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시도로 넘치는 은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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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시도로 넘치는 은혜 체험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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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교육을 결판이라도 내려는 듯 평소 못해본 프로그램으로 꽉 짜여진 전통적 여름 수련회. 청소년들에게는 별 매력이 없다. 교회가 21세기 청소년들에게 맞는 수련회를 제공할 수는 없을까. 동안교회와 창동교회의 여름수련회를 엿보도록 하자.

“삶을 통해 땀흘리게 하시고 이웃을 통해 주님을 알게 하옵소서”
동안교회(담임목사:김동호) 중·고등부 학생들은 이번 여름에도 장애우들과 함께 할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작년 희망원, 명주원 등에서 부모 없는 영아, 정신지체장애자들을 돌보며 받은 사랑이 더없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동안교회 중·고등부 여름수련회는 ‘공동체학교’로 운영된다. 다섯 팀으로 나뉘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봉사하며 자신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을 익히는 봉사수련회이다. ‘충북희망원’팀은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기들을 엄마·아빠가 되어주었으며 ‘명주원’팀은 정에 굶주린 정신지체장애자들의 벗이 되어주었다. 온몸을 던져 보행장애자들의 등반을 도운 팀도 있었고 농사일을 하며 노동의 참 맛을 깨달은 친구들도 있었다.

“작년 겨울수련회였어요. 아이들에게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위해서 기도하도록 했는데 개인기도시간이 부족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더군요”

전용구 교육목사는 염려스러웠지만 봉사를 마친 후 학생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어려운 환경에서 소외된 채 살고 있는 장애우들의 삶을 경험한 학생들은 자신이 얼마나 감사할 것이 많은 존재인지 돌아보게 됐다. 예년에는 수련회 때 잠자리가 불편하다거나, 씻을 곳이 충분치 않다는 등의 불만이 있었을텐데 전혀 나오지 않았다.

희망원에 버려진 아이들의 엄마가 자기와 같은 또래인 중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에겐 그리스도인이 사회에 사랑을 전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게 됐다. 어느 고3 여학생은 외롭게 살고 있는 기형아들을 보고 나서 사회복지학과로 진로를 결정하기도 했다. 먼저 사랑을 베풀었을 때 은혜가 더 크다는 것을 경험한 학생들은 사회동아리를 만들고 자신들이 섬기던 곳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1부터 고3까지 전학년을 한 팀으로 통합한 결과 선배들의 자발적인 섬김과 후배들의 순종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봉사기간 내내 서로를 챙겨주며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여름에도 동안교회 중·고등부는 세상을 품고 사랑을 나누러 여러 팀을 조직해 떠날 예정이다. 전용구목사는 ‘하나님의 비전을 꿈꾸자’ 라는 중·고등부 주제에 맞게 학생들이 다양한 삶을 접하며 자신의 비전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라”
창동교회(담임목사:곽성준) 중·고등부는 수련회 마지막 날 항상 교회에서 밤을 세워 집회를 갖는다. 외부에서 수련회를 진행하다가도 반드시 교회로 돌아온다. 수련회에 온전히 참석할 수 없는 학생들-특히 고3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주일에 자율학습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학교 가서 맞을 것을 각오하고 주일예배 참석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무조건 믿음으로 학교 빠지고 수련회 참석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고등부를 맡고 있는 최태하목사는 수련회도 학생들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여 기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날 밤에 수련회 초점을 맞추고 전력을 다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참석한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으며 수련회를 참석하지 못해 느끼는 서운함과 죄책감을 덜어 줄 수도 있다.

장년 새벽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수련회 모든 일정을 마치는 것으로 정하고 밤새껏 찬양하고 기도하다보면 은혜가 충만한 가운데 수련회를 정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부에서 수련회를 열 경우 참석할 수 없는 학생들을 끌어안고 학업에 지친 그들의 갈급한 심령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동교회 중·고등부 수련회는 마지막 날 밤 교회에서 집회를 갖는다는 것 외에 특정한 패턴이 없다. 한번은 외부수련회와 내부수련회를 함께 병행한 적도 있다. 3박 4일 간의 수련회에 온전히 참석할 수없는 학생들을 위해 교회에 CCM 가수 콘서트, 창조과학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하루에 한가지 프로그램은 꼭 참석하도록 권면해 학생들이 죄책감없이 학교보충수업에 다니며 수련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외부수련회를 갖지 않고 교회에서만 수련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별끼리 하루 코스로 춘천에 놀러갔다 오는 시간이 마련됐고 시내로 영화 보러 몰려나가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모두 학업에 억눌려 있는 학생들을 위로하고 마지막 날 하나님께 나아가도록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학생들은 늘 새로운 수련회를 경험하게 되고 이번 수련회는 또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하게 된다고 한다. 올해 창동교회 중·고등부는 6일간 수련회를 열 계획이다. 그 가운데는 성지순례, 봉사활동, 성경공부 등의 1박 2일 짜리 선택식 캠프가 마련돼 있다. 나머지 시간은 각 반이 알아서 채우도록 할 것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저녁마다 모여 성경공부를 할 수도 있고, 교사 집으로 학생들을 초청해 후한 대접으로 섬길 수도 있다. 마지막 날 밤에 교회에서 집회로 수련회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태하목사는 “전통적 수련회에서 얻지 못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교회가 변하지 않으면 학생들을 붙잡아 둘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자천기자(jcko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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