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승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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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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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2.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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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호 목사<한시미션 대표>


최근 국민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결식 아동들에게 배달된 부실 도시락 사건이다. 균형적이고 충분한 영양 공급이 그 누구보다 필요한 결식 아동들에게 배달된 부실 도시락을 보며 우리들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도시락 파문이 있기 전, 근래 들어 음식과 관련된 또 다른 뉴스가 있어왔다. 다름 아닌, 매일 1만2천 톤 씩 쏟아지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기사였다. 5톤 트럭 2천4백 대 분량에 달하는 이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소식과 결식 아동들의 부실 도시락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오늘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싶다. 동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이 결식 아동들의 삶의 조건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책임을 명확히 하여 개선책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문제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마음, 그 감정으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산술적으로 본다면, 앞에서 말했던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의 1/4이 그리스도인들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남기지 않는 일과, 결식 아동, 독거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큰 틀에서 끌어안는 데도 지속적인 관심과 수고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 돌보고 보살펴야

지난 120년 한국 기독교 역사상 중요한 인물들 중 일명 결식 아동 출신이었던 이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우사 김규식 박사다. 그는 한때 오갈 데 없는 5살 고아였다. 그런 그를 언더우드 선교사가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또 경신학당의 전신 ‘구세학당’을 통해 잘 교육했다. 결국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부주석까지 지낼 정도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큰 역할을 감당한 훌륭한 인물이 됐다. 120여 년 전, 낯선 한국 땅에 발을 디뎠던 선교사들은 이처럼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고 사랑하는 일을 감당했다.

이것이 한국 개신교의 출발 당시 모습이었다. 한국 교회 전체가 이렇게 힘을 기울였고, 그 속에서 훌륭한 인물들이 성장했으며, 교회는 대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것이 한국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더욱 깊고 넓게 계승돼야 할 필요가 있다.

느헤미야라는 사람이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그 꿈대로 페르시아 제국의 왕을 늘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 정도면, 평생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왕 앞에서 목숨을 걸고 한 가지 요구를 한다. 자칫하면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모든 것을 단번에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도 그는 자신이 높은 관직에 오른 근본적인 목적을 이루어간다. 황폐된 고향 땅과 불타고 무너져버린 예루살렘 성에 대한 소식을 듣고 가슴 깊이 아파하며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구하고 약속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기쁨 만들어야

기쁘고 감사하게도 그의 소망대로 예루살렘 총독이 되었고, 숱한 내우외환을 지혜롭게 해결하고 땀 흘려 수고한 결과, 드디어 무너졌던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했다.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느헤미야의 진정한 기쁨은 그날 예루살렘 성의 부녀자들과 아이들이 즐거워했다는 데 있었다. 성벽이 없는 동안 좀도둑들과 들짐승들에게 당했던 고통과 괴로움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쁨은 바로 하나님의 기쁨이었다.

공동체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끌어안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온몸을 다해 실천한 사람, 느헤미야. 그가 이루어낸 하나님의 기쁨과 이웃의 기쁨은 150여 년 전 불타는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며 눈물에 눈이 상할 만큼 슬피 울던 선지자 예레미야의 절망을 그 배경으로 한다. 예레미야가 그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 성실하심을 통해 꿈꾸었던 소망의 씨앗이 바로 느헤미야였던 것이다.

성경 역사 2천여 년, 교회 역사 2천여 년, 총 4천여 년의 신앙 역사를 계승하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어감으로써 더 큰 하나님의 기쁨, 이웃의 기쁨을 만들어 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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