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소송전으로 몸살 ‘루터회’…종교개혁의 달 둘로 쪼개져 ‘비상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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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소송전으로 몸살 ‘루터회’…종교개혁의 달 둘로 쪼개져 ‘비상총회’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10.0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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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집행부’ 기독교한국루터회, 지난 3일 ‘분열 총회’
김은섭 총회장 법적지위는 인정, 정기총회 결의는 효력정지
‘법적 정당성’ 결여에 양측 모두 안건처리 없는 ‘비상 총회’로
김은섭 총회장측이 3일 경기도 양평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은섭 총회장측이 3일 경기도 양평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지난해 제53차 정기총회에서 한 지붕 두 집행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기독교한국루터회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올해도 두 곳에서 별도의 총회를 강행했다. 현재 루터회는 수년 전 교단 재정을 유용한 인사들에 대한 치리 문제로 불거진 김은섭 총회장의 해임 여부를 두고 총대들이 양 측으로 첨예하게 갈라진 상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치열한 법정 다툼을 벌이면서 두 집행부 모두 새 임원진 구성 및 총회 결의 등에 대한 대한 법적 정당성을 완전히 획득하지 못한 가운데, 루터회는 10월 정기총회 시즌을 맞았지만 사실상 안건 하나 처리하지 못한 식물 총회로 전락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는 루터회는 정작 10건에 달하는 소송전으로 화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6월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임시총회가 소집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단 재정 유용 사태로 수년간 교단을 혼란에 빠트린 목회자들에 대한 지지부진한 징계를 사유로 김은섭 총회장의 해임안을 다루기 위해서다.

그러자 김은섭 총회장은 임시총회 하루 전날 돌연 징계 대상자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선언하고 이들을 임시총회에 참석시켰다. 거세게 반발한 일부 총대들은 현장을 이탈해 팔복교회에서 별도의 임시총회를 열었고, 김은섭 총회장은 퇴장한 이들을 해임했다.

결국 양 측은 지난해 1053차 정기총회를 따로 개최하고, 각각 김은섭 홍택주 총회장을 필두로 새로운 임원진을 꾸리며 등을 돌렸다. 홍택주 목사 측은 이 자리에서 김은섭 총회장의 해임안을 추인했다.

이후 양 측은 지난 1년간 총회장 지위, 임시총회와 정기총회의 적법성 등을 따지고자 총회장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을 비롯해 임시이사선임 소송’,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임원 등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총회장 등 지위 부존재 확인등 무려 10여건에 달하는 소송으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펼쳤다.

그 결과 양측의 대립은 더욱 팽팽해졌다. 지금까지 법원 결정들에 따르면 총회장측과 반대측 모두 적법성이 결여된 상황이다. 법적으로 총회장 지위는 김은섭 목사가 인정받고 있지만, 김은섭 총회장의 사면·복권과 해임 권한은 근거를 잃으면서 정기총회 결의마저 효력이 정지된 것이다.

먼저 대법원은 올해 5월 김은섭 총회장에 대한 총회장 직무집행정지 등 가처분 신청1심과 2심에 이어 최종 기각했다. 법원은 홍택주 목사가 법적으로 총회 장소를 변경할 권한이 있는 지위라고 보기 어렵다임시총회 개최 장소에서 이탈한 총대들은 총대권을 상실했기에 총회장을 해임한 결의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사안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올해 7월 서울고등법원이 김은섭 총회장이 신청한 유지재단 임시이사선임에 대해 1심 결정을 뒤엎고 최종 기각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법원이 김은섭 총회장의 징계 대상자 사면·복권과 임원진 해임 권한에 제동을 건 까닭이다.

서울고등법원 제25-3 민사부는 결정문에서 김은섭 목사에게 사면과 복권을 시행할 권한이 있음을 뒷받침할 만한 교단 헌법 등 근거 규정을 찾을 수 없다임시총회에서 김은섭 목사 주도 하에 이뤄진 총대 확정은 교단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 따라서 교단 임원에서 해임한 것은 해임권 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반대측이 제기한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인용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총대들이 소집 요구한 안건 외에 임시총회에서 새로운 안건을 결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퇴장한 총대들의 총대권을 상실시킨 후 새로운 안건을 제안 결의한 것은 의결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임시총회에서 이뤄진 기존 실행위원들에 대한 해임 및 새로운 실행위원들의 선임 결의는 무효다. 새로운 선거관리위원을 임명한 실행위원회 결의가 무효이므로 선거관리위원회 결의 역시 하자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새 임원들의 선임이 무효임에 따라 실행위, 선관위 결의 또한 무효로 이 사건 정기총회의 소집 절차에는 헌법 부칙에서 정한 총회 개최를 위한 절차 대부분을 준수하지 못한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 총회결의 효력을 중지한다고 주문했다.

김은섭 총회장 측은 재판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항고를 준비·진행 중이다. 아직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소송들이 남았음을 감안하면, 루터회 내홍은 또 다시 장기화가 불가피할 조짐이다.

교단의 내분을 수습하지 못한 루터회는 결국 올해 총회도 두 곳에서 열었다. 특히 김은섭 총회장측과 반대측 모두 법적 정당성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번 정기총회는 비상총회격으로 안건결의 없이 사업보고만 진행됐다.

김은섭 총회장 측은 지난 3일 경기도 양평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 시간 김은섭 총회장은 최근 지인들로부터 교단 분쟁과 법정 소송은 언제 끝나는가’, ‘교단의 화합과 일치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솔직히 말해 당장 긍정적 대답을 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소모적이고 무차별적인 법정 소송이 전개되고 있다. 저의 제일 큰 과제는 루터회가 다시는 법정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내년 임기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교단 정상화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목회에 전념하고 교회 일에 충성해 준 총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마른 뼈들도 살리시는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와 함께하시고, 복을 주시고, 새로운 희망으로 인도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홍택주 목사를 총회장으로 내세운 반대측도 같은 날 서울 중앙루터교회에 모였다. 이들은 이제까지 소송 경과를 공유하는 한편, 향후 대응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뜻을 모으고 총회 정상화를 위한 합심기도를 드렸다.

이 자리에서 홍택주 목사는 총회의 혼란을 주님께 맡기고자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하는 기도 모임이 매주 화요일 이어지고 있다여러분 모두 교단 정상화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해달라. 이 기회로 우리 루터회가 더 뜨겁게 기도하는 공동체로 도약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김은섭 총회장 반대측이 비상총회를 갖고 있다.
서울 중앙루터교회에서 김은섭 총회장 반대측이 비상총회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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