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聽者)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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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聽者)의 스트레스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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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의 형태는 듣는 상대방의 수에 따라 한두 사람인 경우와 다중인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대화(conversation)이고 후자는 대중연설(public speech)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궁극적인 목적은 말하는 이(화자 : speaker)의 생각이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듣는 이(청자 : listener)에게 전달하여 말하는 이의 뜻에 동감하는 공감대<라포: rapport>가 형성되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공감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기교 중의 하나는 무엇보다도 듣는 이를 편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듣는 이를 편하게 하는 요소는 음높이, 말하는 도중 잠시 중지하기, 목소리의 크기, 말의 속도 등 구체적인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러한 요소들 보다 앞서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할 일은 먼저 듣는 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듣는 이가 들으면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스피치 내용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돼 적극적인 관심을 포기하게 된다. 단순한 오락성 TV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사색을 기피하는 현대인들에게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내용은 관심을 끌 수 없다. 이러한 개인과 대중을 상대로 하는 스피치 중에서 특별히 대중연설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하여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듣는 이들이 스피치를 들으면서 단어들을 번역해야 하는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중을 면밀히 분석해 수준과 배경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있어야 하며 필요 없는 전문용어나 어려운 한자 등을 피해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단어들을 해석해야 하는 부담이 스트레스가 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는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독특한 지방 사투리는 별개라 할지라도 잘못 사용된 단어는 순간적이나마 듣는 이에게 의미파악에 있어서 혼란을 가져와 자연스레 흘러가던 이해의 맥이 단절되어 즉각적인 반응과 아울러 공감대(rapport)가 형성되어야 할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이루는 데 큰 방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잘못쓰고 있는 ‘가르치다’(teaching)와 ‘가리키다’(pointing to)가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단어 사이의 의미의 차이를 아는 듣는 이가 ‘가르치다’를 써야 할 때 ‘가리키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 의미를 ‘고쳐서’ 인식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말하는 이와 그 스피치 내용에 대한 신뢰도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필요 없는 외국어-외래어가 아닌- 의 사용을 적극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익숙치 않은 외국어는 말하는 이에 대한 존경심을 더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개는 스피치로부터의 관심을 포기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다방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다. 옆자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아, 그거, 내가 그 친구한테 이번 주 토요일에 와보라고 ‘톨드’했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관심 있게 듣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내용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앞부분은 이해가 되는데 뒷부분의 ‘톨드했어’라는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얼마 후에 그 뜻을 어렵게 생각해 낼 수 있었다.

‘톨드’는 영어 단어 ‘말하다’ ‘tell’의 과거형인 ‘told’였던 것이다. 물론 나도 스피치에 관심이 없었다면 그것을 포기했을 것이다. 만일 이런 일이 우리의 대화(conversation)나 대중연설(public speech)에서 이루어진다면 대부분의 청중들은 절실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고 듣는 이는 말하는 이에게 점점 관심이 약해질 것이다.

이렇듯 성공적인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기법 중의 하나는 듣는 이를 편하게 하기 위한 눈높이 청중분석을 통하여 처음부터 관심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언쟁이나 만족스럽지 못한 public speech는 대개 이런 과정이 무시되고, 말하는 이의 일방적인 말하기 방법을 고집하는 작은 실수 때문에 듣는 이를 편안하게 하지 못한데 주요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생활이 활기차고 화기 넘치는 인간관계를 위해서 가장 기초가 되는 효율적인 언어사용에 대한 관심은 이래서 필요할 것이다.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창 1:3)

박찬석(천안외대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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