숙자들이 김목사의 성경을 던지기도 하고 때로는 멱살을 잡히기도 했지만 지금 그들은 진지한 예배자가 되었다. 또 일주일에 두 번 예배드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김목사는 신생자립원을 만들어 그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신생교회의 예배를 통해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하는 이들을 모아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교회가 너무 많아졌다고들 말한다. 많아진 교회의 숫자만큼 교회가 어떻게 하면 세상가운데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존경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유명한 목사님, 교인들의 입맛에 딱딱 맞는 설교, 번듯한 교회 건물, 많은 교인들의 숫자, 교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교회 안의 좋은 프로그램만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교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에게서 존경받는 교회는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광장, 속에서 드리는 예배, 허름한 강대상, 세상에서 소외당하던 교인들. 하지만 당당히 “이것이 교회입니다”라고 외치며 세상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거리의 성전, 신생교회다. 2000년 전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을 때, 예수님이 함께 했던 사람은 버림받고 소외받은 사람들이었다. 눈멀고 걷지 못하던 병자, 문둥병자, 세리, 창녀, 어부, 과부 등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받던 그 시대의 낮은 자들을 돌아보신 것이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신생교회는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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